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힘들 땐 미술관 산책을… 박물관 효과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마음이 복잡하고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느껴질 때 여러분은 어떤 행동을 하시나요? 한 연구에 따르면, 불안을 느낄 때 미술관에 방문하는 것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하는데요, 오늘은 미술관이 마음 건강에 좋은 이유에 대해 함께 나눠 봅니다.
미술관은 아름다운 작품을 전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건축물 그 자체로도 편안한 공간이 되어 줍니다. 역사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기도 하고 경이로움과 경외심을 느끼게 하기도 하지요. 이처럼 미술관에서 느끼는 감정의 변화에 대해 제프리 스미스(Jeffrey Smith) 박사는 ‘박물관 효과(museum effect)’라는 용어로 설명했습니다.
‘박물관 효과’는 우리가 박물관에 들어갈 때 우리 자신과 우리가 속한 공동체, 그리고 사회에 대해 더 광범위하게 성찰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사색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서 누구나 쉽게 예술을 접할 수 있지만, 박물관의 특수한 환경은 다른 형태의 예술에 참여하도록 하고, 사고 과정을 변화시키기 위한 장소가 됩니다.
실제로도 최근 한 연구에서는 미술관이 개인과 공동체가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습니다.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긍정심리학을 연구하는 캐서린 카터(Katherine Cotter)와 제임스 폴스키(James Pawelski) 교수에 의한 연구인데요, 이 연구는 ‘인간의 번영을 위한 제도로서의 미술관(Art Museums As Institutions for Human Flourishing)"이라는 제목으로 미국의 긍정심리학 저널에 발표되며 관심을 모았지요.
제임스 폴스키 교수는 2014년부터 ‘Positive Humanitics(긍정 인문학)”를 주제로 예술과 인문학의 경험이 웰빙에 어떠한 효과를 미치는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위의 연구에서는 캐서린 카터 교수와 함께 다양한 학문 분야의 연구를 바탕으로 예술과 인문학이 인간의 번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습니다.
그들은 연구를 통해 미술관을 방문하는 행위가 웰빙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이 연구에 참여한 208명의 참가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10년 이상 미술관 등에서 일한 여성이었고, 참여자의 나이는 평균 40세로 21세에서 79세까지 다양했습니다.
연구 참가자들은 질병, 장애, 건강습관과도 같은 정보를 수집하였고, 이들에게 미술관이 가진 수집, 전시, 보존, 교육 기회 등의 중요성을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미술관을 방문할 때 16가지의 웰빙 척도가 일시적으로 얼마나 개선되는지를 평가하도록 했지요. 미술관을 방문하는 것이 스트레스, 자율성, 자존감, 불안, 부정적인 감정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줄일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연구 결과, 미술관 방문은 회복력, 공감, 성장, 열린 마음, 경외심, 근성, 공정성, 타인과의 깊은 관계, 공동체 응집력과 같은 요소들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치매에 걸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동일한 연구에서도 참여자들은 박물관을 방문한 후 더 즐겁고, 행복하고, 생기를 되찾았으며, 사회적 고립감을 덜 느낀다고 보고했지요.
그렇다면, 미술관이 우리의 심리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 잠시 일상으로부터 떨어져 몰입의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술관은 우리가 자주 가지 않는 독특한 공간으로, 특별한 공간에서 긍정적인 감정을 증진시키고 감각을 부드럽게 자극할 수도 있지요. 생각과 경험에 몰입하는 것은 명상과도 같은 휴식을 주기도 합니다.
둘째, 삶이나 세상에 대해 새로운 프레임을 갖게 될 수 있습니다. 미술관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새로운 방식의 생각은 여러가지 개념을 연결하고 생성하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인간이 고유하고 독특한 방식으로 성찰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함으로써 몰입과 새로운 관점을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셋째, 적절한 광합성과 신체의 움직임을 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미술관은 아름다운 지어진 건축과 공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채광이 좋아 햇빛을 흡수하기에도 좋고, 미술관의 동선을 따라 조용한 공간을 걷는 것은 신체의 밸런스를 유지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에게 떠오르는 미술관이 있으신 가요? 아직 이러한 공간이 익숙하지 않으시다면 가까운 작은 미술관에 방문해보세요. 여러분이 통찰력과 아름다움에 대한 경외로움을 느낄 수 있는 조용한 산책을 마음으로 동행하겠습니다.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우경수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