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분갈이 시기, 어떻게 하면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정신의학신문 ㅣ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식물을 키우시는 분들이라면 어떻게 하면 식물을 건강하게 잘 키울 수 있을지 고민이 많으실 텐데요. 처음 식물을 키우시는 분들일수록 물 주는 시기나 적절한 온도, 일조량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많이 겪습니다. 때로는 물이 부족해서 말라 죽기도 하고, 반대로 물을 너무 많이 줘서 뿌리가 썩기도 하죠.
어느 정도 식물이 잘 자란 상태에서도 갑자기 시들시들해질 때가 있는데요, 바로 분갈이를 해줘야 할 때입니다. 식물이 많이 자라서 원래 심겨 있던 화분에서는 더이상 충분한 성장과 발육이 어려운 것이죠. 뿌리가 더 이상 뻗어나갈 공간이 없어 화분에 갇히는 듯한 형상을 하게 되고, 흙에서 충분한 양분을 얻기가 힘들어집니다. 이때 뿌리가 쭉 뻗어나가고 식물이 튼튼하게 자랄 수 있기 위해서는 분갈이가 꼭 필요합니다.
분갈이가 잘 되었을 때 식물은 더 풍성하고 건강하게 자라납니다. 하지만 모든 분갈이가 늘 성공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서 죽거나 예전보다 잘 자라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요.
우리 삶에서도 이렇게 식물을 분갈이하는 것처럼 새로운 변화가 찾아오는 시기가 있습니다. 첫 등교일, 새로운 직장에 첫 출근하는 날, 결혼으로 삶의 모양이 달라지기 시작한 시기, 먼 곳으로 이사해서 낯선 도시 혹은 이국땅에서 새로운 삶을 꾸리게 되는 시기 등 우리는 다양한 분갈이를 경험합니다.
새로운 화분이 우리에게 긍정적이고 반가운 변화로 여겨질 때도 있지만, 원하지 않는 변화, 피하고 싶은 것일 때도 있습니다. 적응 과정에서 익숙한 사람들과 장소, 일상으로부터 멀어져 처음 보는 사람들, 낯선 장소, 새로운 일상을 마주하는 것이 막연하고 불안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런 변화 과정에서 느끼는 스트레스가 극심해 심리적 고통을 수반하고 직업적, 사회적 영역 등에서의 손상을 가져올 경우 적응장애(adjustment disorder)로 진단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은 어렵고 버겁게 느껴졌던 변화가 시간이 갈수록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고, 적응되어갈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느 정도 우리에게 스트레스 요인(stressor)으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변화에 잘 적응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몇 가지 구체적인 방법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단기적, 현실적 목표 설정
변화한 상황이나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적응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하지 않을 때는 불안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대신 단기적이고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한 경우라면 주 단위 혹은 월 단위로 익혀야 할 업무 리스트를 정리하고 달성률을 체크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업무에 대한 자신감을 높이고, 부족한 부분이나 다른 사람들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을 정리하며 필요한 도움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2. 내 역할 찾기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변화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지 파악해보는 것입니다. 변화에 잘 대처하기 위해 시도한 긍정적인 행동이나 생각들은 무엇이 있는지, 앞으로 더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찾아보는 것입니다. 또, 앞으로 다가올 수 있는 변화나 스트레스에 대비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나 스트레스 요인을 피하는 방법을 탐색하는 것도 좋습니다.
3. 변화와 스트레스에 대한 나의 반응 돌아보기
같은 일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 반응이 다를 수 있습니다. 변화나 스트레스 요인 앞에서 나의 주된 반응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런 반응이 나온 원인을 탐색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사를 앞두고 큰 불안이나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면 이사가 나에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 불안과 두려움의 기저에는 어떤 생각이 자리 잡고 있는지 탐색해보는 것입니다. 만약 ‘이사’가 삶의 기반을 흔들고 내 삶을 통제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신념과 결합되어 있다면, 그 신념을 보다 건강하고 객관적인 것으로 바꾸고 현재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변화는 우리 삶이 이어지는 한 언제나 함께하는 동반자와 같습니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선물을, 어떤 때는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던 폭탄을 안겨주기도 하죠. 하지만 성공적인 분갈이를 마친 식물이 더 깊고 단단하게 뿌리내리고 많은 양분을 흡수하며 건강하게 자라듯, 우리 삶도 새로운 변화에 잘 적응할 때 더 많은 가능성과 성장의 기회, 삶의 역동성을 경험하는 특권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이미 분갈이를 진행하셨거나 지금 분갈이를 진행 중이신 분들, 혹은 앞으로 분갈이를 진행하실 분들 모두 새로운 토양에서 단단히 뿌리내리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합정꿈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장승용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