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지수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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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를 가진 아이들과 면담을 하다 보면 자주 듣게 되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저는 항상 동생과 싸우면 저만 혼나요. 이건 정말 불공평해요. 억울해요." 이러한 말은 아이들이 부모나 교사에게 자주 호소하는 내용 중 하나입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보호자는 아이의 말에 깜짝 놀라며, 상황이 그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반박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후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ADHD를 가진 아이가 다툼의 원인을 제공했거나 상황을 악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부모는 최대한 공정하게 상황을 판단하려고 애쓰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억울함을 느끼며 치료자에게라도 자신을 이해해달라고 호소하곤 합니다.

ADHD를 가진 아이들이 이토록 공정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ADHD 아이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특성 중 하나는 정의와 공정에 대한 민감성입니다. 이들은 종종 자신이 불공평하게 대우받고 있다고 느끼며, 부당하게 취급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특성은 ADHD의 증상들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ADHD로 인해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타인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최선을 다 한 결과가 다른 사람들의 보통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때 아이들은 지속적인 박탈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로 인해 아이들은 자신이 충분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공정하게 평가받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아가 ADHD를 가진 아이들은 비판에 특히 민감한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심지어 아이들의 성장을 위한 건설적인 비판이나 쓴소리조차도 개인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불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인식하게 되고 강한 감정적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이러한 정의와 공정성에 대한 집착은 여러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ADHD를 가진 아이가 자신이 불공정하게 대우받았다고 느끼면 지나친 분노나 극심한 속상함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들은 불공정한 상황에 집착하여 자신이 생각하는 '공정함'을 회복하기 위해 과도하게 노력할 수 있습니다. 이때 ADHD 특유의 충동성과 과잉행동이 함께 작용하여 아이는 자신의 의도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더욱 격렬하고 극단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이는 다른 사람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때로는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고립은 ADHD를 가진 아이들에게 더욱 큰 스트레스와 불안을 초래하며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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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공정성에 대한 민감성과 관련된 행동은 ADHD를 가진 아이들이 일상에서 겪는 중요한 어려움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특성을 가진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먼저,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특히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방아쇠' 역할을 하는 상황이나 사건을 미리 인지하고 가능한 한 갈등을 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특정 주제에 대해 과도하게 격양되는 경향이 있다면 그 주제를 회피하거나 다르게 접근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아이에게 자신의 감정과 요구를 다른 사람에게 효과적이고 안전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아이는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피하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보다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의사소통 기술은 아이가 성장하면서 다양한 사회적 상황에서 갈등을 관리하고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건강한 에너지 발산 방법을 찾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운동, 예술, 음악 등 창의적인 활동은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ADHD를 가진 아이들의 집중력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자신감을 키우는 데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 방법들을 통해 ADHD를 가진 아이들은 자신의 공정성에 대한 민감성을 보다 건강하게 관리하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이는 아이들이 더 나은 대인관계를 형성하고 자신의 삶을 보다 만족스럽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임상조교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수혁

지수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고대 구로병원 조교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졸업, 석사, 박사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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