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 우리 마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2025-01-08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의학신문 ㅣ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freepik

 ‘혈당 스파이크’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혈당은 우리 혈액 속에 있는 포도당 농도를 말하는데요. 혈당이 갑자기 높아졌다가 다시 낮아질 때, 혈당 스파이크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혈당 스파이크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면 우리 몸의 대사 기능이 저하되고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서구식 식단 증가, 운동량 부족, 유전적 요인 등으로 인해 당뇨병 환자 및 위험군이 증가하면서 혈당 스파이크를 막는 방법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식사할 때 채소를 먼저 먹는다든지, 식후 30~1시간 정도 산책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식단에서 ‘탄수화물’을 줄이는 것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쌀은 우리에게 중요한 주식입니다. “밥은 먹었니?”, “식사하셨어요?”라는 말이 인사말일 정도로 먹는 것에 진심인 한국인에게, 식사를 조절하는 것, 그중에도 탄수화물을 줄이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요즘은 도정을 많이 거친 흰쌀밥 대신 잡곡밥으을 드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탄수화물은 지방, 단백질과 함께 우리 몸에서 꼭 필요로 하는 3대 영양소입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고 에너지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이죠. 그렇기에 탄수화물을 전혀 섭취하지 않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거의 불가능하고, 또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탄수화물 중독’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무엇이든 지나치거나 부족하지 않게, 적당히 건강하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탄수화물을 섭취할 때 우리 뇌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됩니다. 도파민은 즐거움, 쾌락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로, 도파민의 작용으로 음식을 먹을 때 만족감을 느낍니다. 그런데 이 도파민 보상 중추에 이상이 생기면 실제로 배고플 때만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닌 심리적인 허기, 가짜 식욕을 느끼게 됩니다. 도박이나 술, 마약에 중독될 때와 마찬가지로 도파민 회로에 이상이 생기면서 내성이 생기고 필요 이상으로 식탐을 갖게 됩니다. 또, 혈당 조절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는 인슐린 분비를 급격하게 변화시키면서 쉽게 허기를 느끼게 합니다.

 이와 함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상황에서는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이 부족해집니다. 몸 안에서 세로토닌 농도가 낮아지는 것 역시 탄수화물 중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도파민과 세로토닌은 모두 우울증과 주요하게 연관되는 신경전달물질입니다. 우울증에서 식욕이 없어지거나 과다해지는 증상은 이런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작용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극단적인 식이조절로 탄수화물 섭취가 부족할 때 역시 다양한 심리적 문제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뇌를 사용할 때는 탄수화물이 주 에너지원이 됩니다. 그런데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뇌 기능이 당연히 떨어지게 되겠죠. 그러다 보니 쉽게 피곤해지고 짜증과 불안, 우울을 느끼게 됩니다. 이와 함께 주의집중의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또, 감기에 걸린 것처럼 키토 플루 증상을 겪기도 합니다. 키토플루는 저탄수 식단을 뜻하는 ‘키토제닉’과 독감을 뜻하는 ‘플루’의 합성어입니다. 보통 탄수화물을 줄인 시점으로부터 1~2주 후부터 어지러움, 두통, 근육통, 피로감처럼 감기에 걸렸을 때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탄수화물 부족으로 인해 몸속에 포도당이 충분치 않다 보니 지방 분해 부산물인 케톤을 대신 사용하게 되면서 이런 증상이 나타납니다. 원래 쓰던 포도당이 아닌, 다른 것을 쓰는 과정에서 몸이 아직 적응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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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당 관리를 위한 것이든 다이어트를 위한 것이든, 몸을 더 건강하게 하기 위한 목적에서 탄수화물을 조절할 때가 많습니다. 무리한 식단은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갑작스럽게 탄수화물 섭취량을 대폭 줄이기보다는 서서히 줄여가면서, 몸이 충분히 여유를 갖고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 식단을 조절하면서 처음부터 너무 무리한 운동을 하면 몸이 상할 수 있습니다. 초반에는 가벼운 운동이나 산책부터 시작하면서 서서히 운동 강도와 시간을 높이는 것이 좋습니다.

 지나치게 탄수화물 섭취량이 많다면 하루에 섭취하는 탄수화물 섭취량을 제한하고 그에 맞춘 식단을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탄수화물 중독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혼자서 식단을 조절하기보다는 전문가를 통해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다른 중독과 마찬가지로 탄수화물 중독 역시 도파민의 보상회로 이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단순히 의지만으로 해결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식단관리와 적당한 운동, 적절한 탄수화물 섭취를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모두 누리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합정꿈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장승용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