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rely yours,] 뇌가 어떻게 마음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지 궁금한 분들에게
정신의학신문 | 김예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늘은 우리의 마음과 행동에 뇌가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이 편지에서 소개해 드리는 책을 통해, 성인 남성 몸무게의 약 2퍼센트에 해당하는 어른 주먹 두 개 크기의 작은 기관이지만, 우주적 복잡성을 지닌 뇌의 본질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신경과학적 통찰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더욱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는 우울, 불안, 짜증, 혹은 화를 조절하지 못할 때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습니다. 때로는 집중력이 떨어지고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며 몸이 무거워져 무기력하게 누워 있다가,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무형으로 느껴지는 ‘마음’, ‘생각’, ‘기억’을 치료하기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선생님들이 왜 약을 처방할까요? 마음의 아픔은 심장 언저리에서 느껴지거나, 감정은 어딘가 특정할 수 없는 영혼의 영역에 존재할 것만 같은데, 병원에서는 왜 우리의 뇌에 대해 설명하는 걸까요?
그 이유는, 우리가 생각하는 ‘마음’이 1.4kg 정도 무게의, 1,000억 개의 신경세포가 서로 얽혀 시냅스라는 연결을 형성하며 이루어진 뇌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뇌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뇌를 이해하는 것이 곧 정신건강을 이해하는 첫걸음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뛰어난 연구 성과들이 이미 다수의 논문을 통해 발표되었고, 계속해서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논문을 직접 찾아 읽는 것은 쉽지 않죠. <1.4킬로그램의 우주 뇌(신경 의학에서 뉴로 마케팅까지 융합 뇌 과학의 현장)>는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의 정용, 정재승 교수와 생명과학과의 김대수 교수가 대중에게 보다 쉽게 뇌과학을 전달하기 위해 강연한 내용을 책으로 편집한 것입니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뉘어, 뇌의 구조를 설명하고, 우리의 행동양식과 관련된 뇌의 역할, 그리고 뇌가 어떻게 생명체의 생존과 번식을 돕기 위해 전략을 설계하고 실행하는지를 소개합니다.
“스트레스가 오면 뇌는 이마엽에서 시상하부에 명령을 내려 스트레스 호르몬을 만들어 냅니다. 왜 뇌는 스트레스를 받는 회로를 가지고 있을까요? 그만큼 생존에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특정한 자극이 왔을 때 뇌는 자신이 지금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자각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통해 온 몸에 경고를 줍니다. [...] 하지만 스트레스 호르몬은 위급한 상황을 재빨리 벗어나고자 뇌가 만들어 내는 일종의 극약 처방과도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화되면 우리 몸에 여러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스트레스에 장기간 노출되어 고통받는 사람들의 뇌를 보면 결국 이마엽의 기능이 저하되어 있습니다. [...] 이마엽은 우리가 상황을 판단하고, 패턴을 분리하고, 패턴을 완성하는 일을 담당하는 기관인데 이마엽의 기능이 저하되면 결국 상황을 잘 판단하지 못하고 자기 자신도 통제가 안 되는 현상, 즉 우울 장애가 시작됩니다.”
우리는 매일 작고 큰 선택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이러한 의사 결정 과정은 뇌의 측좌핵과 앞이마엽에서 보상과 효율을 최대화하기 위해 작동하고 있음을 책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또한, 습관이라는 행동도 뇌가 에너지를 절약하려는 방법으로 설명될 수 있음을 신경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몸무게의 겨우 2퍼센트에 해당하지만, 이 작은 뇌는 우리가 섭취하는 에너지의 20퍼센트 이상을 사용합니다. 그만큼 뇌를 쓰는 일, 생각하는 일은 에너지를 많이 쓰는 활동입니다. 우리는 이런 사고 에너지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습니다. [...] 습관은 이런 노력의 산물입니다. 매 순간 애써 탐색하지 않고 과거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함으로써 선택의 순간에 에너지를 절약하려는 것입니다.”
행동뿐 아니라, 우리가 느끼는 감정도 뇌과학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즐거움과 쾌락은 뇌의 측좌핵에 있는 신경세포들이 발화하면서, 도파민계 신경세포들의 활동이 증가하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기대한 보상인 오렌지 주스를 받는 순간보다, 그것을 기대하는 동안 도파민이 더 많이 분비된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즐거움이란 '보상 그 자체라기보다 보상이 나오리라는 기대감'” 에서 부터 비롯되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저자들은 대인관계에서도 뇌과학적 접근을 제안하며 흥미로운 통찰을 제공합니다.
“친화성과 공격성, 이 두가지 성격은 물과 기름처럼 우리 뇌에서 공존합니다. 뇌는 시의 적절하게 두 가지 행동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흥미롭게도 사랑할 때 뇌에서 작용하는 신경 세포와 남을 공격할 때 작용하는 신경 세포가 모두 사이뇌의 시상하부라는 한 영역에 모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이들이 서로 억제하는 관계여서 일단 공격성이 시작되면 친화성은 억제되는 것이었습니다. [...] 공격성과 분노를 없애기 위해서는 사랑 세포를 활성화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와 그 복잡성을 고려할 때, 뇌의 생존 본능이 원시시대의 전략을 따르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물론, 이 전략만으로 우리의 마음과 행동을 모두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저자가 말하듯 “우리의 뇌는 아직 우리가 아프리카 대초원을 떠돌던 시절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과학적인 관점을 통해 우리 자신을 바라본다면, 보다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소개해드리는 이 책을 통해, 뇌과학적 접근이 나를 이해하는 퍼즐의 한 조각이 되기를 바랍니다.
- 책을 소개해드리는 [Sincerely yours,] 시리즈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관점과 추천이 반영된 책을 읽고 싶어 하시는 환자분들을 진료실에서 만나며 필요성을 느껴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영어 편지나 이메일의 끝인사로 사용되는 'Sincerely yours,'는 '진심을 담아' 또는 '당신의 진실한 -로부터'라는 뜻으로 매우 정중하지만 서로 알고 있는 친밀한 사이에서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진료실에서 나누는 상담이 가진 기억 지속 시간의 한계를 넘어, 평소에도 소지할 수 있는 문자화된 책을 통해 진료실 밖에서도 환자분들이 원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정신건강을 스스로 돌볼 수 있도록 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직접 책을 읽고, 책을 처방해 봅니다.
궁금했던 책이나 고민이 있으신 내용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향후에 알맞은 책을 찾아 소개해 드릴게요. 그럼 안녕히 계시고 다음 편지에서 또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