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약은 얼마나 먹어야 하나요?

2025-07-28     김영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의학신문 ㅣ 김영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일러스트_freepik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우울증이 나아진 후 6개월 더' 입니다.

 우울증은 재발이 무서운 병입니다. 치료받으면서 증상이 나아졌다고 곧바로 약을 중단한 경우, 반년 안에 40% 가량의 환자분들이 재발한다고 알려져 있죠. 또 우울증은 재발하면 재발할수록 더 위험성이 커지는 병입니다. 같은 치료를 하더라도 치료효과가 점점 떨어지고, 재발 횟수가 늘어날 수록 그 이후의 재발 위험성이 더더 올라갑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의 증상해결 뿐 아니라 차후의 재발방지도 중요한 치료목표 중 하나가 되는 것이죠.

 현재 우울증 재발을 막기 위한 방법 중 가장 효과가 입증된 것은 약물치료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증상 호전 후 6개월 이상 유지치료를 시행하면, 재발률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는 건 여러 연구결과들이 증명해주고 있죠. 그래서 우울, 불안, 불면 등 처음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게 된 여러 어려움들이 다 나아진 이후에도 약물 투여를 지속해야 합니다. 잘 골라져보이는 땅도 충분히 다져져있지 않다면, 바람이 불거나, 폭우가 쏟아졌을 때 움푹움푹 다시 패이게 됩니다. 현재 나의 마음 상태가 잘 골라져있다고 해도, 이를 더욱 단단하게 다질 수 있는 기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는 것이죠.

'나는 아무 문제 없는데 왜 약을 먹어야해요? '약 며칠 안 먹어봤는데도 괜찮던데요?'

 유지치료를 하다보면 이런 말씀들을 자주 듣습니다. 우울증상이 완전히 나아지신 분들은 약을 며칠 빠뜨린다고 해서 곧바로 재발하지 않습니다. 물론 약의 용량이나 종류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우울증 치료 자체가 약이 끊기고 하루 이틀만에 의미가 없어져버리는 경우는 없거든요. 그래서 며칠 약을 안 드셔 보신 후에 '이제 약을 안 먹어도 괜찮구나, 끊어도 되겠구나' 생각에 자의로 약물을 중단하시는 경우가 상당히 많죠. 하지만 치료가 끊긴 후 몇 주, 몇 달의 시간을 지내다 보면, 유지치료를 안 하신 분들 중 상당 수가 재발이라는 안 좋은 결과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의학에 100%라는 건 없을 겁니다. 유지치료를 한다고 재발률이 0%가 되는 것도 아니구요. 하지만 의사들은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길, 그런 확률이 높은 길로 환자분들을 이끌어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증상이 좋아진 이후에도 치료가 끝난 것이 아니고, 끝까지 치료를 잘 마치셔야 한다고 말씀드립니다.

'우울증 증상 호전', '차후의 재발방지' 둘 다 모두 중요합니다.

 

삼성공감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강남점 ㅣ 김영돈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