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심리적 갈등을 분출한다, 전환장애

2015-10-02     김진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30대 여자 환자가 언니와 함께 대학 병원에 방문했다. 2주 전부터 음식을 삼키기 어려워한다는 이유였다. 반 년 전에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응급실에 방문하여 간단히 혈액 검사를 했고, 검사상 영양부족 외에 특이소견은 없었다. 그리고 진정제를 맞고 자고 일어난 후부터 자연스레 다시 음식을 삼킬 수 있었다고 한다.

이번에는 입원 후 많은 검사들이 진행이 되었다. 이비인후과와 재활의학과 협진을 통해 목 안을 살펴보는 검사도 하고, 삼킴과 관련된 근육의 활동을 확인하는 검사도 하였다. 결과는 어떤 구조적인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환자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환자는 병실생활에서 특이한 모습을 보였다. 식사 시간이 끝나도 식판을 식판함에 가져다 놓지 않는 것이었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2시간이 지나도 밥을 1/4그릇도 먹지 못하였다. 물을 마실 때도 항상 빨대를 이용하였다. 물 마시는 데 걸리는 시간도 유독 길었다. 

주치의는 정신과 진료를 의뢰하였다. 환자는 처음에 자신이 왜 정신과 협진을 봐야 하냐며 의아해 하였다. 정신과 의사가 협진을 보러 병실에 방문하였으나 면담에 비협조적인 모습이었다. 수 차례 방문하여 설득한 끝에 면담실에서 면담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녀는 7자매 중 막내 딸이었다. 어린 시절 첫째 언니가 엄마의 역할을 했고, 다른 언니들이 시집을 가고, 새로운 곳에서 가정을 꾸리는 동안에도 환자는 첫째 언니 집에서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올해부터 큰 언니와 갈등이 생겼다. 종교적인 이유에서였다. 반 년 전에 서로 감정이 격해지다 언니가 환자에게 독립할 것을 권유하였고 이후부터 환자는 음식물을 삼킬 수 없었다. 이번에도 다시 독립 관련된 얘기가 나오면서 증상이 나타난 것이었다.

이런 질환을 전환 장애라고 한다. 심리적인 갈등이나 스트레스들에 의해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나는데 경우이다. 고부 갈등 이후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며느리, 전투를 앞두고 갑자기 손이 움직이지 않는 군인. 이러한 경우도 전환장애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수 차례 면담을 통해서 환자가 언니와의 이별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큰 언니와 함께 면담을 진행하였고 독립과 관련된 문제는 앞으로도 충분히 상의를 하고 진행하기로 하였다. 이후 환자의 증상은 호전되었고, 정신과 외래에 방문하기로 한 후 퇴원을 하였다.

이와 같이 전환장애의 치료는 환자가 내면의 갈등을 확인하는 순간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다. 이후 갈등의 근본 원인까지 해결되면 증상은 극적으로 호전된다. 환자의 증상은 외적으로 나타나지만 치료의 실마리는 내면에서 찾아야 하는 경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