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불링, 어떻게 예방하고 대처해야 할까?

2026-04-02     황인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의학신문 ㅣ 황인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freepik

 집단 괴롭힘과 왕따, 학교폭력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입니다. 매일 만나는 학교나 직장 등에서 이루어지는 신체적, 정서적, 언어적 괴롭힘과 폭력은 피해자들에게 큰 충격과 상처를 남깁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을 통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는데요. 비록 그 방식에서 문제가 있었을지 몰라도, 피해자의 복수 스토리가 그토록 많은 이들에게 지지를 받은 것은 그만큼 학교폭력으로 인한 피해와 후유증이 심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터넷, SNS,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이후로는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괴롭힘이나 폭력만 아니라 사이버 공간에서의 괴롭힘 역시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특정 상황이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오프라인의 괴롭힘과 달리 사이버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괴롭힘, 즉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은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심각합니다.

 단톡방에서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피해자가 나가면 어김없이 다시 단톡방에 소환되고, 피해자의 신상이나 비밀스러운 영역에 관한 정보가 인터넷상에 유출되면 삽시간에 퍼져 걷잡을 수 없습니다. 최근에는 온라인 영역에서의 성 착취 및 동영상 유포 등 성범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사이버 불링의 특성으로 인해 피해자는 ‘도망칠 곳이 없다’라는 절망감과 함께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감에 빠지기 쉽습니다. 이는 피해자의 자존감과 존엄성에 손상을 가져오고, 불안, 우울, 외로움, 고립감, 심하면 자살 사고나 시도와 같은 정신건강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사이버 불링은 학습 의욕이나 업무 의욕을 낮추고, 학교나 직장과 같이 사이버 불링과 관련된 장소나 집단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으로 이어져 일상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또, 친구나 동료를 비롯한 인간관계에서의 위축 및 회피, 학업 중단, 사회적 고립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큽니다.

 그렇기에 사이버 불링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고, 만약 그런 상황이 발생했다면 적절한 대처 및 피해자 지원이 중요합니다. OECD의 사이버 불링 및 학교 관련 스트레스에 관한 국제 연구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캐나다, 중국, 콜롬비아, 핀란드, 포르투갈, 러시아, 한국, 튀르키예, 미국을 포함한 9개국 29,000명의 청소년 데이터를 활용해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사이버 불링이 학생들의 학교에서의 웰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는데요. 그 결과, 오프라인 상황의 대면 괴롭힘을 통제했을 때도 사이버 불링이 청소년의 외로움, 학교 관련 스트레스 증가 및 소속감 저하와 강한 관련을 보였습니다. 여기에 더해,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교사가 자신을 진심으로 신경 쓰고 공정하게 대한다고 느낀 청소년들은 사이버 불링을 경험했더라도 학교 스트레스가 훨씬 낮았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결과는 사이버 불링이 청소년에게 가져올 수 있는 심리적 영향의 심각성과 함께,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의 존재, 힘이 되는 타인이 얼마나 중요한 보호 요인이 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또, 청소년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사이버 불링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교사나 부모를 비롯해 청소년 개개인에게 관심과 애정을 쏟고,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어른이 주변이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끔 합니다.

 비단 청소년만 아니라, 성인에게서도 사이버 불링은 큰 정신적, 신체적 상처와 후유증을 남길 수 있습니다. 또, 성인 역시 사이버 불링 상황에서는 주변 사람들과 관계가 단절되어 있거나 온라인상에서의 괴롭힘이나 피해 사실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가해자가 피해자 또는 그 주변 사람들의 신변을 위협하겠다고 하는 협박, 혹은 피해 사실에 대한 수치심, 피해 사실을 알렸을 때 가해자로부터의 보복 염려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고립되고 주변의 도움을 받기가 어려울수록 피해는 더 오래 지속되고,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사이버 불링으로 인한 피해를 경험하고 있을 때, 주변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관계적 연결망과 함께 사회적 보호망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이버 불링이 발생했을 때 피해 사실을 숨기지 않고, 수치심이나 걱정보다는 도움 요청을 통해 더 큰 피해를 예방하고 초기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온라인상에서의 건강한 소통과 관계 설정을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역시 중요합니다. 사이버 불링을 통해 상대방보다 우위에 있다는 느낌, 쾌락을 추구하는 양상은 상대방을 하나의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못하는 왜곡된 인간관, 피해자를 더 쉽게, 언제 어디서나 속박할 수 있고 동영상이나 사진 등을 통해 협박할 수 있다는 점, 유출된 정보를 쉽게 유포할 수 있다는 점과 같은 온라인 기술의 특성이 결합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따라서 개개인을 존중하며 동등한 인격체로 여기고, 온라인상에서의 책임감과 예의, 존중하는 표현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와 함께, 상대방으로부터 부당한 말이나 행동을 경험했을 때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인식하고 대응하는 능력, 괴롭힘이 재발하지 않도록 도움을 요청하는 법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교육과 지원이 강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온라인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우리들의 인식은 아직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사람을 향한 것이 아니라면, 더 나아가 오히려 그것이 타인을 괴롭히고 상처를 주는 방향으로 악용된다면 그것은 기술 발전과 함께 나타나는 인간성의 퇴보 혹은 말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이버 불링 예방 및 대처를 위한 노력을 통해 우리와 우리 아이들이 모두 안전하게 온라인 세상에서 소통하며 관계 맺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여의도힐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황인환 원장

 

<참고문헌>

* Santo, J. (2025, December 5). A Powerful Shield Against the Distress of Cyberbullying. Psychology Today. https://www.psychologytoday.com/us/blog/protective-friendships/202511/a-powerful-shield-against-the-distress-of-cyberbully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