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장애와 공황장애 어떻게 다른가요

“불안장애와 공황장애는 같은 병 아닌가요?”

2025-11-25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의학신문 ㅣ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일러스트_freepik

“불안장애와 공황장애는 같은 병 아닌가요?”

 이런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두 질환 모두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막히며, 불안이 극도로 높아진다는 점에서 비슷하게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그 근본적인 메커니즘과 치료 접근이 상당히 다릅니다. 불안은 인간에게 위험을 감지하고 스스로를 보호하게 만드는 기본적인 감정이지만, 그 불안이 통제할 수 없을 만큼 강해지고, 일상생활을 제한할 정도로 지속될 때 우리는 그것을 ‘장애’로 진단합니다.

 불안장애는 말 그대로 불안을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정신과적 증상을 포괄하는 큰 개념입니다. 일반화된 불안장애, 사회불안장애, 특정 공포증, 강박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등이 모두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들은 불안의 대상이나 양상이 서로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위험’에 대한 과도한 긴장과 걱정이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일반화된 불안장애 환자는 뚜렷한 이유가 없어도 늘 불안한 상태를 유지합니다. “괜히 일이 잘못될 것 같다”, “가족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같은 막연한 걱정이 하루 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이런 만성적 불안은 신체적으로도 영향을 미쳐 두통, 어깨 결림, 불면, 소화불량 등의 증상을 동반합니다.

 반면 공황장애 ‘갑작스러운 불안의 폭발’이 주된 증상입니다. 어느 순간 이유 없이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숨이 막히며, 가슴이 조이는 듯한 통증이 찾아옵니다. 많은 환자들이 처음 이 증상을 경험할 때 “심장마비가 온 것 같다”며 응급실을 찾지만만 그러나 검사 결과는 대부분 정상입니다. 문제는 이런 ‘공황발작’이 한두 번으로 끝나지 않고 반복되면서 또 발작이 올까 봐 늘 불안해지는 것입니다. 이 두려움이 특정 장소나 상황을 회피하게 만들면 ‘광장공포증’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즉, 공황장애는 예측 불가능한 급성 발작과 그에 대한 극도의 예기불안이 특징입니다.

 불안장애가 장시간에 걸친 ‘지속적 긴장 상태’라면, 공황장애는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급성 공포 반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뇌과학적으로 보면, 불안장애는 편도체와 전전두엽 사이의 과도한 경계 신호로 인해 ‘지속적 위기 모드’가 유지되는 상태이며, 공황장애는 자율신경계가 순간적으로 폭주하면서 교감신경이 폭발적으로 활성화되는 현상입니다. 때문에 두 질환은 약물치료의 방향도 다소 다릅니다.

 불안장애의 경우 항불안제나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를 통해 장기적으로 신경계의 긴장 수준을 낮추는 치료가 주가 됩니다. 동시에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여 과도한 걱정 패턴을 조절하는 훈련을 진행합니다. 반면 공황장애는 초기에는 갑작스러운 발작을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입니다. SSRI 계열 약물과 함께 공황 발작 시 과호흡이나 신체감각에 대한 민감도를 낮추는 호흡훈련, 노출치료가 도움이 됩니다. 특히 심장이 빨리 뛰면 죽을 것 같다는 잘못된 생각을 조절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두 질환은 종종 함께 나타나기도 합니다. 불안장애가 오래 지속되면 예기불안이 심해지고, 결국 공황발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공황장애 환자가 반복된 발작에 대한 불안으로 일반화된 불안장애 양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불안장애든 공황장애든 전문가의 진단과 치료를 통해 충분히 조절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치료에 임하시기를 바랍니다.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우경수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