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근육이 새싹처럼 돋아나길 위하여

2024-07-21     심경선

 

사진_ freepik

 

어느덧 6년 하고도 한참이 지났다. 공공연하게 알고 있었지만, 절대 가지는 못했던 정신의학과서 치료를 받은 기간 말이다. 그날로 하여금 국가기관에서 한 의사의 손에 나에게는 여러 개의 F코드가 달랑달랑 생겼다. 피부 속 아주 오래된 점이 새로 생겨난 점을 빼는 것보다 한참이 더 걸리는 것처럼, 여러 개의 트라우마와 입 밖으로도 내고 싶지 않았던 고통의 상처를 자국을 따라 걸으며 인정하고, 시간과 공을 흠씬 들여서 다시 마주쳐도 너무 소스라치지는 않을 만큼 고쳐 나가기로 작정했다.  

6년은 참으로 격정적이고, 힘에 부치고, 또한 현실에서의 문제들도 감당해 나가야 하는 날들이었다. 상담을 한 번 받고 얼마나 후덜거리며 정신없이 집을 찾아 돌아왔는지…. 상담에서의 한마디, 숨 하나가 그 뒤 일주일을 얼마나 되돌이키게끔 속을 찔렀는지. 참으로 아찔하고 불운한 시기였다. 상담 시작 때 예상했 듯이 나의 병은 치료가 매우 더디었다. 나아 질만 하면 다시 잠을 한숨도 못 잤고, 괜찮아 보여서 말을 걸면 조증으로 괴로워하는 중이었다. 

조울증을 안고 살며 가장 불행한 순간은 내가 조증의 피크 상태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다. 곧 바닥 없는 저 밑으로 떨어질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기쁘기까지 했던 오늘의 내가 큰 예견 없이 바닥이 안 보이는 깜깜한 바닥으로 추락한다는 것은 그 감각만으로도 이 생을 그만두고 싶어지는 끔찍한 순간이다. 동시에 남들에게 오해 사기 딱 쉬운 모습이기도 하다. 

 

“어라, 쟤가 치료를 받더니 어떤 때는 종종 상태가 괜찮네?” 

이 생각을 고쳐 놓으려고 ‘아니야, 나는 또 다른 지옥에 들어온 거야.’라며 응석을 부릴 재간도 없었다.  

“햇수로 7년을 치료 받고, 아직 멀었다고? 그게 고쳐 지기는 하는 거야?”

 

어쩌면 한심해하는 눈으로, 절반 정도는 거짓말을 할지도 모르겠다는 눈꼬리를 한다. 저의 어떤 점들을 참아 주고 있다고 생각이라도 하는 것인지,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는 눈을 보고 있자면 오해를 꼭 풀고 싶기도 또는 알아서 보든 말든 포기해버리고 싶어지기도 한다. 한마디로 울고 싶은 기분이다.

 

사진_ freepik

 

그런 나의 기분과는 상관없이 내 마음은 생채기를 받아내며 0.1퍼센트라도 나아지려고 그 어느 병원보다 열심히 정신의학과에 들른다. 최근에는 요가를 시작했다. 나는 여러 차례 요가를 시도했고, 꽤 열심히 다니던 시절도 있었다. 요가를 끝내고 대부분의 날, 집으로 걸어오는 길이 휘청일 만큼 외롭고 우울하고 괴로웠다.

그렇게 그런대로 시간을 보내고, 이번에는 선생님이 만만치 않다. 보통, “너무 우울하고 괴로워서 못 나가겠다.”라고 하면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알겠다. 푹 쉬고 다음 주에 보자.” 하는데, 나의 새 요가 선생님은 “누워 있어도 괜찮으니까 일단 나오세요.”라고 하셨다. 

‘그래, 진짜 하기 싫으면 하다가 누워 버리자.’ 하는 마음이 스며들었다. 보통 필라테스나 요가를 오해하는 분들이 있다. 천천히, 스트레칭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하시곤 한다. 필라테스와 요가를 연달아 하는 나의 입장에서 필라테스는 훈련이고 요가는 수행이다. 필라테스는 도구의 도움을 받아 내면에 있는 근육까지 태어나서 한 번도 안 써 본 근육까지 쓰는 운동이고, 요가는 그 어떤 조직일지라도 모두 바르고 더 나은 방향으로, 아주 오래, 더 늘려가며 이전보다 그다음이 나아지는 맨몸운동이자 수행이다.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엉거주춤이라도 요가를 이어 가면 6~7년이 지나면 훨씬, 지금보다 볼 만하게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알 필요 없다. 6~7년 치료 받았지만, 그다지 사회에서 어떤 몫을 훌륭히 해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한심해할 사람들의 평가를. 

6~7년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나는 모든 과정이 나에게 꼭 필요했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도 후다닥 흘러가지 않고 과정 속에서 많은 삶의 의미들을 깨우치리라고 믿는다. 우리는 몸도 마음도 근육을 단단히 하기 위해 우선 조금 아파야 한다. 누워 있어도 되는데, 굳이 일어나야 한다. 그 순간들이 쌓여 근육이 되고 마음 또한 어떤 편견에 강하게 부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제 문을 열고 들어선 새내기 환자부터, 3개월쯤 맞는 약을 찾아 치료를 받은 운 좋은 졸업자, 나처럼 몇 년이 지났는데도 성실히 병원을 다니는, 장기 치료자까지, 모두 오늘치의 득근(근육을 얻는다) 하시길!

심경선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