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애는 왜 이런 걸까? 나의 반복되는 연애 패턴이 의문이라면

2026-01-03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의학신문 ㅣ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일러스트_freepik

 흔히 연애는 ‘나도 몰랐던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연애를 하며 연인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만큼이나 그전에는 미처 몰랐던 자신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된다는 말인데요. 연애는 우리가 맺는 다양한 관계 중 가장 친밀하고 강도가 센 관계입니다. 그런 만큼 그 안에서 나타나는 내 생각이나 감정, 행동이 다른 관계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던 것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연애를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이고,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지, 나에게 잘 맞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을 겪는 것이죠.

 이렇게 연애가 자기 발견의 과정인 만큼 연애를 하다 보면 다양한 고민에 부딪히기도 하는데요. 사람마다 ‘왜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렵지?’, ‘나는 왜 썸만 타고 정작 사귀지는 못할까?’, ‘왜 나는 사귀어도 오래가지 못하고 늘 짧게 끝나버릴까?’처럼 다양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또, 연애를 시작하거나 유지하는 관계만 아니라 헤어지는 과정과 이별 후 자신의 대처를 보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어떤 사람은 오랫동안 깊이 있는 관계를 유지하다 헤어질 때 쿨한 척하지만 뒤늦게 마음이 무너집니다. 반면, 어떤 이들은 헤어진 직후부터 깊이 매달리며 고통을 호소하기도 하죠. 이처럼 사람마다 연애 관계를 시작하고 끝맺는 패턴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신의학과 임상심리 분야에서는 이러한 연애 패턴을 주로 애착 이론(Attachment Theory)을 통해 설명합니다. 애착 이론은 어린 시절 부모나 양육자와 맺은 관계가 성인이 되어 타인과 맺는 친밀감에 영향을 준다고 봅니다. 크게 네 가지 애착 유형이 있는데, 이를 통해 각자의 연애 스타일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먼저, 안정 애착(secure attachment) 유형은 어린 시절 일관되고 따뜻한 돌봄을 받았을 때 형성됩니다. 이들은 친밀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갈등이 생겨도 상대와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연애 초기부터 감정 표현에 익숙하고,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며 신뢰를 쌓아가므로 관계가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회피 애착(avoidant attachment) 유형은 부모가 정서적 교류에 일관성이 없거나, 지나치게 통제적인 양육을 받으면서 형성됩니다. 이들은 상대방과 가까워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연애 초기에는 상대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합니다. 친밀감이 깊어질수록 불안해하며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 반복되는데, 그래서 썸은 오래 타지만 실제 연애로 넘어가지 못하거나, 연애를 해도 금세 ‘나만의 공간이 없다’라며 관계를 멀리하는 패턴이 나타납니다.

 불안 애착(anxious attachment) 유형은 부모의 반응이 일관되지 않거나 예측할 수 없었던 경험에서 기인합니다. 이들은 연인에게 강한 애정과 관심을 갈구하면서도, ‘내가 충분히 사랑받고 있는 걸까?’ 하는 불안에 시달립니다. 사귀기 시작하면 상대에게 집착하거나, 작은 갈등에도 크게 상처받아 관계가 자주 흔들립니다. 짧은 만남이 반복되기도 하고, 이별 후에는 매달리며 회복이 더디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혼란 애착(disorganized attachment) 유형은 어린 시절 애정과 위협이 뒤섞인 경험을 한 경우 나타납니다. 이들은 안정과 불안 사이를 오가며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을 보입니다. 상대에게 매달리다가도 갑자기 냉담해지기도 하고, 관계에 대한 기대와 회피가 뒤섞인 복합적 패턴이 반복됩니다.

 이처럼 각기 다른 애착 유형이 성인이 된 후의 연애 패턴을 어느 정도 예측해 줍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신의 애착 유형을 어떻게 파악하고, 더 건강한 관계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우선, 자신의 연애 이력과 감정 반응을 되돌아보세요. 관계가 막 시작될 때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친밀감이 깊어질수록 불안했는지 혹은 답답했는지를 관찰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헤어질 때 ‘나는 괜찮아’라고 말하면서도 뒤늦게 힘들었다면 불안 애착의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처음부터 너무 거리를 두었다면 회피 애착의 성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패턴을 이해한 뒤에는 점진적 노출(exposure) 기법을 시도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자신이 두려워하는 행동이나 상황에 조금씩 자신을 노출시켜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회피 성향이 있다면 작은 친밀감을 연습하는 연습을 해볼 수 있습니다. 상대에게 짧은 메시지를 보내 감정이나 생각을 공유하고, 그 반응을 기다려보는 식으로 말이죠. 불안 성향이 있다면 자신을 다독이며 ‘나도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라는 자기 연민을 연습하고, 갈등 상황에서도 일단 감정을 가라앉힌 뒤 대화를 시도해 보세요.

 또한, 의사소통 기술을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갈등이 생길 때 ‘네가 나를 무시했어’라는 비난보다는 ‘내가 상처받은 기분이야’라는 내 생각이나 느낌을 표현하는 ‘나 화법(I-message)’을 사용해 보세요. 이 방법은 상대가 방어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공감하게 만들어, 관계의 안정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는 경계 설정(boundary setting)도 필수적입니다. 회피 성향이라면 너무 가까워지는 것을 두려워해 관계가 얕아질 수 있으니, 적당한 선에서 솔직하게 ‘이 부분은 나에게 조금 부담돼’라고 말해 보세요. 불안 성향이라면 지나친 확인 욕구가 관계를 압박할 수 있으니, 혼자 있을 때도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자기 위로 방법을 마련해 두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고려해 보실 수 있습니다. 심리치료나 커플 상담은 자신의 애착 패턴을 깊이 이해하고, 새로운 대처 전략을 배우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스스로 시도해도 변화가 더디거나 반복되는 관계 패턴에 지쳤다면, 전문가와 함께 내면의 상처를 살피고 건강한 관계 스킬을 연습해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연애 패턴은 애착 유형에 많은 영향을 받지만, 노력과 연습으로 충분히 성숙한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나의 애착 유형을 이해하고, 소통과 경계 설정을 연습하며, 필요할 때 도움을 받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더 안정적이고 만족스러운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 자신의 마음을 차분히 들여다보며, 작은 연습을 하나씩 시작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그 연습이 건강한 사랑의 시작이 되어 줄 테니까요.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전형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