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가 몸으로 나타나는 신체화 증상의 이해와 관리
정신의학신문 ㅣ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일상에서 이유 없이 반복되는 두통, 소화불량, 근육 통증, 만성 피로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받아도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을 때, 환자와 가족은 당혹감과 좌절감을 느낍니다. 이런 경우 흔히 정신적 스트레스가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는 ‘신체화 증상’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신체화 증상은 단순한 신체적 질병이 아닌, 마음의 긴장과 불안이 신경계와 내분비계를 통해 신체적으로 표현된 현상입니다.
신체화 증상은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반복되는 스트레스는 교감신경계를 과도하게 활성화시켜 근육 긴장, 혈압 상승, 소화기계 기능 변화 등을 유발합니다. 예를 들어, 만성적인 긴장 상태는 두통과 어깨 결림을 초래하고, 불안과 우울은 장운동 변화를 통해 설사나 변비, 속쓰림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지속적 분비는 면역 기능을 저하시켜 잦은 감염과 피로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신체화 증상은 흔히 반복적이고 만성적이며, 환자가 통제할 수 없다는 느낌을 주어 불안과 스트레스를 더욱 강화하는 악순환을 형성합니다.
진단 과정에서는 환자의 병력과 생활사, 정신적 스트레스 요인을 면밀히 평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복적인 신체 증상에도 불구하고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는 사실은 환자가 느끼는 고통을 경시하는 신호가 아니며, 증상의 심리적 기전을 이해하는 단서가 됩니다. 정신과 전문의는 환자와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 불안, 우울, 스트레스 요인을 확인하고, 증상이 발생하는 상황과 패턴을 함께 분석합니다. 가족과 직장, 학교 등 환경적 요인도 중요한 평가 항목입니다.
신체화 증상의 관리와 치료는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병행하는 통합적 접근이 효과적입니다.
단기적 증상 완화를 위해 근육 이완제, 진통제, 소화제 등의 약물 사용이 필요할 수 있지만, 장기적 해결을 위해서는 스트레스 조절과 인지적 접근이 동반돼야 합니다.
인지행동치료는 환자가 증상을 과도하게 해석하거나 걱정하는 방식을 수정하고, 신체 감각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며 불필요한 불안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또한 이완 훈련, 호흡법, 명상, 점진적 근육 이완과 같은 스트레스 완화 기술은 교감신경계 과활성화를 줄이고 증상의 빈도와 강도를 낮춥니다.
생활습관 관리 역시 중요합니다. 규칙적 수면, 균형 잡힌 식사, 적절한 운동은 신체화 증상의 완화와 전반적인 정신 건강 회복에 기여합니다. 과도한 카페인, 알코올, 흡연은 신체적 긴장을 강화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사회적 지지망 확보는 환자가 자신의 증상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의 공감과 지원은 환자가 불안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경험을 쌓게 하고, 증상 악화를 예방합니다.
환자 자신과 주변이 증상을 심리적 요인과 연결 지어 이해하면 신체화 증상은 통제할 수 있는 상태로 바뀌게 됩니다. 전문가와의 상담, 스트레스 관리, 심리치료를 통해 환자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초기에 치료를 하면, 증상의 만성화를 예방할 수 있고 직장 및 가정생활에서의 기능도 더 잘 회복할 수 있습니다.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전형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