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치료] 치매 완치가 가능한가요

2025-07-21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의학신문 ㅣ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일러스트_freepik

 치매는 흔히 '기억을 잃어가는 병'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치매는 많은 분들에게 두려움과 절망을 주는 질환이지요. 과거에는 치매 진단이 곧 치료할 수 없는 병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의학의 발전과 끊임없는 연구 덕분에, 치매는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 꾸준한 관리를 통해 증상의 진행을 늦추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모든 치매가 비가역적인 것은 아닙니다. 전체 치매 환자의 약 10~15%는 적절한 치료를 통해 완치가 가능한 가역성 치매에 해당합니다. 예를 들어, 뇌수두증, 갑상선 기능 저하증, 비타민 결핍, 심한 우울증 등으로 인한 치매는 원인을 치료함으로써 인지 기능이 회복될 수 있습니다. 특히 우울증에 의한 가성치매의 경우, 우울증 치료만으로도 인지 기능과 함께 삶의 의욕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치매가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혼자 고민하기보다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원인을 찾아보시기를 바랍니다.

 가장 흔한 치매 유형인 알츠하이머병은 아직 근본적인 완치법이 개발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증상을 완화하고 병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데 효과적인 약물들이 활발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 등의 약물은 뇌 내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양을 증가시켜 인지 기능을 개선하고 기억력 저하를 늦추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는 특히 경도 및 중등도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효과적입니다.

· NMDA 수용체 길항제

 메만틴은 중등도에서 중증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인지 기능 및 행동 증상 개선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최근 개발된 신약들의 소식은 고무적입니다. 특히 '레켐비(레카네맙)'와 같은 신약은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 물질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직접 제거하는 기전으로 작용합니다. 이는 기존 약물들이 증상 완화에 초점을 맞췄던 것과 달리, 치매의 근본적인 원인에 접근하는 치료법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레켐비는 경도인지장애부터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적용되며, 꾸준한 정맥주사를 통해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축적을 줄여 병의 진행을 늦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치료제들의 등장은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혈관성 치매는 뇌혈관 질환으로 인해 뇌세포가 손상되어 발생하는 치매입니다. 안타깝게도 한번 손상된 뇌세포는 회복이 쉽지 않기 때문에, 혈관성 치매는 다른 유형의 치매와 달리 완치보다는 예방과 악화 방지에 중점을 둡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흡연 등 뇌혈관 건강을 위협하는 위험 요인들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아스피린과 같은 혈소판 응집 억제제나 항응고제, 혈류순환 개선제 등을 통해 뇌졸중의 재발을 막고 혈관 건강을 지키는 것이 핵심입니다. 또한, 인지 훈련과 재활 치료를 병행하여 남아있는 인지 기능을 유지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00여 개 이상의 치매 치료제 후보 물질이 임상시험 단계에 있으며, 특히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아밀로이드 베타 외에도 타우 단백질, 신경 염증, 미세아교세포 기능 이상 등 다양한 발병 기전을 표적으로 하는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줄기세포 치료, 유전자 치료, 그리고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등 혁신적인 접근 방식 또한 시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는 단순히 증상 완화를 넘어 치매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고, 나아가 예방까지 가능하게 할 궁극적인 치료법을 찾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치매는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 그리고 꾸준한 예방 노력이 병행된다면, 분명히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환자분 개개인에 맞는 치료를 해 나간다면 소중한 기억을 지키고 건강하게 살아가실 수 있습니다.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우경수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