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몸은 감정을 기억한다
정신의학신문 |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970년대부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연구해 온 정신과 의사이자 뇌과학자 베셀 반 데어 콜크를 아시나요? 그는 우리의 몸이 외상적인 스트레스에 영향을 받으며 당시의 기억에 의해 정서와 신체가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는데요, 오늘은 몸이 기억하는 외상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뇌과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베센 반 데어 콜크는 ‘몸은 기억한다(The Body Keeps the Score)’라는 책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이 책은 1994년 학회지 <Harvard Review of Psychiatry>에 실린 논문을 바탕으로 기억과 외상 후 스트레스의 진화하는 심리생물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외상적인 스트레스에 의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연구와 경험, 그리고 그것이 정신과 신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요.
베센 반 데어 콜크는 애착 이론, 신경생물학 이론을 바탕으로 30여년간의 치료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학대나 방치, 자연재해, 전쟁, 사고, 인신매매를 겪은 사람을 치료 대상으로 규정했고, 무력감, 분노, 허탈감을 이겨내고 자기 주도적 통제력을 회복하는 것이 치유의 목표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트라우마는 과거에 경험한 사건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며 몸의 반응이 계속되는 현상으로, 짧은 시간 내에 극단적인 사건에 노출되었을 경우에 경험한 각성 상태가 일상에서도 계속 반복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많은 학자들은 트라우마가 사람들의 뇌에 강력하게 각인되어, 사건이 종결된 이후에도 마치 위협받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외상후 스트레스는 트라우마로 인해 생존과 직결된 뇌의 영역이 오작동을 일으키면서 아직 위협받는 것처럼 특정 자극에 투쟁, 도피, 회피 등의 반응을 일으킬 때 일어납니다. 이러한 반응은 생명의 위협에 대처한 반응양식처럼 매우 빠른 속도로 자동적으로 일어납니다. 트라우마로 인한 각성 상태에서는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알아차리기가 어렵습니다.
외부 환경이 자신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위협적인 존재에 대한 정보만을 흡수합니다. 내분비계, 면역계, 호르몬 등도 생존을 위한 상태가 되면서 풍부한 감정을 경험하기 어렵게 되지요.
각성 모드가 켜지는 위험한 상황에서 친밀한 대상이나 안전한 사람이 빠르게 안심시키거나 곁에 있어 준다면 다시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올 수 있지만, 내면의 관계가 손상된 상태에서는 주관적인 경험에 의해 안전 기반이 무너진 것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도움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무력감이 학습되면서 어려운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를 다루는 과정에서 안구운동 둔감화 및 재처리(EMDR)를 일상에 적용해 볼 수 있는데요, 눈을 좌우로 왔다 갔다 움직이는 안구운동을 통해서 뇌의 정보처리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작업입니다. 이를 통해 뇌의 좌우를 교대로 자극해 마음 깊이 기억된 신체 감각, 기억, 이미지를 재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EMDR 방법을 따라해 보세요.
첫 번째, 다룰 수 있을 만한 사건을 감정의 크기가 작은 단계에 있는 것부터 회상해 봅니다.
두 번째, 시선을 손이나 막대기를 따라 좌우로 움직이는 운동을 1분 동안 반복합니다.
세 번째, 잠시 눈을 감고 쉬었다가 다시 같은 동작을 1~2번 반복합니다. 단 3회 이상은 시행하지 않습니다.
네 번째, 충분히 휴식이 이뤄진 이후에 다음 단계의 감정과 사건으로 위의 방법을 반복해 봅니다.
인위적으로 안구운동을 시행하면 부정적이고 기분 나쁜 생각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눈만 움직이면 되는 단순한 방법 같지만 뇌의 좌우를 교대로 자극하는 덕분에 마음속 깊은 곳에 내재된 기억, 이미지, 신체감각을 꺼낼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주로 수면을 통해 렘주기 상태에서 안구운동을 통해 여러 일들을 처리하는 과정을 활용한 방법으로, 오늘 날에는 외상 후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치료와 상담에서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혹시 힘든 기억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일상에서 안구의 움직임을 활용해 보시길 권합니다. 감정을 기억하는 우리 몸의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조금 더 잘 돌보는 일이 될 것입니다.
합정꿈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장승용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