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의 원인, 스트레스다!?

정신신경면역학(Psychoneuroimmunology)

2015-12-01     정선우 기자
사진 픽사베이

얼마 전 할아버지를 뵙고 왔다. 나이가 있으신지라 깜빡깜빡 하신다. 최근에 있었던 일을 자주 깜빡깜빡 하시면서 옛날 일을 회상하시는 일이 많아지셨다. 처음으로 당신(할아버지)의 아버지 이야기를 들었다. 당신의 아버지께서는 좋은 사람이셨다. 바보스러울 정도로 항상 웃으시며 마음이 편하시고 급한게 없으셨다. 먹지 못하고 자라셨지만 먹을 것이 있으면 남에게 주셨다. 덕분에 급하고 답답한 건 어머니 몫이었다고 한다. 당신의 아버지는 100세가 넘도록 건강하게 사셨다. 돌아가시는 길도 편안하셨다. 반면에 당신의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다고 한다. 고혈압, 당뇨 등 갖은 질병에 시달리다가.

건강과 장수의 비결은 뭘까? 스트레스 받지 않고 마음 편히 사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했다. 최근 들어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많이 소개되고 있다. 사망원인 1위인 암을 예로 들어, 왜 우리가 살아가는데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한지 알아보자.

평상시 인체의 면역세포는 과립구 대 임파구 대 마크로파지의 비율이 65 대 30 대 5 이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 과립구 대 임파구의 비율이 깨지고 70 대 30으로 과립구가 늘어나게 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활발해지고, Fight & Flight 과정에 상처 입을 것을 대비해 이런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과립구는 공격성이 강하기 때문에, 상처를 입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근처의 이물질이나 자신의 조직을 찾아 공격을 하게 된다. 위장조직은 외부와 노출이 되어 있어서 타 장기에 비해 이물질이 많다. 성격이 급하고 화가 많은 사람이 위염에 많이 걸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암의 시작은 염증 반응이다. 과립구의 공격을 받은 조직에는 염증이 생긴다.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사람은 염증 반응이 반복된다. 반복되는 염증 반응을 겪는 조직 세포는 회복과 재생을 거듭한다. 이 와중에 세포 유전자의 변이가 생긴다. 적당히 재생되어야 할 세포가 멈출 줄을 모른다. 끝없는 재생과 증식을 하는 세포가 모여 암 덩어리가 되는 것이다.

이런 암 세포는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가 만들어졌다 없어졌다를 반복한다. 이 관리를 하는 것은 면역 체계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이 면역 체계마저 어지럽혀 버린다. Natural Killer (NK) cell은 바이러스 감염에 대항하는 첫 번째 면역 요소이다. 또 다른 이 세포의 중요한 역할은 암 세포를 감시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NK cell의 기능을 저하시킨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이런 과정을 통해 암 발생률을 급격히 증가 시킨다.

암의 발생은 한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수십년에 걸친 염증 반응과 재생의 반복, 면역계와의 전쟁 끝에 발생하는 것이다. 주위에는 수많은 발암물질이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처럼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은 없다. 필자는 감히 스트레스가 암 발생의 가장 큰 이유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나라 전체 사망률 1위인 암의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다. 하지만 암 환자의 예방과 치료에 스트레스 관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너무나 작아 보인다. 의학적인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의 개발과 도입을 위해 정신의학 관계자들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