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기피증 사회불안장애 극복하기

2025-11-26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의학신문 ㅣ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일러스트_freepik

 대인기피증, 혹은 사회불안장애타인의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과도하게 확대된 상태를 말합니다.

 발표, 회의나 모임 등 공식적으로 타인 앞에 서야 하는 상황에서 극도의 긴장과 공포가 생기며, 심한 경우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이 뛰거나 손에 땀이 나는 등의 신체 반응이 동반됩니다. 이런 불편감이 반복되면 사람을 피하게 되고 사회적 관계 자체를 회피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사회불안장애는 생각보다 흔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인구의 약 7~10%가 생애 어느 시점에서 이 증상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이것을 성격 문제로 생각하고 지내다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이 문제는시선을 과장되게 해석하는 인지적 왜곡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발표 중 실수하면 모두 자신을 무능하다고 생각할 것이라는 믿음, 혹은 말이 어눌해지면 사람들이 자신을 이상하게 볼 것이라는 생각이 자동적으로 떠오릅니다. 이런 생각은 실제 근거보다 불안을 증폭시키며, 몸의 긴장을 더 강하게 만들어 스스로의 예측을 현실처럼 만들어버립니다.

 이러한 인지적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인지 재구성’이 필요합니다. 이는 생각의 틀을 점검하고 현실적으로 수정하는 과정입니다.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볼 것이라는 자동 사고가 들 때, 생각의 방향을 바꾸는 것입니다. 그럴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 더 집중한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를 꾸준히 반복하면 ‘타인의 평가’ 중심에서 ‘자신의 경험’ 중심으로 인식의 초점이 이동합니다. 이러한 전환이 바로 불안을 다루는 첫 단계입니다.

 다음으로는 노출 훈련을 하게 됩니다. 사회불안은 피하면 피할수록 커지기 때문에, 불안을 유발하는 상황에 점진적으로 노출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먼저 눈을 마주치며 짧게 인사하기 → 소규모 모임에서 한마디 의견 내기 → 회의 자리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 발표하기 순으로 단계적으로 목표를 설정합니다. 이 과정은 불편하지만, 반복될수록 뇌는 ‘이 상황이 실제로 위험하지 않다’는 사실을 학습하게 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체계적 탈감작’이라고 부릅니다. 처음에는 심장이 뛰고 손이 떨리지만, 반복될수록 신체 반응이 완화되고 자신감이 형성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노출 훈련을 ‘성공해야 한다’는 목표로 접근하지 않는 것입니다. 완벽한 수행보다는 불편한 감정을 견디는 연습 자체가 치료입니다. 실패한 경험처럼 느껴져도, 그 불안을 견디고 지나간 것만으로도 뇌는 긍정적인 학습을 합니다. 실제로 인지행동치료(CBT)는 이런 노출과 인지 재구성을 병행해 불안을 완화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검증되어 있습니다.

 사회불안장애에는 약물치료도 병행할 수 있습니다.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는 불안의 생리적 반응을 줄이고, 인지치료를 진행할 수 있는 심리적 여유를 만들어줍니다. 약물은 증상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장기적으로는 심리치료가 근본적인 변화를 이끕니다. 단, 약물 복용 여부는 개인의 상태에 따라 다르므로 전문가와의 상담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현대 사회는 사람과의 관계, 소통, 협업을 끊임없이 요구합니다. 사회불안장애는 타인에게 잘 보이려는 마음이 지나치게 긴장으로 전환된 결과입니다. 이 사실을 인식하고, 불안과의 거리를 조정해 나갈 때, 사람들 앞에서도 자연스럽게 자신답게 행동할 수 있습니다.

 

서울역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정희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