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최준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러분 우울증에 대해서 많이 들어보셨죠? 평생 1번 이상 우울증을 앓고 지나가는 분들이 전 인구의 15~20%에 이를 정도로 흔한 병입니다. 오늘은 우울증에 대해서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과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Q 살다 보면 누구나 우울할 수 있는데, 그런 우울감과 우울증은 어떻게 다른 건가요?

A 사람이 기쁜 일이 있으면 즐겁고 속상한 일이 있으면 한동안 기운이 빠지고 기분이 우울한 것은 지극히 정상입니다. 일시적인 우울감은 대부분 며칠 내로 나아지지만 우울증은 매일같이 우울한 날이 2주가 넘도록 지속됩니다. 우울증이 있으면 남들은 하루나 이틀이면 지나갈 일에도 몇  주 또는 몇 달간 우울할 수 있고, 별다른 이유 없이도 우울감이 계속 될 수 있습니다.

Q 우울감이 오래 지속되면 우울증을 의심해야겠네요. 그리고 또 어떤 증상이 있으면 우울증 검사를 받으러 병원에 가야 하나요?

A 우울증은 일시적인 기분저하가 아닌 뇌의 기능변화를 동반하기 때문에 단순히 우울한 기분만 지속되는 게 아니라 욕구, 생각, 감각의 변화로 인한 증상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면 평소에 재밌어했던 일도 귀찮고 의욕이 없어서 해야할 일을 계속 미루게 됩니다. 또, 인간의 기본적 욕구라고 할 수 있는 식사, 수면, 성에 관련한 변화도 흔히 발생합니다. 우울증 환자의 80%정도에서 불면증상을 보이고, 50% 정도에서 식욕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으며, 성욕이 줄어드는 경우도 많게는 70%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생각도 변해서 본래 가치관이나 성격과 다르게 자꾸 부정적인 생각이 많아집니다. 자신이 가치없게 느껴지거나 현실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만 보는 것이죠. 생각의 속도도 느려지고 집중력도 떨어져서 머리가 멍해서 익숙한 일들도 잘 해내기 어렵습니다. 책이나 영화를 봐도 잘 이해가 안되고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거나 이메일을 읽는 것도 어렵게 되죠.

신체적인 감각도 변해서 가슴이 답답하거나 뜨거운 느낌, 어지러움, 허리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감각의 변화가 극심하면 환청이나 환시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중요한 차이는 우리가 우울해도 학업이나 일은 그럭저럭 해내지만 우울증에 빠지면 그것이 불가능해져서 학생이 공부를 못하거나 주부가 집안일을 못하는 등 사회적, 직업적 역할을 해낼 수 없다는 점에서 우울감과는 다릅니다. 이렇게 우울증의 증상들은 뇌의 기능 변화로 나타나는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의지가 약하거나 성격의 문제로 생각해서 치료를 받으러 오는 비율은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 중 20% 정도입니다. 우울증이 의심되면 우선 이게 단순 우울감인지 우울증인지 스스로 구분하기도 쉽지 않으니 한번이라도 우선 상담을 받아보면 좋겠습니다. 혼자 해결을 할 수 있는 부분인지 도움이 필요한 부분인지 구분하기 위해서라도 말이죠.

Q 우울증이 마음이 아닌 뇌의 문제였다니 흥미롭네요. 우울증에 걸리면 어떻게 뇌의 기능이 바뀌는 건가요?

A 지금도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더 많습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보면 우울증 환자의 뇌는 전전두엽 피질의 활동이 감소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감정 조절, 의사결정이 어려운 증상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편도체의 활동은 증가되어 있는데, 이것은 우울증 환자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더 잘 느끼는 것과 연관이 있습니다. 기억 형성과 스트레스 조절에 중요한 해마도 우울증 환자에서 활동성과 부피가 감소되어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리고 뇌 기능이 적절하게 작동을 하려면 신경전달물질이 적절하게 작동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울증 환자들의 뇌를 살펴보면 이런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깨져 있습니다. 뇌 신경전달물질은 대표적으로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GABA 가 있습니다. 이런 물질들의 균형을 맞춰주는 항우울제들이 주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Q 우울증이 뇌의 문제라면 혹시 우울증도 유전이 되나요? 어떤 유전자가 문제인건지도 궁금합니다. 

A 우울증 발생에 있어서 유전적인 요인이 약 40-50%의 비중을 차지합니다. 유전자가 일치하는 일란성 쌍둥이 중 1명이 우울증이 있으면 다른 1명도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50%나 되는 것이죠. 부모님이나 형제가 우울증 병력이 있어도 일반인보다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높습니다. 

그런데 집안에 우울증 병력이 있다고 해서 너무 실망하실 필요는 없어요. 또한 유전자는 변하지 않더라도 환경적 조건에 따라서 유전자가 발현되는 양상이 변할 수 있는데 그런 것을 후성 유전이라고 합니다. 비록 우울증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더라도 우울증에 걸리지 않는 쌍둥이가 절반이나 된다는 것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Q 가족 중에 우울증이 있더라도 괜찮을 수 있다니 다행입니다. 그렇다면 유전자말고 어떤 요인들이 우울증을 발생시키나요?

