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이, 환자의 마음에 불을 밝히는 병원이고 싶습니다”

정신의학신문

 

[정신의학신문]

 황성연 선생님 안녕하세요. 먼저 개원을 축하드립니다. ‘당산한결정신건강의학과’라는 병원명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황성연 원장]

 감사합니다. 병원 이름을 짓는 건 제게 굉장히 의미 있는 과정이었습니다. 여러 후보가 있었지만 결국 ‘한결같음’이라는 의미에 마음이 머물렀어요. 환자분들이 지치고 힘든 시기에 찾아오시기 때문에, 저는 늘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기다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을 병원 이름에 담았고요.

 또 다른 의미는 ‘한결 나아진다’는 의미입니다. 환자분들이 치료를 받으며 “전보다 조금 한결 나아졌어요”라고 말씀해주실 때 그 말이 얼마나 따뜻하고 희망적인지 모릅니다. ‘한결’은 회복의 작은 조짐이자, 우리가 함께 걷는 변화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등대의 이미지는 그런 한결같음의 시각적 상징입니다. 한밤중, 바다가 거칠고 캄캄할 때에도 꺼지지 않는 불빛이 있듯, 저희 병원이 환자분들에게 늘 열려 있고,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마음의 항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병원 로고에도 등대 이미지를 넣었고, 등대 조명 오브제가 공간 중앙에서 은은한 포인트가 되도록 했습니다.

[정신의학신문]

 병원 인테리어에도 등대 이미지를 활용하셨군요. 이 외에도 공간을 구성할 때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으신 지 궁금합니다.

[황성연 원장]

 환자분들이 처음 병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마음이 긴장되거나 불안해지지 않도록 최대한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색감부터 조명, 가구 배치까지 하나하나 신경을 썼고, 무엇보다 ‘단순하고 조용한 디자인’을 지향했어요.

 자극적인 색이나 복잡한 인테리어는 최대한 배제했고, 그 대신 부드럽고 안정적인 톤을 활용해 감각을 안정시키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프라이버시 보호도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특히 정신건강의학과 특성상 다른 사람의 시선을 부담스러워하는 환자분들이 많거든요. 접수 공간이나 대기실은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게 구성했고, 동선도 자연스럽게 분리해 불편함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정신의학신문]

 병원이 위치한 당산역 부근은 접근성이 좋고 유동인구도 많은데요. 이 지역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황성연 원장]

 저는 이전에 신림동에서 4년 동안 부원장으로 진료했습니다. 당시 많은 환자분들과 신뢰를 쌓아왔기 때문에, 개원을 결심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린 건 “너무 멀어지지 않아야겠다”는 것이었어요. 기존 환자분들께 불편을 드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새로운 공간에서 더 집중도 높은 진료를 하고 싶었죠.

 마침 당산역 인근 자리를 보게 되었고, 첫 느낌이 정말 좋았어요. 바로 계약을 진행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지역이 직장인 밀집 지역이기도 하고, 접근성도 좋아서 다양한 연령대의 환자분들을 만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더라고요. 무엇보다 이 지역 특유의 ‘적당한 익명성’이 정신과 진료를 받으러 오시는 분들께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느낍니다. 북적대지만 복잡하지 않고, 숨기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랄까요.

[정신의학신문]

 정신과 진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문턱을 높게 느끼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황성연 원장]

 정신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예전에 비해 정말 많이 나아졌다고 느낍니다. 특히 20~30대는 병원 방문을 굉장히 자연스럽게 여기세요. 예약 앱을 통해 부담 없이 오시고, 주변에도 공유하시는 편이에요. 반면 40~50대는 아직도 사회적 낙인 등을 우려해 병원에 오기 어려워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정신건강의학과는 특별한 곳이 아니라, 그냥 ‘하나의 진료과’입니다. 감기 걸리면 내과에 가듯이, 마음이 아플 때, 스트레스를 견디기 어려울 때, 자연스럽게 들를 수 있는 곳이에요. 정신과는 ‘문제가 있는 사람이 가는 곳’이 아니라,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가는 곳’입니다. 조기 개입이 중요하고, 그게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더 많은 분들이 알게 되셨으면 합니다.

[정신의학신문]

 본인 혹은 가족에게 정신질환적 징후가 보일 때, 병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거나 병원 방문을 거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접근하는 게 좋을까요?

[황성연 원장]

 이건 정말 예민한 부분인데요, 중요한 건 ‘전달 방식’입니다. “너 정신병원 가야겠다”는 식으로 말하면 누구나 방어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관계가 더 멀어지거나 감정이 상할 수 있죠. 가장 좋은 방법은 증상 중심의 접근입니다. 예를 들어 “요즘 잠을 잘 못 자는 것 같아, 수면이라도 좀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식으로 말이죠.

