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사람이 잘되면 고통의 뇌가 반응한다, 샤덴프로이데
정신의학신문 |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행재요화(幸災樂禍)라는 사자성어를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신 가요? 이는 남이 재화를 입음을 보고 기뻐함을 뜻하는데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이 있을 만큼 타인의 불행이나 행복을 보며 특정한 감정을 느끼는 경우는 흔하게 존재합니다. 오늘은 이러한 인간의 속성에 대해서 이해해 보고자 합니다.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는 독일어로 ‘짓궂고 고약한 즐거움, 남의 불행을 기뻐하는 마음’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샤덴(Schaden)은 손해를, 프로이데(freude)는 기쁨을 뜻하는 단어로 남의 불행을 보았을 때 기쁨을 느끼는 심리'라는 뜻인데요, 영어에서도 이 독일어 표현을 자주 빌려 쓰고 있습니다.
일본어의 속어 중에도 이런 심리를 가리키는 '메시우마(メシウマ)'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타인의 불행으로 밥맛이 좋다'는 뜻인데요, 의역하자면, '꼴 좋다'와 같은 표현이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표현들은 우리가 흔하게 느끼는 질투의 감정에서 비롯됩니다.
뇌 과학 연구에서는 나와 가까운 사람이 잘되면 심적 고통을 느끼는 뇌 부위인 배측전방대상피질이 활성화된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지요. 열등감과 질투를 느끼는 대상이 잘 되지 않는 것을 보거나, 비교적으로 자신의 상황이 더 낫다고 생각이 들 때 뇌의 특정 부위가 자극을 받으며 강하고 짜릿한 쾌감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나와 가깝거나 동질성을 가진 사람이 잘되면 고통을 느끼는 배측전방대상피질이 활성화되지만, 나와 크게 관련 없다고 느끼는 사람이 잘될 때는 해당 부위가 활성화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심정 고통을 느끼는 뇌 부위가 신체적 고통을 느끼는 부위와 거의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가 질투를 드러내지 않는 것은 도덕적 당위성이지만 우리 신체의 시스템은 질투를 하도록 작동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질투는 느끼지 않는 것이 성숙한 것이 아니라 그 질투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중요한데요, 당연한 신체의 반응으로써 경험하게 되는 질투를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을까요? 인간 본성의 법칙의 저자이자 로버트 그린(Robert Greene)은 비교하는 성향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첫째, 질투하는 대상을 가까이하세요.
우리는 자신이 겪는 어려움들 보다는 가장 멋진 모습으로 보여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SNS가 발달한 시대에서 온라인을 통해 보여지는 사람들의 모습은 대체로 좋은 것들만 필터링한 것들이지요. 질투는 가까운 사이에서 발생하지만 더 가까이 가보면 그 안에서 고전하고 노력하는 상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반짝거리는 앞모습이 아니라 그 뒷면에 어쩔 수 없이 따라붙은 불이익도 있다는 사실을 함께 살펴본다면 우리는 조금 더 생산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나보다 부족한 사람과 비교하세요.
우리는 항상 나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게 됩니다. 내가 비교하며 부러워하는 상대도 다른 누군가를 보며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도 있지요. 현명한 대응은 나보다 더 좋은 조건에 놓여 있는 사람이 아니라 부족하게 가진 사람들과 비교하는 것입니다. 나보다 경제적인 형편이 좋지 않은 사람들, 더 높은 위협이나 불안을 이겨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이들에게 관심을 두는 것은 실제로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키우고 공감 능력을 키우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감사의 마음은 질투의 고통을 이겨내는 가장 효과적인 처방이 됩니다.
셋째, 함께 기뻐하는 훈련을 해보세요.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함께 기뻐한다는 뜻을 가진 ‘미트프로이데(Mitfreude)’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타인의 기쁨을 크게 기뻐할 수 있는 능력은 가장 고차원적인 인간이라는 동물에게만 주어진 특권이라는 것이지요. 타인의 기쁨을 단순하게 축하하는 말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기쁨을 함께하며 공감을 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많이 아니라, 그것을 몸의 감각으로 느끼는 것은 유대감을 형성하는 강력한 힘이 있으며, 언젠가 나에게 일어나는 기쁜 순간들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기초 토대가 됩니다.
넷째, 질투를 원동력으로 삼아 보세요.
우리가 질투의 감정을 좋은 자극으로 인식한다면, 이 감정을 생산적이고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성취를 이뤄낸 사람들을 비난하거나 그들의 지위를 떨어뜨리고 가진 것을 뺏으려 하기 보다는 나 자신을 더 높은 수준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할 수 있습니다. 질투를 원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를 성장이 가능한 존재로 믿을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나의 무력감 때문에 타인의 삶을 훼방 놓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토대로 스스로의 성실함을 무기 삼아 나아가는 것입니다. 인생의 목적은 질투를 원동력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키가 되어줄 것입니다.
다섯째, 타인의 성취에 감탄해 보세요.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인 시인 아이스킬로스(Aeschylos)는 ‘행운을 거머쥔 친구를 시기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 그 시기하는 머리에는 차가운 독이 들러붙어 인생의 모든 고통이 두배가 되리라.’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질투하는 마음 없이 성취를 인정하는 경외의 마음은 스스로에게 치유의 효과를 가져옵니다. 질투라는 감정이 독이 되지 않도록, 누군가의 성취를 숭고하게 여기고 감탄하는 과정에서 위대함이 탄생하기 위한 과정을 수용하고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역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정희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