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ㅣ 지수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일러스트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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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가 수업 중 자주 돌아다니고,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다른 행동으로 옮겨가며 선생님의 지시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 종종 "그저 활발한 아이다" 혹은 "아직 어려서 그렇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ADHD를 가진 아이들도 유치원이나 가정 내에서는 단지 에너지가 많은 아이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본격적인 단체생활과 규칙 중심의 생활이 시작되면, 이러한 차이는 점점 더 뚜렷해집니다.

 입학 초기인 1학년 무렵에는 집중력이 부족하거나 산만한 아이들이 여럿 있어 ADHD 아이의 특성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부모에게 아이가 조금 산만하다는 정도로만 전달되고, 부모 역시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2학년, 3학년이 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또래 아이들은 점차 자기조절능력과 사회적 규칙에 대한 이해를 쌓아가지만 ADHD 아이는 여전히 수업 중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대화를 끝까지 듣지 않고 끼어들며 충동적으로 신체적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반복적인 행동은 아이가 친구를 사귀고 관계를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을 초래합니다. 단순히 산만함을 넘어서서 아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점점 '이상한 아이'로 낙인찍히기 쉬워집니다. 교사들도 처음에는 반복적으로 주의를 주지만 점차 지치고 아이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기 시작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시점부터 아이 스스로도 주변의 시선에 예민해지고, 억울함이나 분노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점입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또래 관계는 더욱 정교해지고,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이 필요한 상황이 많아지는데 ADHD 아이는 이 능력을 충분히 발달시키기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관계에서 자주 배제되고 상호작용의 실패가 반복되면서 자존감이 낮아지고 위축됩니다. 실제로 ADHD를 가진 아이들 중 상당수가 초등 중학년 이후 소아 우울증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드물지 않으며, 이는 또다시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또한 ADHD 아이들은 문제를 해결할 때 조급하고 극단적인 방식을 취하는 경향이 있어, 친구 관계에서 한번 실패를 경험하면 모든 친구를 바꾸려고 하거나, 아예 친구 사귀기를 포기해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아이는 더욱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사회적 기반 위에 놓이게 됩니다.

 ADHD로 인한 어려움은 흔히 학업적 성취에 국한된 문제로 오해되기 쉽지만 실제로는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이차적 문제들이 아이의 삶에 더 깊은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ADHD의 핵심 증상은 집중력 부족이나 충동성이지만, 그로 인해 생겨나는 사회적, 정서적 손상은 훨씬 더 장기적이고 회복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ADHD 아이들에게는 조기 개입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문제 행동이 반복되고 굳어지기 전에, 그리고 아이가 자존감에 큰 손상을 입기 전에 알맞은 치료와 교육이 제공되어야 합니다. 빠른 개입은 단지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을 넘어서, 아이가 건강한 자아상을 형성하고 사회적 관계 속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줍니다.

 

고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ㅣ 지수혁 조교수

지수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고대 구로병원 조교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졸업, 석사, 박사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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