 그렇게 진입 장벽을 낮추면, 이후에 자연스럽게 진료를 받게 되고, 치료의 필요성을 본인이 인식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요한 건 처음부터 ‘진단명’을 설득하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병이라는 단어보다, 삶의 어려움이나 불편으로 접근하면 훨씬 부드럽게 풀립니다.

[정신의학신문]

 정신과 방문이 필요한 상태인지 아닌지, 일반인이 스스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판단하면 좋을까요?

[황성연 원장]

 맞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이 정도는 누구나 겪는 거겠지’라고 넘기기 쉬운데요, 중요한 기준은 ‘기능의 저하’입니다. 우울감이나 불안이 반복되면서 일상생활이 무너진다든지, 집중력이나 수면, 대인관계에 지속적으로 문제가 생긴다면 반드시 진료를 받아봐야 해요.

 정신질환으로 진단받지 않더라도, ‘괜찮다’ 말을 전문가에게 듣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될 수 있고요. 우리가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듯이 정기적으로 마음을 체크하는 것도 나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엔 자가진단 콘텐츠도 많지만, 인터넷 정보만으로는 자기 객관화가 어려워요. 정신과는 ‘마음의 상태를 외부화해서 안전하게 다룰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조금씩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

[정신의학신문]

 정신의학의 다양한 진료분야 중 특히 관심을 두고 계신 분야가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황성연 원장]

 기본적인 정신과 진료 영역인 우울증, 불안장애, 조현병 등은 물론이고요, 특히 성인 ADHD에 관심이 많습니다. 신림동에서 진료하면서 이 분야 환자분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고, 단순한 불안이나 우울로 오셨다가 면밀한 평가를 통해 ADHD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았어요.

 성인 ADHD는 여전히 진단되지 않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고, 단순히 ‘게으름’이나 ‘산만함’으로 오해받기 쉬워요. 그런데 치료를 시작하면 삶이 정말 달라집니다. 집중력도 좋아지고, 자기 효능감도 회복되고요. 그래서 진료를 하면서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완벽주의 성향, 지적에 예민한 성격, 관계에서 위축되는 태도 등 성격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신과 치료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약물 치료와 심층적인 상담이 병행되어야 개선 효과가 크다는 점입니다. 약물 치료로 감정의 폭을 어느 정도 줄여주면, 상담의 밀도도 높아지고 본인에 대한 통찰도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상담이 약물 효과를 배가시키고, 약물이 상담의 문을 열어준다고 할 수 있죠. 단순한 상담이나 단기간의 약물 처방으로는 효과적인 회복이 어렵고, 두 가지를 병행한 꾸준한 치료 과정이 필요합니다.

[정신의학신문]

 개원 후 원장님께서 지향하시는 진료 방향이나 목표가 있으신가요?

[황성연 원장]

 새로 개원했다고 해서 화려한 이벤트나 눈에 띄는 마케팅을 하기보다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한결 같은 진료를 지향하고 싶어요. 신림에서의 4년, 당산에서의 앞으로의 시간 모두 같은 마음으로 이어가고 싶습니다. 치료라는 건 결국 ‘관계의 과정’이니까요. 환자분들이 믿고 찾아오시면, 저는 한결같이 그 자리에 있겠습니다. 단 한 번의 명쾌한 해결보다는, 반복되더라도 함께 걸어주는 동반자가 되고 싶습니다. 저희 병원의 상징인 등대처럼 말입니다.

[정신의학신문]

 일상생활에서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 실천하면 좋은 습관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황성연 원장]

 제일 먼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수면입니다. 하루가 무너지기 시작하는 첫 단추가 바로 수면이거든요. 7~8시간 자는 게 기본이고, 못 잤다면 반드시 보충 수면이라도 하셔야 합니다. 그 다음은 스트레스인데요. 사실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에 최대한 덜 받을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완벽주의를 내려놓는 것이 필요해요. ‘남에게 욕먹지 않을 정도면 괜찮다’는 생각으로 조금은 느슨하게 사는 태도, 그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마음 근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신의학신문]

 더불어 가장 많은 사람들이 호소하는 ‘인간관계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조언 부탁드립니다.

[황성연 원장]

 많은 분들이 ‘내가 더 참아야지’, ‘내가 더 잘해야지’ 하면서 자책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관계는 항상 상호적인 거니까, 때로는 ‘상대가 문제일 수도 있다’는 관점을 갖는 것도 중요합니다. 또 하나, 미리 걱정하지 마세요. “이 말을 하면 싫어할 거야” 같은 가정은 대개 맞지 않습니다. 그냥 물어보고, 반응을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아요.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객관적인 거리 유지’입니다. 감정은 흐르고, 사람도 변합니다. 그걸 인정하면 마음이 훨씬 편해지게 됩니다.

[정신의학신문]

 오늘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 당산한결정신건강의학과의원 황성연 원장님이셨습니다.

[황성연 원장]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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