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성 성격장애] 우울증, 불안장애 등 다른 질환 동반하기도

2025-08-18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의학신문 ㅣ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일러스트_freepik

 오늘은 일상적으로 말하는 ‘누군가에게 지나치게 의지하는’ 행동이 단순한 성향이 아니라, 의존성 성격장애라는 심리적 특성을 반영하는 경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 장애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고, 대인관계 안에서 조용히 작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본인이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의존성 성격장애를 가진 분들은 스스로 결정을 내리거나 책임을 지는 것에 대해 극심한 어려움을 느낍니다. 사소한 선택조차도 타인의 승인이나 지시에 의존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옷을 입을지,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지 같은 일상적인 문제에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의견을 묻고, 그들의 결정에 따르려 합니다. 이러한 의존성은 단순히 겸손하거나 배려심이 많은 것을 넘어, 자신의 의견이나 판단에 대한 확신이 결여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의존성은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혼자 있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버림받을까 봐 불안해합니다. 그래서 갈등 상황을 회피하고, 상대방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자신의 의견이나 감정을 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자신에게 해가 되는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혼자 남겨질까봐 그 관계를 끊지 못하고 계속해서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마치 세상에 혼자 남겨진 아이처럼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매달려 보호받으려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죠. 이러한 지나친 의존성은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살아가면서 서로에게 의지하고 도움을 주고받습니다. 이것은 건강한 관계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의존성 성격장애의 경우, 그 정도가 지나쳐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가지 못하게 됩니다. 직업을 선택하는 문제, 주거지를 결정하는 문제, 심지어 배우자를 선택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타인의 영향력 아래 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지 못하거나, 알아도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이런 의존성이 생겨나는 걸까요?

 어린 시절의 경험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율적인 행동을 지나치게 억압받았거나, 스스로 무언가를 했을 때 반복적으로 비난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 혹은 부모가 모든 것을 결정해 주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기회를 갖지 못했던 경우 등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나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다른 사람이 나를 책임져 줘야 해"와 같은 믿음을 형성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분들은 우울증, 불안장애 등 다른 정신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끊임없이 타인의 지지를 갈구하고, 자신이 버려질까 봐 두려워하는 삶은 정신적으로 매우 지치고 힘든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불안감과 무력감은 결국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자존감을 갉아먹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인지행동치료, 정신역동 치료 등을 통해 자신의 패턴을 이해하고, 건강한 자율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스스로의 강점을 발견하고, 작은 결정부터 시작하여 점차적으로 자신의 삶을 주도해 나가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전형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