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관리의 오해 - 긍정만이 답일까요?
정신의학신문 ㅣ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현대 사회에서 스트레스는 마치 ‘제거해야 할 악’처럼 여겨집니다.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주변으로부터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거나 괜찮아질테니 힘을 내라는 조언을 흔히 듣습니다. 이러한 조언은 얼핏 격려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스트레스와 같은 불쾌한 감정을 억누르거나 회피해야 한다는 강박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스트레스를 무조건 긍정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압박은 오히려 스트레스의 건강한 대처를 방해하는 큰 오해 중 하나입니다. 스트레스 관리는 스트레스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마음챙김(Mindfulness) 기반의 대처법에서 진정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긍정적 사고를 강요하는 문화는 스트레스가 실제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나만 부정적인가’라는 부적절한 죄책감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힘든 업무 상황에서 “이것은 나에게 성장의 기회야”라고 억지로 되뇌는 것은 일시적인 기분 전환일 수는 있으나, 스트레스의 근본 원인이나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불안, 좌절감을 인정하지 않는 회피 대처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회피 대처는 감정을 장기적으로 해소하지 못하고 내면에 쌓아두어 오히려 나중에 더 큰 심리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관리의 건강한 접근 방식은 마음챙김(Mindfulness)에 기반합니다. 마음챙김은 현재 순간에 의도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고, 발생하는 생각, 감정, 신체 감각을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태도를 말합니다. 스트레스가 올라올 때, 우리는 보통 그 감정을 싫어하고 벗어나려 하거나, 그 감정에 압도되어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사고의 늪에 빠집니다. 하지만 마음챙김은 그 감정을 즉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지금 내 가슴이 답답하고, 머릿속에 걱정들이 떠오른다는 사실을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스트레스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과정은 다음 두 가지 중요한 이점을 가져옵니다. 첫째, 감정과의 거리 확보입니다. 스트레스와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고, 감정으로부터 한 발짝 물러설 수 있습니다. 이 거리는 우리가 충동적으로 반응하거나 휩쓸리지 않고, 더 현명하게 대처할 여유를 만들어 줍니다. 둘째, 자원의 보존입니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억지로 긍정하려 애쓰는 데 소모되는 엄청난 심리적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이 에너지를 스트레스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거나, 자신을 돌보는 건설적인 활동에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실제 마음챙김 기반의 스트레스 대처는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느낄 때 잠시 멈춰 서서 호흡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입니다.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신체 감각에 집중함으로써, 과도하게 활성화된 생각과 감정에서 주의를 현재 순간으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를 건강한 방식으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마음의 자세를 기르는 것입니다. 이러한 자세는 장기적으로 우리의 심리적 회복탄력성을 높여, 삶의 어려움에 더 유연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합니다.
서울역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정희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