A 앞서 말씀드린 유전이 40-50%를 설명하니 나머지 50-60%는 다른 요인과 관련이 있습니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의 사망, 이혼, 실직, 경제적 어려움 등은 우울증이 발생할 가능성을 높입니다. 강도, 강간, 학대 등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분들도 우울증에 취약합니다. 그 밖에도 외롭고 고립된 환경에서 자랐거나 과도한 부담 등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된 경우도 그렇습니다. 

신체적으로 갑상선질환, 당뇨, 뇌졸중, 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분들도 우울증에 잘 걸립니다. 성격적으로는 완벽주의 성향이 있으신 분, 자존감이 낮으신 분, 의존적인 성향이 강하신 분들이 우울증에 잘 걸립니다. 이런 환경적인 요인들은 우울증의 시작 뿐만 아니라 진행 경과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최대한 위험요인을 줄여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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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우울증은 어떻게 진단할 수 있나요?

A 우울증을 치료한 경험이 많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면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구조화된 심리검사, 뇌파검사를 통해 현재 나의 상태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음 9가지 증상 중에서 1,2번 중 하나를 포함하여 5개 이상의 증상이 있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으면 우울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① 2주 이상, 거의 매일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 (타인의 관찰도 포함)

② 일상 대부분의 일에서 현저한 흥미의 감소 (타인의 관찰도 포함)

③ 식욕 감소 또는 증가(체중 감소 또는 증가, 한 달에 5% 이상의 변화)

④ 불면 또는 과수면

⑤ 정신운동 지체 또는 정신운동 흥분

⑥ 피로 또는 에너지의 감소

⑦ 무가치감, 과도하고 부적절한 죄책감

⑧ 집중력 저하, 결정의 어려움

⑨ 죽음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 자살을 반복적으로 생각(구체적 계획이 없더라도)

Q 우울증은 어떻게 치료할 수 있나요?

A 우울증 치료법은 크게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약물치료는 시간, 비용대비 가장 효율적이고 치료효과가 높습니다. 그 중에서 항우울제가 첫 번째로 고려되어야하는데 항우울제를 복용하기 시작하면 2-3주 후에 효과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처음부터 고용량으로 시작할 수 없기 때문에 서서히 증량하는 스케줄을 고려하면 적어도 4-6주 정도는 복용한 뒤에 약의 효과를 충분히 볼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1-2주도 안되게 드신 뒤에 효과가 없다고 중단하는 분들이 종종 있으세요.

부작용이 없는 약을 골라서 충분한 용량으로 치료를 한다면 전체의 2/3는 효과를 보십니다. 또 중요한 점 한 가지는, 우울증은 재발을 잘 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이 호전되신 뒤로도 최소 6개월은 유지치료를 받으시는 게 재발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가끔 한번 약을 먹으면 평생 먹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시는 분이 계신데 항우울제는 중독성이 없습니다.

비약물적인 치료법으로는 인지행동치료, 정신역동치료와 같은 심리치료가 있는데 긴 시간에 걸쳐 주기적으로 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여러 가지 사건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데요, 그로 인한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기술을 연습하고 현실에 더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움으로써 약물치료와 함께 심리치료를 병행하면 효과가 좋습니다. 

그 외에 자살의 위험성이 높거나 약물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심한 우울증일 경우에는 전기 경련요법도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인데 마취가 필요하니 개인병원에서는 하기 어렵고 주로 대학병원에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Q 시간이 지나고 저절로 좋아졌다는 분의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는데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만 하나요?

A 반드시 치료를 받으셔야합니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점점 우울증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치료를 받지 않고 시간이 몇 달 지나면 호전되는 경우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다시 우울해집니다. 우울증이 여러 번 재발할수록 점점 자주 발생하게 되고, 우울한 기간도 점점 길어지게 됩니다. 또, 이전에는 효과가 있었던 약이 나중에는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울증이 심할 때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힘들고 상처도 잘 받아서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기 쉽습니다. 또, 인지기능과 관련된 세포들이 손상을 받아 기억력이 떨어질 수도 있는데 우울증을 오래 앓으면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치료를 받으면 치매로 진행되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Q 혹시 약물치료 말고도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는 생활습관 같은게 있을까요?

A 규칙적인 운동을 하시면 우울증 예방에 큰 도움이 됩니다. 운동이 기분에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피린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주고 뇌세포가 새롭게 생성되고 세포간의 연결이 튼튼해지는데 도움을 줍니다. 우울증에서 염증수치가 증가해있는 경우도 많은데 염증수치를 감소시키는데도 영향이 있습니다. 하루에 30분 정도 걷기나, 자전거, 수영 등 유산소운동으로 충분한데 중요한 것은 꾸준히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밖에 나가서 20분 정도 햇빛을 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대부분 실내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은 비타민 D가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이는 우울 증상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특히, 우울증에서는 불면 증상도 매우 흔한데 아침에 햇빛에 노출되면 생체리듬이 정상화되어 수면에도 도움이 됩니다.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셔도 되고 맑은 날에는 야외에서 그늘에 있거나 창가에만 앉아 있어도 도움이 됩니다. 

 

삼성양재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최준배 원장

최준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삼성양재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대학원 졸업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전임의
전)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임상부교수
전)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마음건강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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