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치유의 시작 - 도박 중독 치료
[정신의학신문 : 중독포럼 하주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년 만에 온라인 도박을 해서 7천만 원을 잃은 A씨.
사실 A씨는 결혼 전에도 수백만 원씩 도박 빚이 생겼고 그때마다 부모님은 그 빚을 해결해주었다. 도박을 했다는 사실을 속이고 결혼했다는 사실에 A씨 부모님은 며느리 보기 미안한 마음에 이번에도 평생 모인 마지막 쌈짓돈으로 빚을 갚아줄 생각이다. 내 자식의 업보니 어떻게 하겠는가.
진료실을 찾은 A씨는 태연하고, 같이 따라온 부모님들이 도박을 어떻게 하면 끊을 수 있냐고 전전긍긍하신다.
도박 빚을 가장 많이 해결해주는 사람은 가족들이다. 그중에서도 부모님이다.
빚을 해결해줄 당시에는 눈물을 흘리며 재발 방지에 대한 약속을 하고, 각서를 쓰기도 한다.
하지만 주변에서 도박에 대한 잘못된 결과를 해결해주기 시작하면 남이 해결해주는 것에 습관이 되어서, 앞으로 도박중독이 재발하기 쉬워진다.
경제적인 의존은 심리적인 의존과 늘 맞물려 있기 때문에 독립적인 한 사람으로서 자기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독립적 인간으로서 스스로 판단하고, 순간적인 잘못에 대해서도 스스로 그 결과를 감당해야 재발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가족들이 빚에 대해서 질책하고 도박 중독자의 행동에 대해서 비난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가족들은 새로운 삶에 대해서 격려하고 치료나 상담, 재활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는 있다. 단도박모임이나 도박문제관리센터 등을 알아보는 등 치유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도움은 괜찮다.
하지만 급한 마음에 단순히 빚을 갚아주고 눈앞에 급급한 문제만 해결해주는 것은 길게 보면 본인에게도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 일이다.
좀 더 길고 오래 걸리더라도 본인 스스로 빚을 해결해야 재발의 늪에서 나올 수 있다.
도박에 중독된 사람들이 멍청해서 중독되는 것이 아니며, 실은 어디 가도 빠지지 않는 똑똑한 사람들이었다.
도박중독은 머리로 낫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낫는 것이다. 빚을 갚는 고통스러운 과정과 도박을 다시 해서 만회할 수 없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배워야 회복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
빚을 청산한다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금전적인 빚을 남이 대신 갚아주면 마음의 빚은 더 오랫동안 남게 된다.
빚을 갚는 긴 어둠의 터널을 통해서 중독자들은 성장하고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 외로움을 극복한 사람은 그 전의 자기 자신을 뛰어넘은 더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중독자가 홀로 굳건하게 설 수 있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 가족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