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와 수면장애
정신의학신문 ㅣ 원근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진료실에서 ADHD 아이들을 진료하다보면 상당수의 부모님이 이야기합니다. “자러가기까지 한참 걸려요. 통 자러 가지를 않으려고 해요”, “누워서도 한참 걸려요. ADHD에 이런 문제도 같이 있나요?”. 이는 비단 각성제 사용 이전에도 자주 호소하시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ADHD와 수면 사이에 어떠한 관계가 있을까요?
여러 문헌에 따르면 ADHD 환아에서 동반된 수면 관련 문제는 대략 50%(높은 문헌에서는 70%까지도)에 달한다고 합니다. 주로 부모 보고 및 임상적 관찰 기반 통계이며, 수면다원검사 등 객관적 지표 기반 연구에서는 좀 더 낮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이를 차치하고라도 상당히 높은 수치이죠. 동반된 수면 관련 문제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그 중 흔하게 보고하는 바는 아래와 같습니다.
입면의 지연 : 잠드는 데 1시간 이상 소요
야간 각성 : 자주 깨거나 깊은 잠에 들지 못함
하지불안 증후군, 주기적 사지운동장애 : 다리의 불편감으로 인한 수면의 방해
수면무호흡증 : 특히 비만이나 편도비대를 동반한 아동
비급속안구운동수면 각성장애(NREM Sleep Arousal Disorders) : 몽유병, 야경증 등
ADHD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면의 어려움
ADHD는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의 기능 저하와 중추신경계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시스템의 조절 이상이 핵심 병리입니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인하여 수면의 어려움이 함께 유발될 수 있습니다.
뇌의 각성 상태 유지의 불안정성 : 하루 종일 과잉각성(hyperarousal) 상태가 유지되다가, 늦은 밤까지 진정되지 못함
‘멈추지 않는 사고’ : 생각이 과도하게 흘러 수면 개시에 방해
감각민감성 증가 : 소리, 빛, 촉감 등 주변 자극에 과도하게 반응해 수면 유지 어려움
약물의 영향 : 메틸페니데이트류의 복용 시간 및 반감기에 따라 수면 개시에 지연
결국 뇌가 ‘잠들 준비’를 하지 못한 채 밤을 맞이하게 되는 것입니다.
수면장애에서 ADHD처럼 보이는 경우
반대로 일차적인 수면장애로 인하여 나타나는 어려움이 ADHD로 오인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주의력, 작업 기억, 충동 억제 기능을 모두 약화시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수면장애가 ADHD로 오인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면무호흡증 : 자는 동안 반복적인 무호흡과 산소포화도 저하, 그 결과 낮 동안 과잉행동, 집중력 저하, 피로가 발생
하지불안증후군 : 수면 시작을 방해하며, 낮 동안 피로감 및 안절부절못함을 유발
기면증(narcolepsy) : 주요 증상인 과도한 주간 졸림은 ADHD의 부주의로 오인될 수 있음. 또한 소아 기면증 환자에서 동반되는 과잉행동이나 충동성 역시 ADHD로 잘못 진단되기도 함. 한편, 기면증과 ADHD가 동시에 진단되는 경우도 있으며, 특히 1형 (탈력발작이 있거나 하이포크레틴 결핍이 있는 기면증)에서 ADHD와의 공존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남
특히 아동의 경우 수면 부족이 ‘졸림’보다는 ‘과잉행동’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감별진단이 중요하겠습니다.
앞서 수면장애와 ADHD의 관련성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일차적인 수면장애가 ADHD로 오인되는 경우, ADHD의 핵심병리 혹은 치료가 수면의 어려움을 유발하는 경우, 혹은 ADHD와 수면장애가 함께 진단되는 경우가 존재하겠으며, 진단과 치료 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먼저 일차적인 수면질환으로 인한 오진단이 아닌지를 체크하며, 다음으로 ADHD에서 수면 문제를 유발할만한 여타 다른 공존질환(우울증, 불안장애 등)은 없는지를 체크하며, 마지막으로 수면의 어려움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겠습니다. 약물 복약시간이나 약제를 변경하는 것, 수면위생 교육, 자기 전 이완훈련, 보조제 활용(멜라토닌 등) 등이 차용할 수 있는 전략이 되겠죠.
ADHD와 수면을 따로 분리하여 보기보다는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우리 아이들의 삶의 질을 더욱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겠습니다.
세종충남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l 원근희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