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쏟아지는 잠, 과다수면증

2025-12-16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의학신문 ㅣ 광화문숲 수면센터(수면클리닉)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일러스트_freepik

 몸이 피곤하거나 잠이 부족할 때, 우리는 부족한 잠을 보충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기도 하고 주말에는 일부러 평소보다 늦잠을 자기도 하죠. 여유가 있다면 잠시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다시 기운을 회복하고 맑은 정신으로 일이나 공부를 이어가기도 합니다. 보통 이렇게 낮에 졸리거나 잠이 드는 현상은 일시적으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밤에 충분히 잠을 잤는데도 낮에 계속해서 졸음이 오는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과다수면증(Excessive daytime sleepiness)’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마다 적정한 수면 시간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성인의 경우 보통 하루 7~8시간을 적정 수면 시간으로 봅니다. 그런데 9시간 또는 그 이상 밤에 수면을 취했음에도 낮에 지속적으로 졸음을 느끼고, 최소 한 달에서 석 달 이상 증상이 수개월간 이어질 때 이런 현상이 지속되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과다수면증의 진단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과다수면증은 낮시간 동안 졸림으로 인해 각성상태를 유지하기 어렵거나 수면욕구를 느끼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 피로감, 초조함, 과민함, 걱정, 기억력 감퇴, 주의집중 어려움, 새로운 생각이나 개념을 이어가기가 어려움, 의사결정의 어려움, 반응 속도의 저하,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 등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특히 앉아서 일하거나 운전하는 동안 이런 느낌이 더 강하게 들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차 사고나 일과 관련된 사고, 업무적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고 일이나 학업에서의 효율이 저하됩니다. 이와 함께 정서 조절에서의 어려움 및 사회적, 관계적 어려움, 다양한 건강상의 문제를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선행연구에 의하면 미국 인구의 약 20% 정도가 과다수면증을 경험하며 청소년, 노년층, 교대 근무자에게서 유병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다수면증에는 스트레스와 정신적, 신체적 피로, 불안, 압박감, 체력 저하, 수면무호흡이나 코골이, 비염 등이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과다수면증이 별다른 원인 없이 일어나거나 피로감 등으로 인해 유발되고 그 자체가 주요 증상이라면 일차성(원발성) 과다수면증에 해당합니다. 반면 수면무호흡증, 신장기능이나 갑상선 기능 저하, 만성피로증후군, 파킨슨병, 두부 손상 등 의학적 질환이나 약물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차적 증상이라면 이차성 과다수면증으로 분류됩니다. 신체적 질병으로 인해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서 주간 졸림이 심하게 나타나거나, 약물의 부작용으로 수면이 증가하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에서도 불면증뿐만 아니라 과다수면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무기력해지고 에너지가 적어지면서 계속 누워있고 싶고, 잠만 자고 싶은 상태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환경적 요인으로서는 교대근무가 잦은 직업, 불규칙한 수면 시간 등도 과다수면증과 연관있습니다. 이와 함께 낮은 수면의 질, 밤에 자주 깨서 화장실을 가거나 다른 일을 함으로써 자연스러운 수면 단계의 전환이 방해되는 것, 잦은 음주나 카페인 섭취 등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과다수면증이 오래 지속되면 당뇨, 비만, 심장질환, 기타 만성질환과 같은 다양한 신체적 질병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 졸음으로 인한 낙상, 인지적 손상, 기억력 감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아동의 경우에는 정서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과다수면증의 치료를 위해서는 정신적, 신체적 질병에 대한 확인을 위한 검사 및 평가를 진행합니다. 이를 통해 과다수면증이 우울증을 비롯한 심리적 문제 또는 다른 신체적 질병으로 인해 비롯된 것이 아닌지를 판단합니다. 만약 다른 신체적, 심리적 문제가 일차적 원인이라면 이에 대한 치료를 함께 진행합니다. 예를 들어, 과다수면증이 우울증 증상의 일환으로서 나타난 것이라면 항우울제를 처방하여 증상이 호전되도록 할 수 있습니다. 또, 인지행동치료(CBT)를 통해 수면과 관련된 생각, 행동을 수정하여 수면 패턴에 변화를 꾀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과다수면증이 다른 신체적, 심리적 문제 없이 그 자체로 주요한 증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 수면다원검사를 비롯한 다양한 수면 검사를 진행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게 됩니다. 약물을 통한 치료를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 일상생활에서 건강한 수면 습관을 만들고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수면에 최적화된 환경을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적당한 조도와 온도를 유지하고 편안한 침구를 사용하는 것, 가능한 밤 10시 이후에는 깨어있지 않고 아침에는 규칙적인 시간에 일어나기, 주 2~3회 30분 이상 운동하기, 건강한 식습관 유지하기, 카페인과 술 줄이기,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취미생활 만들기 등을 실천해 볼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수면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이해를 갖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일상에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건강한 몸과 마음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수면 문제를 개선하는 데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 있습니다. 만약 개인적인 노력만으로 과다수면증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수면 클리닉, 정신건강의학과, 심리상담센터 등을 방문하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하루 이틀, 또는 아주 가끔 피곤할 때 낮에 졸리다고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러나 반복적인 주간 졸림증과 과다한 수면욕으로 일상에 지장을 받는다면 과다수면증이 아닌지 살펴보고, 전문가를 통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처럼 수면은 우리의 몸과 마음 건강을 지키는 데 있어서 아주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좋은 수면의 질을 유지하시면서 낮에는 일과 학업, 각자의 역할에 더 충실하실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광화문숲 수면센터(수면클리닉)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참고 문헌

Rehman, A., & pacheco, danielle. (2024, January 16). Managing Excessive Daytime Sleepiness. Sleepfoundation. https://www.sleepfoundation.org/excessive-sleepiness

Pagel, J. F. (2009, March 1). Excessive Daytime Sleepiness. The American Academy of Family Physicians Foundation. https://www.aafp.org/pubs/afp/issues/2009/0301/p39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