
정신의학신문은 메디컬웹툰을 연재하는 매체로서 의학 과학 분야에서 만화를 그리는 선생님과의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두 번째 인터뷰이로 일주일마다 의사들에게 웃픔(웃기면서 슬픔)을 주는 ‘쇼피알’의 스토리작가로 활동하시는 김응수 원장님을 선정했습니다.

Q1.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좋은가정의학과의원 원장 김응수입니다. 대학은 연세대 원주의대를 졸업했고 세브란스병원에서 수련을 마쳤습니다. 개원한지 16년 되었는데 대방동 의원 근처에 모교인 영등포중, 고등학교가 있어서 고향에서 개원한 느낌으로 진료하고 있습니다. 옛 친구들과 오다가다 진료도 하고 만날 수 있어서 좋습니다.
Q2. 청년의사에서 연재되는 ‘쇼피알’이 의사들에게 일주일마다 깨알 같은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현재 스토리작가로 활동하고 계신데, 언제부터 또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셨나요?
쇼피알 500회까지 스토리작가로 수고하신 이화여대 주웅 교수님이 하버드로 연수 가신 뒤 기생충학자로 유명하신 서민 교수님과 함께 새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만화 스토리를 만들어 본 적은 없었지만 평소 만화를 즐겨보는 저를 눈여겨 본 당시 청년의사 편집장 양광모선생님의 추천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Q3. 소재가 참신한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VR을 소재로 치는 국시’, ‘인공지능 의사 알파닥터’에 대한 소재가 좋았습니다. 소재는 어디서 주로 찾으시는지요?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에서 찾기도 하고 의대생이나 전공의 선생님들과 직접 이야기 하면서 얻기도 합니다. 만화 패러디를 위해 거의 매주 한 편씩 영화관에 가는데 주인공이 의사나 의대생이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상상합니다.
베스트셀러 책도 많이 읽어보려고 합니다. 시간이 없으면 신문에서 신간 서평란을 꼼꼼히 살펴 봅니다. 학생 시절 족보 보듯이 서평란을 보면, 공통적으로 뜨는 책들이 보이고 책 요약 내용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여행을 소재로 하는 ‘탁PD의 여행수다’, 영화를 소개해주는 ‘씨네타운 나인틴’, 책에 관련된 이야기인 ‘라디오 책다방’, ‘나는 의사다’ 같은 팟캐스트도 즐겨 듣습니다. 팟캐스트에서 편안하고 재치있는 대화를 들으며 응용하기도 합니다. 듣다 보면 어느 순간 ‘빵’ 터지는 아이디어도 떠오릅니다. 그런 아이디어가 커져서 스토리가 됩니다.
Q4. 쇼피알이 의사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답답한 의료현실에 대한 속풀이’를 담고 있어서입니다. 평소 어떤 주제의식을 가지고 스토리를 만드시죠?
시사적 소재와 의과대학 내부 현실에 관해서는 서민 교수님이 잘 다루고 계십니다. 저는 의학 시트콤에 해당되는 가벼운 에피소드나 남들이 언급하지 않는 색다른 소재를 찾으려고 합니다.
개업의사로서 답답한 점, 일반인들이 잘 모를 상황들, 의사 본인들은 모르는 의사의 특징들을 메모해 놓았다가 조금씩 연결해서 키워나갑니다. 요즘은 헬스 IT 관련된 가상 스토리에 관심이 많습니다. 구글 글래스, 애플 워치, 가상 현실, 드론, 알파고 등의 신기술이 의료에 적용되는 상황을 생각합니다.
Q5. YTN 웨더 앤 라이프에 고정출연 중이세요. 어떤 계기로 방송출연을 하게 되셨죠?
몇 년 전 YTN 뉴스에 ‘비만 의사는 환자들에게 신뢰감이 떨어진다’ 논문에 관한 보도가 있었습니다. ‘비만이면서도 신뢰감 떨어지는 의사’ 대표로 인터뷰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인터뷰하셨던 기자님 추천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재작년 5월부터 매주마다 그 주의 건강 이슈에 대하여 상암동 YTN 스튜디오에 가서 녹화하고 있습니다. 녹화영상을 보면 볼수록 오글거리면서도 신기합니다. 전공의 마치고 K방송국 의학전문기자 시험을 쳤다가 불합격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못해봐서 아쉬웠던 것들을 일부 해소할 수 있어서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Q6. ‘쇼피알’과 ‘웨더 앤 라이프’는 타겟층이 다르니까 준비도 다르실텐데요. 반응은 어떤가요? 주변 지인들, 환자들에게서 어떤 피드백을 받으세요?
