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 자녀와 잘 지내는 법

정신의학신문 ㅣ 최준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청소년기는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중요한 전환기입니다. 이 시기는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많은 도전과 변화를 요구하며, 부모가 어떤 기대를 하는지, 그리고 청소년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가족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기대와 현실의 간극이 크면 부모와 자녀 간 갈등이 생기기 쉽습니다. 따라서 청소년의 발달적 특성을 이해하고, 부모의 기대를 조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청소년기는 단순한 신체적 성장뿐만 아니라 정서적, 인지적, 사회적 변화가 복합적으로 일어나는 시기입니다. 이 과정에서 자녀는 점점 더 독립적인 존재가 되어가며,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반면 부모는 여전히 자녀를 보호하고 올바른 길로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이러한 차이에서 부모와 자녀 간의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청소년기 자녀에게 갖는 부모의 기대

 부모가 가장 많이 가지는 기대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뉠 수 있습니다. 첫째, ‘예측’입니다. 이는 부모가 청소년기 자녀가 어떤 행동을 할 것이라고 미리 생각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부모는 자녀가 학업을 우선시하고, 부모의 말을 잘 따를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습니다. 둘째, ‘야망’입니다. 부모는 자녀가 좋은 대학에 가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길 바라며, 이를 위해 특정한 방향으로 노력하길 기대합니다. 셋째, ‘조건’입니다. 부모는 자녀가 일정한 규칙을 지켜야 하며, 특정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부모는 놀라거나, 실망하거나,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청소년기의 변화 단계

 청소년기의 변화는 개인차가 있지만 대체로 네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각 단계에서 청소년이 보이는 특징과 이를 조율하기 위해 부모님들이 참고할 수 있는 방법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 초기 청소년기 (9~13세): 아동기에서의 분리

 이 시기의 청소년들은 자신이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강하게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신체적 변화가 시작되며, 부모보다는 또래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또한, 부모의 간섭에 반발하며 스스로 결정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커집니다.

￭ 부모의 조율 방법:

 자녀가 독립성을 키울 수 있도록 허용하되, 명확한 규칙을 제시해야 합니다. “너는 아직 어려”라는 말보다는, “네가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책임도 함께 져야 해”와 같은 방식으로 대화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자녀의 감정을 존중하고, 변화를 이해하려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2. 중기 청소년기 (13~15세): 또래 관계의 중요성 증가

 중기 청소년기에는 부모보다 친구를 더 신뢰하는 경향이 강해지며, 또래 집단의 동조 압력이 커집니다. 이 과정에서 부모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비밀을 가지는 일이 많아질 수 있습니다. 또한 신체적 변화로 인해 외모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며, 부모보다는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합니다.

￭ 부모의 조율 방법:

 자녀가 부모와 대화를 거부한다고 해도 무조건 단절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꾸준히 소통할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또래 집단과의 관계를 존중하되, 위험한 행동(예: 무분별한 SNS 사용, 흡연, 음주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합니다. 거짓말을 한다고 즉시 벌을 주기보다는, 자녀가 정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후기 청소년기 (15~18세): 독립성 강화

 이 시기의 청소년들은 성인으로 가는 과도기에 있으며, 진로와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집니다. 부모의 기대와 본인의 현실 사이에서 갈등을 겪으며,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나고 싶어 합니다. 또한 연애나 친구 관계에서 감정적으로 더욱 깊이 관여하게 됩니다.

￭ 부모의 조율 방법:

 자녀가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조언하되, 강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사생활을 존중하면서도,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학업과 진로에 대한 기대치를 현실적으로 조정하며, 자녀가 주도적으로 미래를 설계하도록 격려해야 합니다.

4. 초기 성인기 (18~23세): 독립적인 삶의 시작

 청소년들이 성인이 되어 독립을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시기의 많은 청년들이 경제적, 심리적 이유로 부모에게 다시 의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회적 요구와 개인적 능력 사이에서 혼란을 겪으며, 실패를 경험할 가능성도 큽니다. 최근에는 학업 기간의 증가, 사회생활의 시작이 늦어지는 경향으로 인해 독립의 시기가 늦춰지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 자녀가 겪는 불안과 미래에 대한 걱정을 이해하고, 격려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 시행착오나 장애물을 마주할 때, 그것이 실패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사실을 상기해주고, 계속 도전하며 전진하도록 응원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 부모의 조율 방법:

 자녀가 독립을 시도했다가 다시 돌아올 수도 있음을 이해하고, 이를 실패로 여기기보다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완전한 독립을 강요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책임을 늘려가도록 돕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자녀가 불안을 느낄 때 심리적 지지를 제공하면서도, 필요 이상으로 개입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청소년기는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혼란스럽고 도전적인 시기입니다. 부모가 가지고 있는 기대와 청소년들의 변화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하며, 이를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자녀의 독립성과 부모의 보호 욕구가 충돌할 때, 중요한 것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대화와 이해입니다. 자녀를 통제하려 하기보다는, 그들의 변화와 성장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접근한다면, 보다 건강한 부모-자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삼성양재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최준배 원장

<참고문헌>

Pickhardt, C. E. (2025, March 18). Managing Expectations About Adolescent Change. Psychology Today. https://www.psychologytoday.com/us/blog/surviving-your-childs-adolescence/202503/managing-expectations-about-adolescent-ch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