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재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인터뷰한 일이 있습니다. 꼼꼼하게 작성된 질문에 답하는 동안 제 마음속에 있는, 그렇지만 미처 알아차리고 있지 못하던 것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정신과 의사로서 바라보는 행복, 그리고 삶은 어떤 것인지 묻는 질문에 답을 하고는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한참 동안 곱씹었습니다.
아직 평균 수명의 절반도 채 살지 않았기 때문에 행복에 대해, 삶에 대해 논하기에는 너무 이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 덕분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며 나름대로의 인상을 구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저의 생각이기보다는 제가 마주한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통해서 본 삶의 모습입니다.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마치 건포도가 박힌 빵을 먹는 것과도 같습니다. 달콤한 건포도는 빵 안에 그리 많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어쩌면 어떤 빵에는 건포도가 다른 빵보다 더 적게 들어 있을지도 모르고요. 건포도만을 기대하며 빵을 먹는다면, 식사 시간의 대부분은 그저 퍽퍽한 빵을 씹는 무의미한 시간으로 채워지게 됩니다. 달콤한 맛을 기대했는데 나오지 않을 때 우리는 이 퍽퍽하고 흰 빵에 배신감마저 느낍니다.
무언가 목표를 달성하고 성취하는 것, 행운이 따라오는 것, 짜릿한 즐거움을 주는 것들은 결코 우리에게 자주 찾아오지 않습니다. 이렇게 좀 더 돋보이는 순간들은 빵 속에 든 건포도와 같이 가끔씩만 나타나고 이내 사라지고 맙니다. 우리 삶의 대부분은 이런 순간들이 아니라 매일의 일상, 평범한 시간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행복은 건포도가 아니라 흰 빵의 맛을 느끼는 데서 옵니다. 오래 씹을수록 퍼지는 부드러운 단 맛, 잘 맡아 보면 코끝에 느껴지는 고소한 냄새. 빵의 맛을 음미할 때 비로소 삶을 온전히 향유할 수 있게 됩니다. 빵의 맛을 알 수 있을 때 건포도의 달콤함과 새콤함 역시 보다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매일의 평범한 시간들, 가장 가까운 곳에 행복이 있습니다.
서울으뜸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김재성 원장
서울대학교병원 인턴,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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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글 덕분에 제 마음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