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기 위한 기술, 사회적 기술

2025-02-28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의학신문 ㅣ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일러스트_freepik

 여러분은 어떤 기술을 갖고 계신가요? 각자의 재능이나 직업에 따라 다양한 기술을 갖고 계실 텐데요. 어떤 일을 잘 해내기 위해서는 그 일에 맞는 기술을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대인관계와 사회생활에서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기 위한 ‘기술’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흔히들 대인관계를 잘 맺는 법이라고 하면 ‘처세술’을 많이 떠올리시는데요. 상사에게 잘 보이는 법, 사람들에게 호감 사는 법처럼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적용되는 것들을 많이 다룹니다. 처세술은 자기계발서의 단골 주제로도 등장합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관계에 대한 고민이 많고, 어떻게 하면 대인관계를 잘 맺고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한다는 뜻이겠죠.

 많은 사람과 교류하고 함께 살아가는 데도 기술이 요구되는데요. 조금 더 전문적인 용어로는 ‘사회적 기술(social skill)’이라고 합니다. 사회적 기술은 사회적 상황에서 나와 타인의 감정이나 생각을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소통하며 상호작용하는 것과 관련된 역량을 의미하는데요. 어떤 상황의 맥락을 이해하고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을 헤아리며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 갈등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것, 공감하는 것, 다른 사람들과 협업을 통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 눈 맞춤이나 신체언어를 통해 소통하는 것 등이 모두 사회적 기술에 포함됩니다.

 흔히 우리가 ‘눈치’라고 표현하는 개념과도 비슷해 보이는데요. 사회적 기술을 통해 우리는 타인과 교감하며 언어적, 비언어적 신호들을 주고받습니다. 예를 들면, 안 좋은 일을 겪은 지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안타까운 표정과 함께 등을 토닥여주거나 손을 잡아주는 것, 좋은 일이 생긴 친구에게 축하의 말과 함께 기뻐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우리는 상대방과 감정을 교류하고, 관계가 더욱 깊어집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만약 부적절한 반응을 보인다면 어떻게 될까요? 슬픈 일을 겪은 지인 앞에서 그것이 왜 슬픈 일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이야기만 한다면 어떨까요? 혹은 친구의 결혼식에서 과거 연인 이야기를 꺼내거나 맥락에 맞지 않게 슬퍼한다면 어떨까요?

 아마 그 모습을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은 모두 ‘저 사람 왜 저래? 분위기 파악이 안 되나?’라고 생각하고, 당사자들은 황당하기도 하고 기분이 나쁘겠죠. 아마 ‘에이 그런 사람이 어딨어.’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상황과 맥락에 맞지 않고 상대방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또, 어떤 때는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설령 본인은 나쁜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이런 태도와 행동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관계를 멀어지게 하는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아, 저 사람은 내 상황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구나. 저 사람과는 거리를 둬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사회적 기술이 부족하면 본인과 주변 사람 모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기 쉽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기술이란 게 이미 어느 정도 정해진 것 아닌가, 바꿀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을 텐데요. 다행히도 사회적 기술은 고정불변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노력과 연습을 통해 향상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그렇다면 사회적 기술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몇 가지 방법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역지사지,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기

 어떤 말을 하거나 반응을 하기 전에 ‘내가 상대방이라면?’이라는 생각을 해보고 한번 필터링을 거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상대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혹은 별생각 없이 뱉은 말이 때로는 상처가 될 수도 있고, 관계를 더 멀어지게 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지금 상대방이라면 이런 말이나 반응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생각해 보세요. 내가 듣고 싶지 않은 말, 겪고 싶지 않은 반응이라면 당연히 상대방에게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상대방이 어떤 마음일지 잘 짐작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섣불리 지레짐작하거나 반응하기보다는 차라리 상대방에게 지금 어떤 마음인지 물어보거나, 도움이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2. 적극적 경청

 상대방이 말로 표현하는 부분만 아니라 비언어적 표현을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에도 귀 기울여야 합니다. 상대방의 표정, 말투, 몸짓에도 집중하면서 상대방이 지금 어떤 감정인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관심 가져 보세요. 상대방의 이야기를 요약하거나,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에 관해서는 어떤 의미인지 물어보면서 내가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있음을 보여주세요.

3. 피드백을 통한 메타인지 기르기

 내가 사회적 기술이 부족하다고 생각된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볼 수도 있습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의 대인관계 방식에서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나 개선 방향을 물어보고 피드백을 받는 것도 좋습니다. 이를 통해 나의 사회적 기술과 대인관계를 객관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메타인지를 기를 수 있습니다.

4. 관련 서적, 동영상, 전문가 등을 통해 도움받기

 대인관계, 사회적 기술 관련 심리학이나 정신의학 서적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또, 관련 분야의 전문가가 운영하는 유튜브나 다양한 온라인 자료 등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자신을 더 이해하고, 어떤 변화를 어떻게 시도할 수 있을지 탐색해 볼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대인관계를 통해 큰 기쁨과 행복을 느끼기도 하지만, 때로는 관계가 가장 큰 고통과 고민의 영역이 되기도 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도 관계로 인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내가 관계에서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건가?’, ‘내 인간관계는 왜 이렇지?’라고 자책하거나 좌절하는 마음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기술이 지금 상태에서 멈춰있고 바꿀 수 없는 것이 아니며, 꾸준한 노력과 연습을 통해 향상될 수 있다는 사실을 통해 희망과 용기를 얻으시면 좋겠습니다.

 

사당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최강록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