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사당 숲 정신과, 최강록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구글에 우울증.. 단어를 치다 보니 이 홈페이지까지 접속하게 됐네요.

저는 회사에서 해고 통보를 이주 전에 받았습니다. 그 스트레스 때문인지 다른 회사에 면접을 여려 군대 다니며 앞으로 미래를 위해 노력해도 떨어지는 제 모습에 그만 집 안에 갇히며 저를 학대하는 것 같아요.. 알면서도... 하루 배달 음식 3번 시켜먹으며 배가 터질 정도로 음식을 꾸역꾸역 먹어야 삶에 만족도가 그나마 한 시간이라도 행복하구요..

그 외에는 그냥 누워만 있거나 고양이 사료 주고 고양이 화장실 청소해주기가 다입니다. 마음은 나가서 산책이라도 하고 싶은데 뭐가 두려운 건지 점점 무기력하고.. 예전에 우울증 약을 먹던 적은 있었어요 6개월 전에 그때도 먹다가 약을 먹으면 졸리고 하루 종일 잠만 자서 끊었어요 한 달 정도 먹다가요. 그때 우울증 약을 복용한 이유는 첫 직장에서 상사들에 텃세, 왕따를 당해서 5개월 버티다,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병원에 갔던 거 같아요.

 

부모님은 그 우울증도 못 이기면 병신이라 해서 저를 한심하게 보세요..

예전에는 운동도 좋아해서 하루에 1시간 반 웨이트도 했는데 운동도 안 한 지 3개월이 다돼가네요..

살도 퇴사하고 30kg이 쪗구요...

요즘은 자살 충동도 가끔 들기도 하는데 고독사 동영상을 보면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마음가짐을 다시 하고.. 이런 하루가 반복돼서 무기력하고 그러네요. 제가 잘못된 걸까요... 퇴사하고 이렇게 계속 살고 있는 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조언 부탁드릴게요.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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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안녕하세요, 사당숲 정신과 최강록입니다. 우울증을 검색하다 이곳에 글을 쓰게 되셨군요. 현재 경험하는 어려움을 솔직하게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폭식하는 습관과 무기력하고 우울한 감정 상태을 이해해보고, 또 어떻게 이를 해결해나갈지 함께 고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연자님에게 일어났던 중요한 일들의 흐름을 먼저 시간 순으로 정리해볼까요? 아마도 1년 전쯤 첫 직장에서 일을 시작하셨던 것 같습니다. 입사 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힘들어하다가 5개월 차에 병원에 가서 우울증 약을 처방받으셨습니다. 6개월 차에는 잠이 너무 오는 부작용이 와서 끊으셨고요. 그러고 나서 9개월 차 무렵에는 꾸준히 하던 운동을 그만두셨고요. 이후 3개월 정도 직장에서 더 버티던 중에. 2주 전에 해고 통보를 받고 퇴사하셨습니다. 퇴사 후 여러 곳에 면접을 보고 떨어지는 경험을 하셨고, 그 사이에 30Kg의 체중이 늘어난 상황입니다.

 

