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불안장애] 원인, 증상과 치료 방법
정신의학신문 ㅣ 최준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이 너무 두렵거나, 낯선 사람과의 만남에서 심한 불안감을 느끼고,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대한 과도한 걱정으로 사회생활이 힘들어진 경험이 있으신가요? 이러한 감정은 단순히 '소심한 성격'이라고 치부하기 어려운, '사회불안장애'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회불안장애는 과거 '사회공포증'으로 불리던 질환으로, 특정 사회적 상황에 대한 극심한 공포와 불안으로 인해 해당 상황을 회피하게 되고, 결국 개인의 사회생활과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정신 질환입니다.
이 칼럼에서 사회불안장애의 원인과 구체적인 증상, 그리고 효과적인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회불안장애의 원인
사회불안장애의 명확한 단일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지만, 여러 생물학적, 심리적, 환경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1. 생물학적 요인
-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 뇌에서 감정과 기분을 조절하는 세로토닌,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은 사회불안장애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됩니다. 특히 불안과 공포 반응에 관여하는 뇌 영역인 편도체의 과민한 반응도 관련이 있다고 추정됩니다.
- 유전적 요인: 가족력이 있는 경우 사회불안장애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는 유전적 취약성이 불안 반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2. 심리사회적/환경적 요인
- 어린 시절의 경험: 어린 시절 사람들 앞에서 심하게 망신을 당했거나, 비판적이고 과보호적인 양육 환경에서 자란 경우, 타인의 시선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을 학습하게 될 수 있습니다.
- 인지적 왜곡: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타인의 시선에 대한 과도한 해석, 완벽주의적 성향 등 왜곡된 인지 방식이 불안을 증폭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예를 들어, 작은 실수에도 '남들이 나를 비웃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식입니다.
- 학습된 행동: 불안한 상황을 회피하는 행동이 반복되면서 불안에 대한 내성이 낮아지고, 결국 더 큰 불안을 느끼게 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사회불안장애의 주요 증상
사회불안장애의 증상은 특정 사회적 상황에 노출되거나 노출될 것이 예상될 때 나타나는 극심한 공포와 불안입니다. 이러한 불안은 실제 위험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과도하며,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되어야 합니다.
1. 정신적 증상
- 타인에게 수치스럽거나 당황한 모습(예: 얼굴 붉어짐, 손 떨림)을 보일까 봐 극도로 두려워합니다.
- 다른 사람에게 부정적으로 평가받거나 거부당할까 봐 심하게 걱정합니다.
- 특정 사회적 상황(예: 발표, 모임, 식사, 낯선 사람과의 대화)을 회피하거나, 극심한 불안감 속에서 겨우 견딥니다.
- 남들 앞에서 자신의 행동을 과도하게 의식하고 눈치를 봅니다.
- 사람이 많은 장소나 주목받는 상황에서 공포를 느낍니다.
2. 신체적 증상
- 심장 두근거림, 빠른 호흡, 가슴 답답함
- 얼굴 붉어짐, 땀 흘림, 손 떨림, 목소리 떨림
- 메스꺼움, 복통, 설사 등의 위장 장애
- 근육 긴장, 어지럼증, 현기증
- 입마름, 두통
이러한 증상들로 인해 환자들은 학업, 직업, 대인관계 등 사회생활 전반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심한 경우 우울증, 알코올 중독 등 다른 정신과 질환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사회불안장애의 치료 방법
사회불안장애는 효과적인 치료법이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어, 적절한 치료를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치료는 주로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때 가장 좋은 효과를 보입니다.
1. 약물치료
-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사회불안장애의 1차 치료제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항우울제입니다. 뇌 내 세로토닌 농도를 조절하여 불안을 줄이고 기분을 안정화시킵니다.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지만, 장기적인 불안 완화에 효과적입니다.
- 벤조디아제핀 계열 항불안제: 급성적인 불안 증상을 빠르게 완화시키는 데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의존성이나 내성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단기간 또는 필요할 때만 복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베타 수용체 차단제: 발표 불안과 같이 특정 수행 상황에서 나타나는 신체적 증상 (심장 두근거림, 손 떨림 등)을 조절하는 데 사용될 수 있습니다.
2. 심리치료
- 인지행동치료(CBT): 사회불안장애 치료에 가장 효과적이고 널리 사용되는 치료법입니다. 불안을 유발하는 비합리적인 생각(인지적 왜곡)을 찾아내어 합리적으로 바꾸고, 두려워하는 사회적 상황에 점진적으로 노출(노출 치료)되면서 불안에 대한 내성을 기르도록 돕습니다. 집단치료로 진행될 경우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기술을 익히고 지지받는 경험을 할 수 있어 더욱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 사회기술 훈련: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에서 필요한 대화 기술, 비언어적 표현 등을 배우고 연습하여 사회적 상황에 대한 자신감을 높입니다.
- 이완 훈련: 복식 호흡, 점진적 근육 이완 등 신체의 긴장을 풀고 불안을 조절하는 방법을 익힙니다.
-생활 습관 개선: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식사, 금연, 절주, 카페인 섭취 줄이기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은 전반적인 정신 건강을 향상시키고 불안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명상, 요가 등 스트레스 관리법을 배우는 것도 좋습니다.
사회불안장애는 개인의 의지력 부족이나 성격 문제가 아닙니다. 뇌의 기능적인 불균형과 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의학적 질환이며,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치료할 때 충분히 극복될 수 있습니다. 만약 위에서 언급된 증상들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시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하여 정확한 진단을 받고 올바른 치료를 시작하시기를 권합니다.
삼성양재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최준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