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왜 생길까요?

2025-09-20     최준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의학신문 ㅣ 최준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일러스트_freepik

 우울증은 우리의 생각, 감정, 신체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인 질환입니다.

 우울증은 마치 여러 조각의 퍼즐이 맞춰져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듯 다양한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발생합니다. 하나의 원인만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여러 요인들이 상호작용하여 우울증이라는 그림을 만들어낸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 뇌에는 기분, 수면, 식욕, 인지 기능 등을 조절하는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이 존재합니다. 특히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과 같은 물질들은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며 기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우울증 환자의 뇌에서는 이러한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깨져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울증 약들은 이러한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맞추는 데 초점을 둡니다.

 가족 중에 우울증을 앓은 사람이 있다면 본인도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다소 높아지는데, 이는 우울증이 특정 유전자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하지만 유전적 소인이 있다고 해서 모두 우울증에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유전자는 우울증에 대한 '취약성'을 높일 뿐 환경적 요인과 상호작용하여 발병 여부가 결정됩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도 우울증의 강력한 유발 요인입니다. 실직, 이혼, 사별과 같은 큰 삶의 변화나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우리의 뇌는 스트레스에 취약해집니다. 어린 시절의 학대, 방임, 따돌림과 같은 심리적 트라우마 역시 뇌 발달에 영향을 미쳐 성인이 되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뇌의 스트레스 반응 시스템을 과도하게 활성화시키거나 손상시켜 우울증 발생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우울증에 취약한 성격도 있습니다. 비관적이거나 부정적인 사고방식, 완벽주의적인 성격, 지나치게 자신을 탓하는 경향,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큰 성격이 그렇습니다. 성격 특성 자체가 우울증을 일으킨다기보다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더욱 증폭시키고 대처 능력을 약화시켜 우울증 발생에 기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울증은 신체 질환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당뇨병, 심혈관 질환, 암, 만성 통증 등 특정 질병을 앓고 있는 경우 우울증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체적인 고통과 질병으로 인한 삶의 제약, 그리고 치료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우울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또 일부 약물이나 호르몬 변화도 우울증 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황,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 불우한 가정 환경 등도우울증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특히 관계에서의 어려움이나 외로움은 우울증을 심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이처럼 우울증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복잡한 질환입니다. 어느 한 가지 이유만으로 우울증이 생긴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개인마다 우울증이 발병하는 배경과 원인은 다를 수 있습니다. 우울증은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적절한 치료를 통해 개선해 나가시기를 바랍니다.

 

삼성양재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최준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