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와 ADHD : 소셜 미디어와 게임이 ADHD에 미치는 영향
정신의학신문 ㅣ 홍지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스마트폰이 우리 아이의 집중력을 더 떨어뜨리는 것 같아요.”라는 말은 진료실에서 자주 듣게 되는 부모님들의 흔한 걱정이고, 디지털 기기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닐지에 대한 걱정은 어른들 스스로도 한 번쯤 품어보았을 것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사용하며 보내고 있고 우리 아이들은 그 중에서도 특히 소셜미디어, 온라인 게임에 몰두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이러한 디지털 시대로의 변화가 ADHD 증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소셜 미디어와 ADHD : 끊임없는 알림과 정보의 홍수
소셜 미디어는 많은 사람들에게 일상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ADHD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더 복잡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를 사용할 때 우리의 모습을 떠올려 봅시다. 짧은 시간에 수많은 정보를 스크롤하며 접하게 되고, 끊임없이 새로운 게시물과 댓글에 대한 알림이 울립니다. 또한 소셜 미디어는 즉각적인 피드백과 자극을 제공하는데, 이는 ADHD의 주요 특성인 충동성과 지속적인 자극 추구를 더욱 부추길 수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뉴스 피드, 짧은 호흡의 쇼츠, 알림, 좋아요 수 등의 자극은 ADHD를 가진 사람들로 하여금 매우 쉽게 빠져들게 만들고, 주의 집중을 방해하여 꼭 필요한 활동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좋아요”를 받을 때, 댓글이 달릴 때 우리 뇌는 도파민을 분비하여 일시적인 기쁨을 느끼게 되는데 이러한 단기적인 보상 시스템은 ADHD를 가진 사람들에게 특히 더 강력하게 작용하여, 관심을 얻기 위해 고민 없이 글과 사진을 업로드하는 등의 충동적 행동이 강화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는 ADHD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짧고 간결한 포스트나 영상은 ADHD 특유의 집중 패턴에 맞춰져 있어, 빠르게 정보를 이해하고 흥미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게임과 ADHD : 즉각적인 보상과 몰입의 늪
게임은 현대인이 손쉽게 즐기는 대표적인 오락 활동입니다. 특히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은 놀라울 정도의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왜 그럴까요? 게임은 즉각적인 보상시스템이 잘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단계를 깨거나 점수를 올릴 때 보상이 주어지는 게임은 뇌에 강력한 자극을 줍니다. 그러나 이런 보상은 매우 즉각적이고 반복적이기 때문에 게임을 할 때는 집중을 잘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에서의 주의력 유지에는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ADHD를 가진 사람들은 장기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보다는 즉각적인 보상에 더 크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게임은 이런 뇌의 메커니즘을 더욱 자극하게 되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긍정적인 영향도 존재합니다. 인지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전략 게임이나 치료용 게임은 ADHD 환자에게 유익할 수 있습니다. 게임을 통해 반복 훈련과 성취감을 경험하면서 자기 조절 능력을 점진적으로 향상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협력형 멀티플레이 게임은 팀워크와 소통 기술을 배우는 기회가 됩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Endeavor Ex’라는 게임이 ADHD 치료용 기능성 게임(‘기능성 게임’: 오락을 넘어 교육, 치료, 훈련 등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설계된 게임)으로 개발되어 승인을 받은 바 있고, 현재도 ADHD를 치료하거나 치료를 보조하기 위한 수많은 게임들이 개발 중에 있습니다.
디지털 과잉 시대 : ADHD가 아니어도 조심해야 할 환경
소셜 미디어와 게임이 ADHD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ADHD 증상을 심화시키거나 집중력 문제를 더 부각시킬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짚어볼 점은, 비단 ADHD를 가진 사람뿐만 아니라 누구나 이런 환경에서 주의 산만함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 알림이 10분마다 울릴 때 우리의 집중력은 계속해서 흐트러진다고 합니다. 짧은 영상과 끊임없는 스크롤은 뇌가 깊은 생각을 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하지만 디지털 도구는 잘 활용하면 학습 보조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ADHD 학생들은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학습용 앱이나 타이머를 사용할 수 있으며, 게임화된 학습 플랫폼은 지루함을 줄이고 학습 효율성을 높여줄 수 있습니다. ADHD의 단점인 산만함을 보완하면서도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맞춤형 기술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이렇듯 디지털 기기와 ADHD의 관계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주의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며, 소셜 미디어와 게임은 주의해서 활용해야 하지만 잘만 활용한다면 새로운 기회와 긍정적 경험도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를 현명하게 살아가는 법은 균형을 찾는 것입니다.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미리 제한하여 설정해 두고,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 운동, 독서, 명상과 같은 활동을 즐겨보고,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더라도 단순 오락에만 활용할 것이 아니라 학습, 자기 개발, 소통의 도구로 활용해보는 등의 방법으로 균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중앙대학교 광명병원 정신건강의학과 ㅣ 홍지선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