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rely yours,] 변화의 시작이 막막한 분들에게

2024-09-26     김예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의학신문 | 김예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늘은 삶에서 더 나은 답을 찾고 싶어 변화를 원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함을 느끼는 분들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지금까지 세상을 향해 던져온 질문들에 대해 다시 살펴보고, 이 편지와 소개해 드리는 책을 통해 우리의 질문과 시선의 변화가 가져올 조금 더 나은 답을 기대하는 마음을 담아서요.

눈앞에 보이는 사물, 사람, 그리고 세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계신가요? 사람들은 자극에 반응하는 첫 창구로 신체의 눈, 코, 입, 귀, 피부 등을 통해 수많은 감각을 받아들입니다. 철학과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감각의 대상 그대로가 실재한다고 믿으며 객관적인 현실과 주관적인 경험 사이에 간극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소박한 실재론(Naive realism)’으로 설명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에서 동일한 감각 자극에 대해 저마다 다양한 해석과 반응을 한다는 것을 자주 발견하곤 합니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자신하지만, 때로는 "채색되고 왜곡된 세상을 경험" 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세상을 향한 소통의 방식은 이 신체 감각의 영역을 넘어서, 사고와 인지의 더 넓은 정신 활동의 영역까지 확장됩니다.

 

 

<프레임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의 저자,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우리가 더 나은 프레임을 설계함으로써, 세상이 변하지 않더라도 동일한 세상을 다르게 경험할 수 있음을 여러 사례와 연구 결과를 통해 설명합니다. 

프레임 설계의 한 예로, 어떤 일을 할 때 문제 해결이나 절차와 방법에 대한 질문을 넘어서, 그 일의 의미와 목표를 바라보는 ‘의미 중심’ 프레임을 선택하는 것이 있습니다. 물건을 구매할 때도 단순히 그 물건의 효용이나 소유 개념을 넘어, 사용하며 체험할 시간을 상상하는 ‘경험 중심’ 프레임을 선택한다면, 전혀 다른 차원의 깊이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러닝화의 성능, 디자인, 가격에만 집중하는 것을 넘어서, 그 신발을 신고 달릴 때 마주할 풍경과 바람을 상상하고, 운동 후 얻게 될 성취감이나 건강한 변화를 떠올리는 것은 소비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립니다. 이처럼 프레임의 변화는 우리의 삶에서 단순히 기능적인 선택이 아닌, 의미와 경험을 고려한 깊이 있는 결정을 내리도록 도울 것입니다.

 

“프레임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다.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세상을 향한 마인드셋(mindset), 세상에 대한 은유,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 등이 모두 프레임의 범주에 포함되는 말이다.”

 

그리고 이 프레임을 개선하는 작업, 즉 “언어와 은유, 가정과 전제, 단어와 질문, 경험과 맥락 등을 점검한 후에 더 나은 것으로 설계하고 시공하는” 과정이 우리 삶에 미칠 큰 파급력을 강조합니다. 항해와 같은 긴 삶의 여정에서, 프레임은 순항을 위한 바람이 되어 우리를 밀어주거나, 스스로 만든 한계가 되어 나아가는 것을 막는 방해물이 될 수 있습니다.

 

“건물의 어느 곳에 창을 내더라도 세상 전체를 볼 순 없다. 그것을 알기에 건축가는 최상의 전망을 얻을 수 있는 곳에 창을 내려고 고심한다. 이렇듯 우리도 삶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풍경을 향유하기 위해 최상의 창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람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무조건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황을 마주하면 무력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프레임에 있어 한 가지 안심할 수 있는 점은 우리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겐 동일한 사건을 두고 구체적인 수준에서부터 추상적인 수준에 이르기까지 프레임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 어떤 수준의 프레임을 선택하는지는 행복과 의미 추구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사진_ freepik

개인이 설정한 프레임은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에도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관계 속에서 생기는 오해와 갈등은 “어떤 맥락과 가정하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첫걸음일 것입니다. 타인이 내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민감하게 느끼는 만큼, 내가 타인의 행동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자신의 프레임에 갇혀 “우리 자신의 프레임 속에서만 자명할 뿐, 다른 사람의 프레임에서는 애매”한 것 때문에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면, 서로를 탓하기보다는 조금 더 이해하고 포용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신념과 기대는 먼저 우리의 행동을 바꾼다. 그리고 우리의 행동은 그에 반응하는 타인의 행동을 바꾼다. 우리는 상대방의 행동이 나 때문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저 사람은 원래 그렇구나. 내 생각이 맞았어'라고 자신의 신념을 정당화한다.”

 

독자분들은 어느 곳을 향해 창을 내고 세상을 바라보고 싶으신가요? 저자가 제안하는 다양한 프레임을 힌트로 활용하여, 이제까지 떠올리지 못했던 변화를 위한 새로운 선택지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단일하게 고정된 색상이 아닌, 다가올 가을의 단풍처럼 여러 색으로 물들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책을 소개해드리는 [Sincerely yours,] 시리즈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관점과 추천이 반영된 책을 읽고 싶어 하시는 환자분들을 진료실에서 만나며 필요성을 느껴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영어 편지나 이메일의 끝인사로 사용되는 'Sincerely yours,'는 '진심을 담아' 또는 '당신의 진실한 -로부터'라는 뜻으로 매우 정중하지만 서로 알고 있는 친밀한 사이에서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진료실에서 나누는 상담이 가진 기억 지속 시간의 한계를 넘어, 평소에도 소지할 수 있는 문자화된 책을 통해 진료실 밖에서도 환자분들이 원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정신건강을 스스로 돌볼 수 있도록 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직접 책을 읽고, 책을 처방해 봅니다.

궁금했던 책이나 고민이 있으신 내용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향후에 알맞은 책을 찾아 소개해 드릴게요. 그럼 안녕히 계시고 다음 편지에서 또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