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두근거릴 때 필요한 검사

사진 픽사베이

“당신의 가슴이 가장 두근거리는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상당히 흔한 질문이다. 그런데 이 질문에 많은 사람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행복했던 순간이나 무섭거나 위험했던 순간을 떠올린다. 가슴이 뛴다는 것은 내가 살아있는 것과 그 순간을 나도 모르게 즐기고 있다는 것의 반영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일부 내과 의사들은 환자가 가슴이 뛴다는 말을 하면 동시에 본인의 가슴이 답답해 두근거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부정맥은 아닐까? 협심증인가? 갑상선은 괜찮을까? 아니면 뭘 잘못 드셨을까?....대체 원인이 뭘까?...필자가 수련의 시절 만난 한 환자는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하여 내원하였고 병력 청취를 해보니 하루에 커피를 6-7잔 마신다고 하였다. 물론 환자는 커피를 중단하고 호전되었다.

환자가 병원에 와서 가슴이 뛴다고 호소(chief complain)할 정도라면 무언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단, 그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의사들은 고민스럽다. 자세히 병력을 청취하고 가장 진단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검사를 하고 최종적으로 환자에게 가장 편안하고 효과가 좋을 것으로 판단이 되는 치료방법을 선택할 것이다.

가슴이 뛰는 여러가지 원인 중 정말 심장 박동에 문제가 생겨 두근거리는 증상을 유발하는 경우가 부정맥이다. 가정집의 전기배선처럼 심장은 전기가 흐를 수 있는 길이 깔려있다. 합선이 되거나 누전이 되면 정상적인 전기가 공급이 되지 않듯이 심장도 이 길에 문제가 생기면 맥박이 빠르거나 느려지거나, 혹은 뛰지 않는 등 다양한 이상을 초래한다. 호흡곤란이나 어지럼증, 오심, 구토 또는 실신 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 지속적으로 증상이 발현되기도 하지만 간헐적으로 또는 어떤 사건이 있을 때만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병원에 이런 증상을 가지고 가면 내과의사들은 아주 자세히 병력 청취를 한다. 이때 환자 입장에선 조금은 귀찮고, 똑같은 질문을 몇 번씩 받겠지만 자세히 대답하는 것이 좋다. 맥박의 규칙성, 분당 횟수, 두근거림의 지속시간, 호흡곤란 등의 동반증상, 현재나 최근 복용했던 약물, 과거에 비슷한 사건 등을 메모해 간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러한 정황들을 근거로 가장 가능성 높을 원인을 추정하고 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주로 심장의 전기적특성이 맥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보는 검사를 진행하는데, 체표면에서 심장의 전기적 특성을 기록한 심전도부터 필요시 운동을 하며 심전도를 관찰하는 운동부하검사, 하루종일 심전도를 몸에 붙이고 검사하는 홀터(holter) 검사, 심장의 구조적 이상은 없는 지 초음파로 확인해보는 심초음파 검사 등이 환자의 임상 상황에 맞게 선택된다.

과거에 비해 부정맥의 원인이나 기원이 많이 밝혀지고 있고 최근에는 직접 심장의 전기적 이상을 고쳐주거나(심전기생리학검사, electrophysiologic study) 인공 심박동기등을 피부 밑에 이식해 치료를 시행하는 등 새로운 치료 방법도 꾸준히 개발되고 있어 환자에게 시행되는 치료도 다양해졌다.

가슴이 뛰는 것이 삶의 질을 저하시킬 정도로 불편하고 잦은 증상으로 힘들어 한다면 한번쯤은 내과에서 상담 받기를 권한다. 대부분의 경우 통증이 없으니 부담 없이 검사에 임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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