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뇌도 춤추게 한다

2025-10-15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의학신문 ㅣ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일러스트_freepik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 말을 음악과 뇌에 적용해서 “음악은 뇌도 춤추게 한다”로 바꿔보고자 합니다. 음악이 우리 뇌에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미치고, 뇌의 활성화를 돕는 작용을 하기 때문입니다.

 개인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음악의 장르나 음악을 듣는 빈도는 다를 수 있지만, 우리는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 기분이 좋아지고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운동할 때, 길을 걸을 때, 모임을 가질 때, 공부하거나 일할 때, 샤워할 때 등 음악은 우리 생활 곳곳에서 함께 합니다. 음악은 우리가 있는 공간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데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줍니다. 그래서 어떤 회사들에서는 사무실에 잔잔하게 배경음악을 틀어놓고 업무를 진행하기도 하고, 개발자를 비롯해 개인적인 업무가 많거나 집중이 필요한 업무를 담당하는 직군들은 사무실에서 이어폰을 꽂고 일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음악을 듣는 것이 작업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하지만, 생산성을 높이고 집중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음악은 뇌의 좌뇌와 우뇌 반구를 활성화하며 양쪽 반구 사이의 연결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집니다. 일반적으로 좌뇌는 언어와 수학과 같은 논리적인 사고를, 우뇌는 감정과 예술적, 창의적, 직관적인 분야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음악을 듣거나 연주할 때는 이 양쪽 반구가 모두 활성화되며 추상적 사고와 판단을 담당하는 전두엽, 청각과 감각 언어, 기억을 관장하는 측두엽, 공간 감각 및 신체 근육과 관련된 두정엽, 시각중추인 후두엽, 운동감각 및 정서를 담당하는 소뇌와 같은 뇌의 모든 영역이 전반적으로 관여합니다.

 또한 음악은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도파민 분비를 활성화합니다. 도파민은 즐거움, 욕망, 쾌락 등이 충족될 때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로, 음식을 먹거나 성관계를 맺는 것 같은 상황에서 발생합니다. 그런데 직접적으로 물질을 섭취하거나 행동을 하는 상황이 아닌 음악을 통해서도 도파민이 분비될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마약, 알코올, 니코틴, 카페인, 음란물, 도박행위와 극단적인 자극에 의한 도파민 분비에 익숙해질 때 우리는 중독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즐거움이나 자극이 부족할 때 중독에 더욱 취약해지기 쉽습니다. 그렇기에 음악이 맛있는 음식, 즐거운 취미활동 등과 함께 활력과 즐거움을 주고 도파민 분비를 통해 삶을 윤택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음악이 최고조에 달할 때, 혹은 예측하는 화성대로 흘러갈 것이라는 예상을 하면서 그 예상이 맞거나 틀릴 때 느끼는 감정, 적당한 긴장감과 희열은 도파민을 더 활성화합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배경음악이 중요한 이유도 바로 그런 까닭이겠지요. 공포영화에서는 긴장감과 몰입감을 한껏 고조시키고, 로맨스나 멜로물에서는 주인공들이 느끼는 사랑과 설렘의 감정을 그대로 전해주는 달콤하고 행복한 선율과 리듬의 배경음악이 깔립니다. <시네마 천국>은 영화만큼이나 훌륭한 OST로 유명합니다. 영화음악계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을 듣다 보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추억에 젖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영화 <스타 이즈 본>에서 레이디 가가와 브래들리 쿠퍼가 부른 ‘Shallow’와 레이디 가가의 솔로곡 ‘I’ll never love again’은 깊은 인상을 남기며 대중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음악을 연주하거나 들을 때 우리는 상상력과 정서가 풍부해지고 공감, 너그러움, 조화로움을 추구하게 됩니다. 이는 음악이 사회적 상호작용에 관여하는 옥시토신 분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기분과 일치하는 음악은 우리가 감정을 더 잘 인식하고 다룰 수 있게 돕습니다.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의 음악 심리학자 리알라 트로피(Liila Taruffi)는 슬픈 음악이 우울하거나 슬픈 감정을 위로하고 그런 감정들에서 벗어나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옥시토신은 이별, 상실과 같은 고통스러운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돕고, 사랑과 신뢰의 감정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 ‘사랑 호르몬’이라고도 합니다. 최근에는 옥시토신이 사회성과 자신감 향상,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안정을 찾는 데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서 슬플 때 이별에 관한 노래를 듣거나 우울할 때 더 슬픈 노래를 듣는 것처럼 우리가 일상적으로 해왔던 행동 이면에 사실은 음악을 통한 이런 호르몬의 작용이 숨어있었던 것입니다.

 음악은 인지기능 향상 효과도 가집니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음악을 듣거나 연주하는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기억력을 증진한다는 결과가 여럿 보고되었습니다. 또한 신생아의 뇌 발달과 학업능력 향상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처럼 음악이 뇌의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치며 많은 역할을 하는 것은 음악이 단순히 청각 영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공감각적 심상을 활용하는 활동을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음악을 연주할 때는 촉각 피질이, 악보를 볼 때는 시각피질이, 가사를 짓거나 생각할 때는 언어를 담당하는 베르니케 영역이 활성화되는 식으로 말이죠. 음악을 들으며 리듬에 맞춰 자연스럽게 몸을 흔들면서 춤을 추면 뇌와 몸의 더 많은 부분이 관여하게 되겠죠.

 그렇다면 어떤 종류의 음악을 듣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될까요? 클래식 음악을 비롯한 특정 종류의 음악만이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각자의 취향과 선호에 따라 심신의 안정과 뇌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음악의 종류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긍정적인 정서를 불러일으키며 주의집중에 도움이 되는 음악이라면 효과적인 음악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평소 음악과 다소 거리가 있는 분이라면 다양한 음악을 접하고 들으면서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는 것부터 시작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음악을 찾아 들을 수도 있고,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음악을 추천해달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음악을 듣는 것을 넘어 관련된 활동을 하고 싶다면 LP바, 레코드 가게나 악기상 등을 방문해서 음악을 듣고 악기를 접해 볼 수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악기를 연주하거나 합창단, 동호회 활동을 하며 음악을 매개로 사회적 교류를 넓혀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음악이 우리의 몸과 마음뿐만 아니라 뇌에도 많은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음악과 함께 하는 풍성하고 즐거운 삶을 꾸려나가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서울역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정희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