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ㅣ 광화문숲 수면센터(수면클리닉)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일러스트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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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은 꿈을 얼마나 자주 꾸시나요? 또, 꿈을 꾸셨다면 그 내용이 잘 기억나는 편이신가요? 아마 대부분은 꿈을 꿨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거나, 꿈을 꿨다는 것은 알지만 자세한 내용까지는 기억나지 않는 때가 많으실 텐데요. 간혹 어떤 분들은 꿈에서 깨고 나서도 상세한 내용이 기억난다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꿈의 내용이 기억나는 것을 넘어서, 꿈을 꾸고 있는 동안 그것이 꿈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자각몽(lucid dream)’입니다. 꿈을 꾸면서도 ‘지금 이건 꿈이야.’라는 생각을 해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더 잘 이해되실 것입니다. 독일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평생 1회 이상 자각몽을 경험한 이들의 비율이 51%에 달했고,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자각몽 경험 비율이 14.5%로 일반인보다 두 배 가까이 나타났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자각몽에 관한 연구는 1913년 네덜란드의 정신과 의사 프리데리크 반 에덴(Frederik Willem van Eeden)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꾼 500여 개의 꿈을 분석하고 분류하면서 다양한 꿈의 종류 중 하나로 ‘자각몽’이라는 용어와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이후 스티븐 라버지(Stephen LaBerge)는 수면다원검사 과정에서 나타나는 안구 움직임을 통해 자각몽을 수면의학적 관점에서 더 깊이 연구했습니다. 그의 연구는 이후 자각몽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연구하고 학문적으로 더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토대가 되었습니다.

 자각몽은 뇌의 다양한 영역 및 뇌파와도 밀접한 연관을 가집니다. 자각몽을 꾸는 동안 뇌에서는 알파파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이는 꿈에 다양한 시각적 요소가 포함되며 그로 인해 후두엽이 활성화되는 것과 연관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또, 자각몽을 꾸는 동안 전두엽 부위에서도 알파파가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자신이 꿈을 꾸고 있음을 인지하는 의식적 자각이 전두엽에서의 자기인식 기능과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베타파의 경우 자각몽을 꾸는 동안 두정엽 부위에서 증가하는데, 측두-두정엽은 시각, 촉각 등 다양한 정보를 모아서 자의식과 신체 이미지를 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측두-두정엽 부위가 손상되면 마치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가 자신을 내려다보는 듯한 유체이탈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자각몽과 유체이탈은 함께 나타나기도 하고, 상당히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두정엽에서의 베타파 증가가 자각몽에서 나타나는 자기인식 활성화와 연관되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뇌파 종류인 감마파는 자각몽 동안 전두엽에서 특히 증가하는데, 메타인지를 담당하는 배외측 전전두엽 부위가 특히 활성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자각몽이 메타인지와도 상당히 연관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연구에서도 자각몽 동안 메타인지와 자기성찰을 관장하는 전두극피질(frontopolar cortex)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들은 자각몽이 자신의 내적 상태를 인지하고 감정과 생각을 세밀하게 살펴보는 것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그 밖에도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연구를 통해서 쐐기앞소엽(precuneus), 하부 두정소엽(inferior parietal lobule), 연상회(supramarginal gyrus) 등과 같은 두정엽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사실 역시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이런 영역은 감각이나 정서적 자극을 평가하고 자신의 경험으로 통합하는 과정, 자아를 인식하고 자아상을 형성하는 것과 같은 자기참조 처리나 자기조절 경험을 담당합니다. 이 부위에서 일어나는 인지적 활동은 자각몽 동안 나타나는 인지적 활동과 상당히 비슷합니다.

 자각몽은 악몽이나 기면증, 조현병 치료처럼 다양한 임상적 증상 완화를 위해서도 활용됩니다. 흔히 악몽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다고 여겨지고, 꿈이 아닌 현실처럼 생생한 느낌을 주기에 상당한 고통과 불편감을 유발하는데요. 자각몽을 통해 꿈의 내용을 더 잘 인식하고 악몽에서 경험하는 것들이 실제가 아닌, 꿈이라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됩니다. 자각몽은 공포스러운 꿈이 꿈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지함으로써 공포와 과민한 반응을 줄이는 데 긍정적 효과를 가집니다. 또, 악몽의 내용을 조절하려는 시도를 기울여볼 수 있다는 점에서 치료적입니다. 자각몽이 악몽 치료에 갖는 효과에 관해서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와, 큰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들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관련 데이터가 쌓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기면증을 앓는 환자의 경우 일반인보다 악몽을 자주 꾸며 꿈을 꾸는 시간도 길고 내용도 더 생생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선행 연구들에서는 자각몽이 기면증 환자의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습니다. 조현병의 경우에는 조현병에서 나타나는 자기인식과 현실 검증력 부족에 자각몽이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꿈을 인지하고 자각하는 데는 전전두엽, 내측두정엽, 하부측부엽과 같은 영역들이 관련됩니다. 그런데 이런 뇌 영역들이 조현병에서 나타나는 병식(자신의 병과 증상에 대한 인식) 부족을 보이는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뇌의 문제 영역과 중첩됩니다. 그런 점에서 전전두엽과 내측두정엽 기능이 활성화되면 조현병 환자의 병식이 향상되고, 증상 완화에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렇게 자각몽은 다양한 임상적 증상의 치료에도 긍정적 효과를 가집니다. 여기에 더해 일상생활에서의 고차원적 사고 기능, 창조적인 문제해결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자각몽을 꾸는 동안 현실에서는 해볼 수 없는 다양한 일들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일들을 연결 짓거나 의식 속에 떠오르지 않았던 생각, 지식이 활성화되면서 창의력이 향상되고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는 자각몽 동안 메타인지를 담당하는 뇌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점으로 인해 치료 장면에서는 자각몽을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기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꿈을 꾸는 단계에서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끔 해서 자각몽으로 들어가게 하는 DILD(dream-initiated lucid dream), 잠들기 전 각성 상태에서부터 자각몽으로 진입하게 하는 WILD(wake-initiated lucid dream)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밖에 수면 일기를 기록하는 것이 자각몽 유도에 도움이 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자각몽을 꾸는 동안 ‘에이, 이건 꿈이야.’라고 생각하며 ‘별 의미 없는 꿈을 꿨네.’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개꿈이다.’ 하셨을 수도 있을 텐데요. 자각몽에 이렇게 다양한 뇌 영역이 관여하고, 긍정적인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은 새롭게 알게 되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혹시 자각몽을 꾸게 된다면 조금 더 반가운 마음으로 자각몽을 환영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광화문숲 수면센터(수면클리닉)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참고문헌>

1. 신재공. (2019). 자각몽의 수면의학적 이해와 응용. 수면정신생리, 26(2), 75-85.

2. Roklicer, L. (2025, January 20). The Benefits of Lucid Dreaming. Psychology Today. https://www.psychologytoday.com/intl/blog/lucid-story/202501/the-benefits-of-lucid-dreaming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수면센터
대한민국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위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미래전략 이사, 사무총장
서울고등검찰청 정신건강자문위원회 위원
보건복지부 감사자문위원회 위원
교육청 학교폭력대책 심의위원회 위원
생명존중정책민관협의회 위원, 산림청 산림치유포럼 이사
저서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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