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이 떨어지지만 얌전한 우리아이, ADHD일까요?
소아 청소년 ADHD에서 진단과 치료의 중요성
정신의학신문 ㅣ 박진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주부 A씨는 최근 고민이 많다. 중학교 1학년 딸아이가 학교에서 집중을 잘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평소 공부를 할 때 멍하니 있거나 숙제를 하다가 쉽게 그만두는 일이 잦았지만 끈기가 없는 성격 탓이려니 하고 심각하지 않게 지내왔는데, 수업시간에 집중을 못하고 숙제나 준비물을 자주 잊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인터넷에서 관련 증상을 검색해 본 후 아이의 성장과정을 돌이켜 보면 주제와 상관없는 대화를 한다거나 이미 했던 이야기를 잊고 되묻는 등의 모습도 있었지만 ADHD아이들은 가만히 있질 못하고 활동량이 많다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조용한 아이였기에 당황스러운 마음뿐이다.
(위 사례는 실제 환자/보호자의 사례가 아닌 가상의 예시입니다)
ADHD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라는 이름대로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거나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등의 집중력의 문제 뿐 아니라, 소리를 지르면서 뛰어다닌 다거나 참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말에 끼어들기도 하며 감정조절을 하지 못하고 화를 내는 등 과잉행동과 충동성을 보이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눈에 띄게 문제가 되는 행동 없이 얌전하고 오히려 낯을 가리며 조용한 모습을 보이는 아이가 ADHD로 진단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경우 행동문제보다 집중력 저하가 두드러져 학교에서 준비물, 숙제를 잊거나 시험에서 실수가 잦아 학업능력과 관계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한 대화의 주제와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거나 멍하니 있다가 여러차례 불러도 대답하지 않는 등의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문제가 일어나기 때문에 주로 학교에서의 보고로 의심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소위 말하는 ‘조용한 ADHD’는 소아청소년의 약 5%정도에 해당하는 ADHD환자 중에서도 10명중 2명 정도로 드물고, 남아가 여아에 비해 월등히 많은 일반적인 ADHD에 비해 여아에서 더 많이 나타난다. 눈에 띄는 행동문제가 없어 병원 방문을 미루다 진단자체가 늦어지거나, 진단을 받아도 겉보기엔 어려움이 많지 않아 약물치료 등에 대한 거부감으로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흔한 실정이다
그러나 ‘조용한 ADHD’라고 해서 심각도가 덜 하다고 볼 수는 없으며 증상이 가벼운 편이라는 생각에 검사와 치료를 미루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집중력 저하는 본래 자신의 능력에 비해 학업에서의 성취도를 현저하게 떨어뜨릴 수 있다. 뒤늦게 치료를 시작해도 이미 저하된 집중력으로 인해 몸에 새겨진 학업 습관을 고치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며, 반복적인 좌절의 경험은 실패를 학습화 하여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다. 타인과 대화가 원활하지 못해 친구관계에서 문제를 겪는 경우도 많으며 이로 인해 따돌림을 겪거나 우울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기에 치료적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소아청소년의 경우 ADHD 약물 복용에 80%가량이 매우 좋은 효과를 보인다. 물론 성인의 도움이 필요한 나이인 만큼 약물 치료 뿐 아니라 생활습관 교육과 대인관계에 대한 치료가 동반되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부모의 관심과 개입 또한 필수적이다. 치료과정에서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기에 이를 진행하며 부모 또한 정서적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안좋은 생활습관이 고착화되고 학업부진, 대인관계문제 등의 문제가 두드러지기 전에 빨리 치료를 시작할수록 아이가 장차 겪게 될 어려움을 확실하게 줄여줄 수 있다. 행동문제가 눈에 띄게 심하지 않더라도, 집중력 저하가 의심되면 적극적으로 진단을 위해 병원을 방문하고 진단이 되면 바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송파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박진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