사연자님은 짧은 기간 동안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셨던 것으로 보입니다. 중간에 병원에 방문하여 도움을 구하셨는데, 약물치료나 상담치료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중단되는 바람에 상황이 점차적으로 악화된 듯합니다. 게다가 사연자님 주변에는 현재 사연자님의 상태를 수용하고 지지해주는 대인관계가 거의 부재한 것처럼 보입니다. 부모님이 사연자님을 두고 우울증을 이겨내지 못한다고 비하하고 한심하게 여기는 태도가 상당히 아쉽고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우울증은 스트레스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누구에게라도 찾아올 수 있는 심리 상태입니다. 우울증을 잘 극복해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첫걸음은 우울증은 빨리 극복해야 하는 나약한 상태라는 ‘부정적 낙인’을 지우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우울감을 다루는 방법으로서 사연자님이 선택한 폭식 습관의 기제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연자님은 꾸역꾸역이라도 먹는 시간 동안 그나마 한 시간이라도 행복감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하셨지요. 실제로 폭식은 뇌에서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시킵니다. 세로토닌은 안정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도와주는 신경전달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폭식은 사연자님께서 불쾌한 감정적 상태를 벗어나게 하는 돕는 수단과 방법이었을 것입니다. 감정을 처리하는 나름의 방법으로 폭식을 택하셨을 텐데요. 건강 상의 문제도 초래하지만, 폭식 후에 자기비난이나 경멸이 강화되어 더 큰 우울감의 늪에 빠지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다행인 것은 약물치료를 통해 세로토닌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연자님은 지금이라도 항우울제를 다시 복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약물이 폭식 습관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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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수면 문제나 다른 부작용이 다시 생기면 의사와 의논하면서 적정한 수준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제는 적극적으로 의사에게 ‘요구’하고 ‘표현’해보셨으면 합니다. 사연을 읽어보면 전반적으로 사연자님의 심리 상태가 타인들에게 원활하게 표출이 되지 않습니다. 직장 내에서 부당한 대우나 괴롭힘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대체로 참아온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부모님의 지나친 비하도 그저 삼키신 것 같고요. 약물치료를 그만두는 과정에서도 의사와 부작용에 대한 소통도 잘 이뤄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연자님이 어떠한 두려움에 가로막혀 타인과의 소통을 포기하는 지점이 생기고, 혼자서만 다 끌어안고 견디는 행동이 반복되어 온 것은 아닐까 합니다. 혹은 표현은 했지만 전달이 잘 안 되는 방식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와의 상담과 약물치료를 통해 내면의 이야기를 더 많이 꺼내놓는 연습을 하셨으면 합니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안전하게 표현하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이 쌓이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 이를 스스로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되면서 감정을 ‘소화’할 수 있게 됩니다. 즉, 감정을 억누르거나 회피하는 수단으로써 폭식을 선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현재 사연자님은 직장을 잃은 ‘상실’ 경험도 하셨기에 여러 복잡한 감정을 소화할 충분한 휴식이 필요합니다. 제대로 된 휴식은 집에서 누워서 잘 자는 것만이 아닙니다. 지금 필요한 욕구를 잘 알고 이를 채워주는 것이 진정한 휴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마음 상태와 신체 감각을 아주 민감하게 알아차리는 연습이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면 배가 부르다는 감각도 자세히 느껴보면 80퍼센트 정도 배가 찼는지, 50퍼센트 찼는지 혹은 120퍼센트 과식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마음 상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기분 나쁘거나 기분 좋은 미묘한 지점들도 수치화해서 잘 알아차릴 수 있게끔 감정 일기를 쓰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시면 감정 단어 목록이 나옵니다. 이 목록을 참고해서 사연자님이 하루에 경험한 감정과 강도를 점수로 적어보는 겁니다. 단순히 우울 100점, 무기력 100점으로 일상이 채워지진 않습니다. 하루에도 슬픔 50점, 분노 70점, 짜증 45점 등 다양하고 미세한 감정을 다 느낄 수 있습니다. 이를 하나하나 찾아내 보시길 바랍니다. 그래야 감정에 대한 자신의 반응을 스스로 납득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됩니다. 부정적 감정뿐 아니라 긍정적 감정도 미세하게 구분하고 이해하는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나는 A라는 행동을 할 때, 설레고 기분이 좋아져.' '나는 B라는 행동을 하면 불안이 조금 가라앉아‘ 이렇게 자신의 기분이 좀 더 좋게 환기될 수 있는 행동들이 분명히 있으실 겁니다. 애완견 산책도 그중 하나겠지요? 사연자님께서 하나하나 리스트를 늘려가면 부정적인 감정을 다룰 때 아주 좋은 대처 행동이 됩니다. 폭식 이외에 건강한 선택지를 만들어둘 수 있는 것이죠. 앞으로 사연자님께서 적절하게 도움을 받고 스스로의 감정을 잘 돌보신다면 무기력의 늪에서 차근차근 빠져나오실 수 있으리라 봅니다.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당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한양대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의료법인 삼정의료재단 삼정병원 대표원장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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