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과 소아청소년 ADHD 증상의 공통점과 차이점
정신의학신문 ㅣ 최치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요즘 일에 집중이 안 됩니다. 머리가 멍하고, 메일을 열었다 닫았다 반복만 하네요. 중요한 회의에서 딴 생각을 하다가 상사에게 혼나기도 했습니다. 학교 다닐 때도 수업 시간에 집중이 잘 안 되고, 실수도 잦았던 것 같긴 한데, 그땐 그냥 제가 게으른 사람이라 그런 줄 알았어요. 그런데 최근 우연히 ‘성인 ADHD’라는 말을 듣고 검색해보니 제 이야기 같았습니다. 혹시 저는 성인 ADHD를 앓고 있는 건가요?”
직장인을 포함한 많은 성인분들이 성인 ADHD를 의심하며 진료실을 찾습니다. 현재는 ADHD를 소아청소년기에만 나타나는 질환으로 보지 않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아동기에 ADHD 진단을 받았던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은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증상과 기능의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거에는 ‘크면 좋아진다’고 여겨졌지만, 이제는 ADHD를 성인기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신경발달장애로 이해합니다.
그렇다면 성인 ADHD의 증상은 소아청소년과 어떻게 다를까요? ADHD의 핵심 증상인 부주의, 과잉행동, 충동성은 소아청소년기와 성인기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이 어떻게 표현되는지, 그리고 일상에서 어떤 어려움으로 나타나는지는 연령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ADHD 초등학생은 수업 시간에 돌아다니고, 숙제를 빠뜨리며, 친구를 툭 치거나 순서를 기다리지 못하는 등 눈에 잘 띄는 행동을 주로 보입니다. 그래서 부모나 선생님이 비교적 쉽게 아이의 어려움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반면 성인이 되면 회의 도중 자리를 뛰쳐나가지는 않지만, 딴생각을 하고 다리를 떨거나 손을 꼼지락거립니다. 때론 말이 많아지거나 충동적으로 실언을 하기도 하고, 중요한 회의 일정을 잊거나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등 겉으로는 덜 드러나지만 본인에게는 분명한 어려움으로 다가옵니다.
ADHD의 핵심 증상으로 설명하자면 소아청소년기에는 과잉행동과 충동성이 눈에 띄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성인기에는 과잉행동은 줄고 부주의 증상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래서 소아청소년기에는 주로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아이의 문제를 먼저 인지하고 병원을 찾는 반면, 성인기에는 스스로 일상에서의 불편함을 느껴 진료실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려움이 나타나는 영역도 연령에 따라 다릅니다. 아이들은 ADHD 증상으로 인해 학업 성취가 낮아지고, 또래와의 갈등을 자주 경험합니다. 때로는 부모나 교사에게 반항하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하지요. 반면 성인은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고, 약속이나 마감 기한을 잘 지키지 못하며, 시간과 금전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러한 반복적인 실패 경험은 이직의 반복, 인간관계의 갈등, 낮은 자존감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때로는 충동적인 결정이나 행동으로 인해 법적 문제에 휘말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진단 방식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아이의 경우 부모와 교사의 관찰 보고서, 행동 척도, 면담과 검사 등을 종합해 진단합니다. 반면 성인에서는 본인이 직접 작성하는 자기 보고형 척도를 많이 활용합니다. 다만 성인기 ADHD 진단하려면 어린 시절부터 ADHD 증상이 존재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성인 ADHD는 우울, 불안, 중독 등 다른 정신질환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감별 진단이 중요합니다.
이렇듯 ADHD는 과잉행동, 충동성, 주의력의 어려움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그 표현 양상은 나이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ADHD는 ‘어른이 되면 사라지는 병’이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될 수 있는 신경발달 특성’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일상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정확히 인식하고, 적절한 진단과 치료, 환경 조정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입니다. 다행히도 적절히 개입으로 성인 ADHD 증상 강도와 그로 인한 일상생활의 어려움은 충분히 줄일 수 있습니다. 집중이 어렵고 직장 생활이나 대인 관계에서 반복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와 상담해 보길 권합니다.
서울알파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최치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