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약] 정신과 약물에 대한 오해

2025-06-22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의학신문 ㅣ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freepik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시는 분들께 약물 치료를 권하면 대부분의 환자분들은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십니다. 약을 먹으면 끊기 어렵지 않은지, 약이 뇌를 망가뜨리지는 않는지 등의 걱정을 하곤 하십니다. 이러한 오해와 편견 때문에 꼭 필요한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해 증상이 악화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정신과 약물은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그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었으며, 현대 의학에서 중요한 치료 도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정신과 약물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들을 팩트를 통해 바로잡고, 왜 이러한 약물들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설명해 드리고자 합니다.

 

오해 1: 정신과 약은 한 번 먹으면 끊기 어렵고, 평생 먹어야 한다?

팩트: 모든 정신과 약물이 평생 복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질환의 종류, 증상의 심각성, 재발 위험도 등에 따라 치료 기간은 크게 달라집니다.

급성기 치료 시 심한 증상을 빠르게 완화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지 치료 시 증상이 호전된 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 기간 약물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우울증, 조울증 등은 재발률이 높으므로 유지 치료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만성 질환 관리 치료 시 당뇨, 고혈압처럼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는 일부 질환(예:조현병, 일부 양극성 장애)은 장기적인 약물 복용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치료 기간은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개인별로 결정되며, 증상 호전 시 서서히 약물 용량을 줄여나가거나 중단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의존성에 대한 오해는 일부 약물(항불안제)의 경우 갑작스러운 중단 시 금단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점진적 감량이 필요하다는 점이 와전된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의 지도하에 안전하게 감량할 수 있습니다.

 

오해 2: 정신과 약은 뇌를 손상시키고 몸에 해롭다?

팩트: 정신과 약물은 뇌 기능을 손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뇌의 신경전달물질 불균형을 조절하여 기능을 정상화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대부분의 정신과 약물은 뇌 세포를 파괴하거나 손상시키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정신 질환이 뇌 기능에 장기적인 악영향을 미치거나, 인지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약물처럼 정신과 약물에도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복용 초기에 나타나거나 일시적인 경우가 많으며, 대부분 예측 가능하고 관리가 가능합니다. 전문의는 환자분과의 상담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효과를 극대화하는 용량을 찾아줍니다. 약물로 인한 심각한 장기적 손상은 매우 드뭅니다.

 

오해 3: 정신과 약을 먹으면 사람이 멍해지고, 감정이 없어진다?

팩트: 올바른 용량의 정신과 약물은 환자를 멍하게 만들거나 감정을 무디게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과도한 불안이나 우울, 혼란스러운 사고 등으로 인해 억눌려 있던 본래의 감정과 사고 능력을 되찾도록 돕습니다.

 일부 약물(특히 치료 초기 일부 항불안제나 고용량의 항정신병 약물)은 일시적으로 졸림이나 진정 작용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대개 초기 반응이거나 용량을 조절하여 개선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정상적인 감정 반응까지 억제하는 것은 약물 치료의 목표가 아닙니다. 약물은 병적인 수준의 고통스러운 감정을 완화하고, 환자분이 다시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오해 4: 정신과 약은 중독성이 강해서 끊을 수 없다?

팩트: 모든 정신과 약물이 강한 중독성을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항불안제(신경안정제)의 일부는 벤조다이아제핀 계열의 항불안제는 장기간 고용량으로 복용 시 의존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의는 이 약물의 처방에 매우 신중하며, 필요시 최소 용량으로 단기간 처방하거나, 서서히 감량하여 중단하도록 지도합니다.

다른 약물들(항우울제, 기분 안정제, 항정신병 약물, ADHD 약물)은 의존성이나 중독성이 거의 없습니다. 다만, 갑작스러운 중단 시 금단증상이 아닌 불편감이나 증상 악화가 나타날 수 있어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점진적으로 용량을 줄여야 합니다. 이는 약에 대한 의존성이 아니라, 약을 통해 조절되던 뇌의 균형이 갑자기 깨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오해 5: 정신력으로 이겨내야지, 약물은 나약한 사람들이 먹는 것?

팩트: 정신 질환은 의지의 문제가 아닌 뇌의 생물학적, 신경학적, 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입니다.

 신체 질환에 대한 치료를 나약하다고 여기지 않듯이, 정신 질환에 대한 약물 치료 역시 질병의 증상을 완화하고 뇌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필요한 의학적인 조치입니다.

 오히려 정신력으로만 버티려다가 병을 키우고 만성화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은 자신을 위한 현명한 방법입니다.

 

 정신과 약물은 환자분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분명 도움을 줍니다. 약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잘못된 정보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전문의와 환자분 사이의 신뢰를 바탕으로 정확한 진단과 올바른 처방을 받고, 궁금한 점은 질문해나가며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합정꿈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장승용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