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Mail] 연속된 사업 실패, 재기를 위해 노력하지만 힘듭니다

정신의학신문 ㅣ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4년 전 크게 사업을 하다가 큰 부채가 생겼습니다. 해결할 방법이 없기에 극단적 선택을 생각했습니다. 정신과에 가서 약도 먹어봤지만 나아지지 않아서 그냥 매일 같이 죽어야 하나 했습니다. 그때 소울메이트 같은 사람이 있어서 그분이 저를 살렸고...다시 취업해서 1년간 월급쟁이로 일하면서 정신을 가다듬고, 지인들 도움으로 2년 전 다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크게 계약한 사업이 여러 가지 이유로 또다시 실패를 했고...지금 또한 새로운 아이템을 잡아서 다시 시작하고 있는데...마음만 급하고 압박감과 초조함이 심하니 4년 전보다 더 악화된 상태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4년 전보다 빚만 더 늘어난 상황이고...그 당시 저를 살렸던 소울메이트도 떠나고...많은 사람이 또 떠났습니다.

 지금은 또 다른 사람들과 새로운 사업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는데, 시간적인 여유가 필요하지만, 투자된 자금은 바닥이 났고...새로운 사업은 구체적인 방향과 차근차근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데...그래도 제가 압박감 때문에 매우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주위 새로운 사람들은 너무 급하게 마음 먹지 말라고 합니다. 저도 노력하면서 움직이지만 사업이 아직 성과가 나오지 않고, 거기에 재정적인 문제가 있다 보니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정신과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나 싶지만 정신과는 약만 주는 것 같아서 혼자 자가 치료를 하고 샤머니즘으로 하고 있네요. 신점과 사주팔자를 보면서 긍정적으로 버티려고 노력하는데...한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제가 스스로 멘탈 관리를 하기 위해 블로그도 만들고 혼자서 기록하면서 버티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답변)

 안녕하세요. 사연을 읽으며 얼마나 힘드셨을지 마음이 참 아픕니다. 큰 실패를 두 번이나 겪고, 그 과정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다시 일어서려 애쓰는 동안 느꼈을 깊은 절망과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버텨보려 노력하며 다시 사업을 시작하고 블로그로 마음을 다잡으려 하는 모습에서 새로 시작하고 싶은 소망과 의지가 느껴집니다. 이 사연을 보내주신 것 자체가 큰 용기이기에, 그 자체로도 이미 충분히 존중받아야 할 행동입니다.

 지금 느끼고 계신 압박감과 초조함은 상황에 대한 불안뿐만 아니라 과거의 실패 경험이 계속 마음을 짓누르기 때문에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또한 힘들 때 옆에서 힘이 되어주던 소울메이트가 떠나고 나니 외로움과 고립감도 더 깊어졌겠죠.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다시 일어서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연자님의 삶에 대한 애착과 재기에 대한 큰 바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연에 남겨주신 내용으로 보았을 때 정신과 치료가 약물에만 한정된다고 생각되어 치료에 더 소극적이신 것 같은데요. 하지만 정신과 치료는 단순히 약물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상담과 심리치료를 병행하여 근본적인 문제를 다룰 수 있습니다. 약물은 단기적으로 불안과 우울을 완화할 수 있고, 심리치료는 상황을 바라보는 방식을 재정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상담에 대한 문턱이 높게 느껴지신다면, 정신건강복지센터나 무료 심리 지원 서비스를 먼저 이용해 보시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지금처럼 고립감과 무기력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심리상담센터나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는 심리적 지지와 함께 구체적인 심리기술 훈련을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특히 사업 실패로 인한 트라우마와 상실감을 다룰 수 있는 심리상담을 통해 감정을 안전하게 표현하고 다루는 방법을 익히신다면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 하실 수 있는 마음 관리와 관련해서, 스스로 블로그를 통해 감정을 정리하고 기록하며 버티는 힘을 키우고 계신 점은 좋은 습관입니다. 다만 감정을 기록할 때, 조금 더 구조화된 방식으로 자신을 돌아보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늘 나를 힘들게 하는 감정이 무엇인지 먼저 적어보고, 그 감정이 얼마나 큰지 점수로 표현해 보세요. 그리고 그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지금 내 마음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정리하는 힘이 조금씩 생길 수 있습니다.

 사업 실패와 관계 상실이 겹치면서 자기 자신을 자책하거나 미래를 비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경향이 강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어려움 속에서도 스스로 노력하며 버티고 있는 나를 인정해 주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나는 왜 이렇게밖에 못할까”라고 자책하기보다는 “이 상황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있다”라고 자신을 다독여 주시면 어떨까요?

 압박감과 초조함을 줄이기 위해 하루에 꼭 해야 할 세 가지를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했을 때 스스로를 칭찬하며 기록해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작은 성취감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부담을 덜어낼 수 있습니다. 또한 너무 무겁게 느껴지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잠시 거리를 두고 마음을 쉬게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주변에서 “급하게 마음먹지 말라”는 조언을 해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 이유는 그 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억지로 무리하기보다는 잠시 멈추어 마음을 쉬어가는 것도 자신을 보호하는 중요한 방법입니다.

 한편, 재정적인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실적으로 점검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두 번의 큰 사업 실패로 인해 이미 상당한 부채가 누적된 상황이라면, 당장의 심리적 고통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재정적 부담도 상당히 클 것입니다. 무리한 사업 시도는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의 리스크와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사업의 수익성을 다시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소규모로 시작하여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도 고려해 보시면 어떨까요.

 또한 신용회복위원회나 재무 상담 센터를 통해 현재 재정 상태를 점검받고, 부채를 재조정하거나 상환 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한다면, 심리적으로도 압박감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혼자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공적 지원기관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건강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심리적, 재정적 관리를 통하여 지금 겪고 계시는 어려움과 마음의 부담을 조금씩 덜어나가시면 좋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본인의 가치를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연자님은 지금까지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난 강인한 분입니다. 그런 강점을 스스로에게 상기시켜 주면서, 상황을 조금 더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현실적인 도움을 받으실 수 있도록 전문가 및 관련 기관의 지원을 받으신다면 도움이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과정들을 통해서 사연자님께서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다시 나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합정꿈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장승용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