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찍질은 교육에 여전히 유효한가
정신의학신문 ㅣ 유길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최근 위플래쉬라는 영화 상영 10주년을 맞아 재개봉했습니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 이 영화는 강렬한 쾌감과 함께 논란거리를 던져 주었습니다. 10년 후 사람들은 다시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 탁월함은 어떻게 쟁취할 수 있는가?
영화는 최고의 드러머를 꿈꾸며 세이퍼 음악학교에 신입생으로 입학하는 앤드류의 서사로 시작됩니다. 교수 플래처는 앤드류의 재능을 알아보고 학생 모두가 선망하는 교내 재즈 빅밴드 드러머로 파격적으로 발탁합니다. 하지만 험난한 시련과 고통은 이제 시작됩니다. 교수 플래처는 강박적으로 완벽한 음악을 추구합니다. 그 누구에게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습니다. 본인 마음에 들지 않으면 욕설과 폭력도 서슴지 않습니다.
스승 플래처는 학생 앤드류의 잠재된 재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그를 극한으로 몰아붙입니다.
드럼 스틱을 쥔 손에 피가 뚝뚝 떨어져도, 연습은 끝나지 않습니다. 앤드류는 스승의 압박에 실력은 급속도로 성장합니다. 하지만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해 점점 미쳐 갑니다. 폭군의 스승과 천부적 재능을 가진 제자는 극한의 대립으로 치닫고, 영화는 최고의 무대에서 절정의 드럼 연주로 마무리 됩니다.
# 강압적인 스승의 교육관, 과연 정당화할 수 있을까?
앤드류의 신의 경지에 도달한 연주는 스승의 엄격한 교육 결과일 수 있습니다. 앤드류의 드럼 연주는 관객 모두를 전율케 합니다. 하지만 그는 최고의 수준에 도달하는 과정 중에 엄청난 시련을 겪습니다. 정신은 피폐해졌으며, 대인관계는 파탄이 났습니다.
과거 플래처 교수의 고압적인 교육 방식은 재능이 있는 제자의 자살이라는 비극을 초래했습니다. 제자의 죽음에 플래처는 애도를 표했으나, 스스로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끝까지 자신의 교육 방식을 고수하였으며, 제자의 죽음을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합니다.
# 한국인들은 왜 그렇게 플래쳐와 앤드류에 열광했을까?
영화를 보고 극장을 빠져나오는 관람객들은 복잡한 감정을 느낍니다. 아마도 평생 꿈꿔왔던 완벽의 순간 느끼는 환희와 희열의 감정과 함께, 어린 시절 받아왔던 강압적 교육의 트라우마의 교묘한 교차 때문이 아닐까요?
# 한국이 교육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을까?
한국의 교육은 학생의 성장 속도, 적성을 고려하기보다는 단기간 성적과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시스템이 대부분입니다. 입시 학원이 밀집한 대치동에서는 2세부터 영어 유치원 등록을 위한 경쟁이 시작됩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에는 이미 대학 입시 영어 교육이 마무리 됩니다. 초등 명문학원을 입학하기 위해서는 레벨 테스트를 거쳐야 하고, 학원 편입 과정도 있습니다. 또한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의대 입학을 위한 입시 컨설팅이 시작됩니다.
과연 누구를 위해 학생들은 공부를 하는 것일까요? 부모님들은 자녀들을 부의 세습, 사회적 신분 유지 혹은 상승, 본인들이 이루지 못한 욕망의 실현 등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아닐까요? 험난한 입시 과정 중, 많은 학생들은 경쟁에서 오는 압박감, 경쟁에 뒤쳐졌다는 실패감,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자책감 등을 느낍니다. 학교 적응 어려움, 등교 거부, 자해 행동 및 자살 사고 등 심리적 후유증을 겪기도 합니다.
최고의 무대가 끝난 후, 과연 앤드류는 드럼 연주자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었을까? 그는 평생 드럼 연주를 즐기며 행복한 삶을 살았을까?
앤드류 인생의 남은 이야기는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성모사랑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유길상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