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이후의 반응과 치유 전략
정신의학신문 ㅣ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난 글에서 트라우마란 무엇인지, 주요 증상과 회피 기제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이어서 트라우마 이후 나타나는 반응과 치료 방법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트라우마 이후 나타나는 다양한 반응들은 대부분 우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내적인 방어기제의 작동 결과입니다. 잊지 않으려는 듯 반복적으로 트라우마를 떠올리는 재경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과도한 각성 상태와 그로 인한 예민함, 기분과 인지에 나타나는 부정적인 변화, 그리고 유사한 상황을 회피하며 사회적 관계로부터 위축되는 행동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반응들은 처음에는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자발적인 선택이 아닌, 원치 않는 트라우마로 인해 강요된 선택이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내면에서 이질감과 갈등을 경험하게 됩니다. '내가 왜 이렇게 행동할까?', '원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와 같은 생각들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잃어버린 관계에 대한 만족감을 갈망하며 과도하게 집착하거나, 다시 상처받을까 두려워 회피하는 행동을 반복할 수도 있습니다. 극심한 불안과 함께 마치 파도가 덮쳤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듯한 허무함을 반복적으로 느끼기도 합니다.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가 반복적으로 실패하면서 좌절감을 느끼고 더욱 위축될 수 있습니다. 현재 자신의 모습과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며 그 이유를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찾으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러한 생각의 흐름은 결국 과거의 트라우마와 다시 마주하게 하고, '이 일 때문에 모든 것이 변했다'는 결론에 이르러 자신을 다시 과거의 고통 속으로 끌어들이는 악순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이후 당시의 경험과 감정을 되풀이하며, 마음은 과거에 머물게 됩니다.
효과적인 트라우마 치료는 환자가 트라우마에 대한 기억과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다시 직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기본적인 전제로 합니다. 안전한 환경에서 트라우마 경험을 다루고, 오래된 상처를 치유하며 애도하는 과정을 통해 내담자가 겪었던 고통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합니다. 이러한 작업과 더불어, 내담자가 그 고통을 감내해 낸 강인한 생존자였다는 사실을 스스로 깊이 인정하도록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십 년이 지난 오늘까지 그 무거운 트라우마의 짐을 묵묵히 짊어지고 온 자신을 재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트라우마 사건은 내담자에게 단순한 고통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삶의 깊이와 넓이를 더하는 의미 있는 경험으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우경수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