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디저트의 유혹, 단 음식이 우리 뇌에 미치는 영향

2024-07-30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카페 진열대에 알록달록하게 장식된 디저트를 바라볼 때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곤 합니다. 형형색색의 예쁜 디자인과 함께 입안 가득 물었을 때 퍼져오는 달콤함은 잠시지만 다른 생각들을 잊고 오직 그 순간에만 몰입하게 만들어주는 묘약 같은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디저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은 것 같기도 합니다. 시기마다 도넛, 꽈배기, 케이크, 마카롱 등 유행하는 디저트의 종류는 바뀌지만, 공통적인 것은 모두 달달한 맛을 자랑한다는 것이겠죠. 특히 SNS를 통해 디저트 맛집이라고 알려진 카페나 베이커리에서는 화려한 디저트 사진을 찍는 것이 국룰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단 음식을 찾는 데는 그것이 주는 특별함, 나를 대접하는 느낌, 작은 사치를 부리는 기분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단것을 먹을 때 느끼는 행복감 역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단 음식을 먹을 때 우리 뇌에서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됩니다. 도파민은 잘 알려진 것처럼 쾌락, 즐거움과 같은 감정을 느낄 때 나오는 호르몬으로서, 보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특정 행위나 물질을 통해 즐거움을 느낄 때는 점점 더 많은 도파민이 분비되고, 해당 행위나 물질을 더 많이 찾게 되지요. 이는 뇌의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과도 관련 있는데, 특정 행동이나 대상에 대한 노출이 잦아질수록 그에 관한 뇌 연결망이 더욱 강화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단 음식을 자주, 많이 먹으면 단 음식을 통한 도파민 분비가 더욱 촉진되고 더 자주, 더 달콤한 음식을 찾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독일 막스플랑크 물질대사 연구원의 마크 티츠마이어 연구팀은 미국과 유럽의 성인남녀 49명을 대상으로 이와 관련된 실험을 진했습니다. 그 결과 고지방 고당질의 푸딩을 8주간 지속적으로 섭취한 실험군은 뇌 영상 촬영에서 저지방, 저당분 푸딩을 섭취한 대조군에 비해 고지방, 고당분 음식에 대한 반응이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미국 조지아주립대의 신경과학연구소 요코 헨더슨 박사팀은 단 음식이 해마의 신경세포를 활성화해 중독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해마는 학습, 기억 등을 관장하는 뇌의 영역으로서, 이 연구에서는 실험용 생쥐가 반복적으로 달콤한 음식을 섭취할 때 나타나는 뇌세포 반응 및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단 음식을 먹을 때 ARC라는 물질이 생성되면서 해마를 자극해 행복감을 느끼게 하여 단 음식을 더 많이 찾게 한다고 보았습니다. 단 음식이 행복감을 주는 것으로 인식 및 기억됨으로써 계속 추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당분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억제성 뉴런에서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억제성 뉴런은 전전두엽 피질(prefrontal cortex)에 위치하며 의사결정이나 만족감 지연, 충동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며, 대표적인 억제성 신경전달물질로는 가바(GABA)가 있습니다. 지나친 당분 섭취는 억제성 뉴런에서의 변화를 통한 행동 통제 및 결정 능력의 감소를 가져옵니다.

또, 당분 섭취 후 짧은 시간 동안 혈당이 급격하게 높아진 후 바로 떨어져 정상 수준 이하로 떨어지는 슈가 크래쉬(sugar crash)는 기분 조절과 연관되는 신경전달물질 교란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당분은 우울, 불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합니다. 그렇기에 단기적으로는 단 음식을 통해 잠시 기분이 좋아지거나 스트레스가 감소하는 것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습관이 지속되면 당분 섭취로 인해 세로토닌이 갑자기 많이 분비되고 비축해 둔 세로토닌 공급량이 감소하면서 우울감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단 음식이 우리 몸에 안 좋은 영향만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단 음식 속에 포함된 당분은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뇌에서 에너지원이 되는 포도당은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물질로 기억, 학습, 판단력과 같은 중요한 일들을 수행하는 데 영향을 줍니다. 또, 설탕이나 가공식품뿐만 아니라 과일, 채소, 유제품, 곡식과 같은 천연 재료 및 건강 식단에도 당분이 포함된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이든 과유불급이듯, 단 음식 역시 지나치게 많이 섭취했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이죠. 그렇기에 건강한 식단관리 및 단 음식 섭취량과 빈도에 대한 세심한 주의와 관리가 요구됩니다. 또, 단 음식을 먹더라도 이왕이면 더 건강한 방식으로 섭취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좋겠죠. 예를 들면 단 음식을 먹는 횟수를 일주일에 1회로 조절한다든지, 설탕보다는 천연 벌꿀을 사용해 요리한다든지, 한 번에 섭취하는 단 음식을 아이스크림 반 개, 바나나 한 개와 같이 80kcal 이하로 조절하는 것입니다. 

평상시 식습관을 통해 단 음식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것도 좋습니다. 탄산음료 대신 차나 물 마시기, 커피를 마실 때는 시럽이나 설탕을 넣지 않은 아메리카노로 마시기 등 생활 속에서 작은 습관만 바꾸더라도 단 음식 섭취를 줄일 수 있습니다. 

가끔 먹는 단 음식은 우리 삶에서 큰 즐거움이자 행복입니다. 그 행복이 우리 건강을 위협하지 않도록, 현명하고 지혜롭게 식단을 관리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당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최강록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