방송은 비약이나 과장보다 사실 전달에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청자 입장에서 편하게 들을 수 있도록 용어나 이야기를 정리해서 말하는 편입니다. 만화는 상상력을 이용한 가상 상황에서의 재미있는 에피소드에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이미 시즌 1, 2를 합쳐서 690회가 넘어가고 있기 때문에 독창적 소재를 찾아내는 게 점점 어려워 지고 있습니다. 서민 교수님과 가끔 만나면 서로 공감하는 게 소재 얻기가 점점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방송이나 만화 보고 일부러 오시는 분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동네의원이라 대부분 근처 사시는 분 들이 오십니다.
Q7. 화제를 바꿔보겠습니다. 국내 의학만화의 '레전드'라고 할 수 있는 ‘만화항생제’의 숨은 공신이라고 들었습니다. 그 얘기 좀 해주시겠어요?
저는 만화항생제 책의 기획과 제작을 맡았습니다. 그림은 내과 전문의인 박성진 선생님이 직접 그리셨습니다. 박성진 선생님은 의과대학 시절, 만화 동아리 ‘제한구역’을 만들어 활동하던 재미있는 선배님이었습니다. 박성진 선생님이 의학회 회장 하실 때, 제가 총무를 맡아서 종합 예능기획사(?)처럼 일했습니다. 의학과의 밤이라는 행사 축하공연으로 ‘신이수일전’이라는 의사 주인공인 야외 변사극을 올렸습니다. 대본과 연출은 박성진 선생님이 직접 하셨습니다. 저는 ‘이수일과 심순애’ 무성영화 변사극을 보고 그 변사극 녹음 테이프를 구입했습니다. 테이프를 반복해서 들으면서 변사 말투를 익히고 이야기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의과대학 기숙사 축제 때는 다른 대학에 붙일 광고 포스터와 입체 광고 모빌을 만들었습니다. 해부학을 본과 진입 전 방학 때 배우는 행사인 ‘메니스커스’의 기념 만화 티셔츠도 제작했습니다. 의과대학 신입생을 위한 안내책자 ‘원주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의대 앞 그림 지도엽서도 만들어 판매했습니다.
의과대학 졸업반 시절, 박성진선생님이 그린 ‘Antibiotics’라는 만화를 만들어 의대 본4대표였던 전사협 1기선생님들을 통해 전국 의대에 팔았습니다. 30페이지 정도 얇은 책으로 가격은 2000원 정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것이 바탕이 되어 의협신문에 장기 연재된 만화를 모아 만화항생제 책을 출판하게 된 것입니다.
그 과정을 헬스로그 모임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강의를 들으신 예병일 교수님 추천으로 모교에서 8년째 강의하고 있습니다. 주로 의학 만화와 미래 의학에 관련된 내용입니다. 의학만화 관련된 선생님들이 많아지면서 강의를 위해 직접 만나 뵙고 인터뷰도 했습니다. 해부학 만화로 유명하신 아주대 정민석 교수님, 만화 설명처방 관련 회사 헬스웨이브 대표 정희두 선생님 등이 도와주셨습니다. 덕분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배우게 된 것들이 많습니다.

Q8. 선생님 뒷조사(?)를 하다가 보니 ‘만화로 보는 면역학’이라는 책이 있더라고요? 정식출판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1992년 나온 헌 책의 ‘만든 사람들’ 맨 위에 ‘기획’으로 이름을 올리셨더라고요?
본과 2학년 들어가기 전에 시험 삼아 박성진 선생님과 함께 만든 책입니다. 박성진 선생님이 졸업식 끝나고 3박4일 동안 밤을 세워 그리고 인턴과정으로 바로 병원 들어갔던 말도 안되게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밑그림을 박선생님이 그리고 저와 다른 친구들이 방학 중에 합숙하면서 완성했습니다. 프리웨어처럼 돈을 받지 않고 각 의대에 무료로 나누어 주었습니다. 의대와 약대 복사실에서 ‘면역학 배우기 전 필수 족보’처럼 많이 복사되어 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Q9. 이런 선생님의 이력을 보다 보니 역시나 ‘평범한 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남들보다 재밌게 사시는 것 같은데 특별히 더 그런 노력을 하시는 편이신지요?
동네의원 원장으로서 일주일에 두 번 야간 진료도 하고 토요일도 네 시까지 하고 있습니다. 가끔 공휴일 오전 진료도 합니다. 해외 여행도 가고 싶지만 개원해서 한 번, 인도 4일 여행이 제일 멀리 가본 것이었습니다. 재미있게 살고 싶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으니 상상이라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Q10. ‘쇼피알작가’, ‘웨더 앤 라이프 고정출연’, ‘만화항생제 숨은 기획자’, 미래에 또 재밌는 계획은 없으신지요?
네, 그때 그때 충실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새로운 상황이 생기고 또 시작하겠죠.
개원의로서 치열하게 살면서도 다양한 활동을 하시는 김응수 선생님 덕분에 일에 지친 의사들이 매주 재미있는 만화를 볼 수 있습니다. <만화항생제>를 그린 박성진 선생님은 새로운 작품을 내놓을 때까지 인터뷰를 미뤄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새로운 작품과 함께 인터뷰를 전해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