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장애의 치료

2025-04-24     최준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의학신문 ㅣ 최준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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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이장애의 치료는 크게 3가지 갈래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1. 약물치료

 많은 연구에서 약물치료가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특히 항우울제가 폭식증에서 효과가 있었는데 약물치료는 폭식의 빈도를 50~60%까지 감소시킵니다. 그리고 폭식이 줄어들면서 구토하는 행동이나 과도한 보상행동의 횟수가 감소합니다. 그러면서 음식에 대한 좌절감이 회복되고 음식에 대한 집착도 감소합니다. 이러한 항우울제의 효과는 우울감이 있거나 없거나와 관계없이 효과가 있었습니다.

2. 정신치료

 정신치료는 흔히 말하는 상담치료를 말하는 것입니다. 음식을 먹거나 보상행동을 하는 것에는 덜 신경 쓰고, 일상생활이나 대인관계 문제에서 일어나는 부정적인 감정을 해결하면서 폭식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치료의 장점은 식이장애와 상관없이 나타나는 우울, 불안, 스트레스, 트라우마 등 인생 전반에 나타나는 부정적인 요소를 폭넓게 다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3. 인지행동치료

 인지행동치료는 체형이나 체중에 대한 왜곡된 생각을 바꾸는 치료입니다. 또한 행동적으로 잘못된 행동 습관을 바로잡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인지행동치료는 인지-행동-정서의 3가지 고리를 동시에 교정하면서 증상을 치료해나가는 치료법인데, 특히 인지(고정관념, 편견)와 행동적(식습관 규칙) 접근을 선호합니다. 초반 몇 번의 회기에서는 행동치료적 접근을 배우고, 중반부에는 인지치료적 접근을 시행합니다. 이러한 인지행동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식사 일지의 작성입니다. 식사 일지의 작성은 하루하루 자신이 식사한 음식물의 종류, 양, 섭취한 시간, 장소, 그 당시의 상황/사고/감정, 그리고 보상행동(과식, 구토, 약물)을 적어 나가는 것입니다. 자기 관찰은 자기 통제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기도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3가지 치료법은 상호 보완적인 치료입니다. 약물치료는 초반에 효과적인 폭식 행동 및 우울감 호전을 가져다주고 인지행동치료에서의 행동적 기법과 함께 쓰이면서 치료에 대한 확신을 가져다줍니다. 치료를 거듭할수록 결국 부정적 감정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대인관계에서의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중요해지는데 이는 상담치료를 통해 장기적인 관점으로 해결하도록 도와줍니다.

 다만 대인관계의 어려움이 더 두드러진다면 상담치료를 선행해볼 수 있고, 폭식 행동이 더 두드러진다면 인지행동치료를 먼저 시행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선/후의 차이는 있어도 세 가지 치료는 같이 진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치료를 진행하다 보면 폭식 행동 이외에 많은 문제들이 같이 나타납니다. 음주행동, 자해행동, 다른 충동적 행동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폭식 행동을 누르면 음주나 다른 충동적 행동이 나타나거나 우울이나 불안이 심해지기도 하고요.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폭식과 연관된 행동들은 불안정한 감정 조절이라는 근본적 문제의 표현방식에 지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상자가 편안하게 부정적 감정을 처리하고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게 필요합니다. 그래서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하며 자주 다닐 수 있는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삼성양재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최준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