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의존증 극복할 수 있습니다
정신의학신문 ㅣ 최명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하루의 스트레스를 잊기 위해 마시는 한 잔의 술이 없으면 잠들기 어려운 순간이 있습니다. 알코올 의존은 생물학적 기반을 가진 뇌 질환입니다. 정신건강의학적으로 볼 때, 중독은 뇌의 보상회로가 변화하면서 생기는 만성적 신경 질환으로 절제력만으로 극복하기가 어렵습니다.
알코올은 섭취 즉시 뇌의 보상중추인 중뇌 변연계에 작용합니다. 특히 도파민이 분비되는 복측피개영역(VTA)과 측좌핵(Nucleus accumbens)이 활성화되면서 일시적인 쾌감을 제공합니다. 이때의 기분 좋은 느낌은 뇌가 ‘이 행동은 다시 해야 한다’고 학습하는 강화 신호입니다. 반복적인 음주는 이 보상회로의 민감도를 점점 떨어뜨리고, 자연스러운 즐거움에서는 쾌감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고 술이 없으면 무기력하고 불안해지는 상태가 찾아오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뇌의 전전두엽 기능이 약화되면서 자기통제력 또한 감소합니다. 즉, ‘술을 끊어야 한다’는 인식은 남아 있지만, 충동을 조절하는 뇌의 능력이 저하되어 행동이 따르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알코올 의존증 환자에게 금주는 결심만으로는 어렵습니다. 뇌가 이미 알코올에 의해 구조적 변화를 겪었기 때문에, 치료는 반드시 의학적 개입과 병행되어야 합니다.
알코올 중독은 정신적 고통이나 불안을 잠시 마비시키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그 배경에는 종종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가 동반되어 있습니다. 실제 임상에서는 알코올 의존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기분장애가 함께 나타납니다. 따라서 술이 충족해주던 심리적 욕구를 다른 방식으로 채우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인지행동치료(CBT)는 이러한 점에서 중요한 치료 도구입니다. 술을 마시게 되는 상황과 생각의 패턴을 인식하고, 대체 행동을 학습함으로써 점차 음주 행동을 조절하도록 돕습니다.
최근에는 뇌의 신경학적 변화에 직접 작용하는 약물치료도 병행됩니다. 대표적으로 나트렉손(naltrexone)과 아캄프로세이트(acamprosate) 같은 약물은 알코올 섭취 시 느끼는 쾌감을 줄이거나, 금단증상을 완화하여 재발을 방지합니다. 이와 함께 수면의 질을 개선하고 불안을 완화하는 보조적 약물 치료가 이뤄지기도 합니다. 치료의 목적은 뇌가 다시 정상적인 보상 시스템을 회복하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갖는 일입니다. 그런데 알코올 의존은 그 특성상 스스로 술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스트레스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나는 통제할 수 있다는 식의 합리화를 자주 보입니다. 가족이나 동료가 이 변화를 먼저 감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술이 없으면 불안하거나, 계획한 음주량을 지키지 못하거나, 음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긴다면 이미 의존 단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치료받을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합니다. 알코올 의존증은 재발률이 높은 만성 질환이지만, 꾸준한 치료와 가족의 지지,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병행한다면 극복할 수 있습니다.
건대하늘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최명제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