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에 관한 관심과 집단 역동, 성숙한 대중의 태도
정신의학신문 |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유명인에 관한 이슈와 가십은 많은 사람의 관심사가 되곤 합니다. 많은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만큼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며 때로는 생각지 못한 일들이 큰 스캔들로 번지거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하죠. 특히 인터넷 문화가 발달하고 SNS를 통한 일상의 공유, 다양한 의견 표명과 의견교류가 가능해진 요즘 시대에는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는 영국의 왕세자빈인 케이트 미들턴의 암 투병 소식이 다양한 국내외 언론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윌리엄 왕자의 아내인 케이트가 지난해 연말 크리스마스 이후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가족사진, 왕세자와의 쇼핑 동영상에서의 대역 의혹 등이 일면서 그녀의 신변에 이상이 생겼다는 루머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떠돌았습니다. 또, 왕세자빈이 치료받은 의료기관의 직원이 관련 자료를 누출하려다가 적발되면서 관련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관련 의혹과 사건들이 이어지면서 왕세자빈이 직접 자신의 병에 관해 밝히고 해명을 하게 된 것입니다.
왕세자빈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녀는 지난 1월 복부 수술을 받았고 그 후 암이 발견되어 예방적 화학요법의 초기 단계에 있다고 합니다. 아울러 암으로 영향받은 사람들을 향한 희망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며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자신과 왕실 가족들에게 필요한 시간적, 개인적 영역을 존중해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영국 국민뿐 아니라 많은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이 소식을 전하는 당사자의 마음과 부담감이 얼마나 컸을지 상상하거나 짐작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암과 싸우는 힘든 기간이지만 더 이상의 논란과 혼란이 가중되지 않도록 본인이 직접 암에 관한 이야기를 밝힌 것으로 보입니다.
SNS를 비롯한 온라인상에서 개인의 일상과 감정, 크고 작은 행동들이 모두 쉽게 노출되고 공유되면서 그에 따른 장점과 부작용이 공존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유명인들은 대중들로부터 많은 응원의 메시지를 받으며 사랑받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고, 대중은 멀게만 느꼈던 유명인들을 가깝게 느끼며 그들과 직접 소통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또, 관심사와 의견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소통하며 활발한 정보와 의견교류의 장이 마련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개개인의 생각이나 감정이 여과 없이 표출되고 극단적인 표현, 추측, 집단행동이 일어나면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SNS를 통해 연예인들이 팬과 직접 소통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더 커지기도 하고, 지나치게 개인적인 영역이 공개되어 뭇매를 맞기도 합니다. 그중에는 대중적인 비난과 관심의 대상이 되기에는 너무 개인적인 일에 해당하는 것들도 있고,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제3자가 왈가왈부하기에는 부적절한 것들도 있습니다. 또, 직업인으로서 역할을 잘 하는 것 이상으로 개인적 영역에서까지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갖고 완벽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도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부족함이 있을 수 있고 공과 실이 있을 수 있는데 유명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도덕적 완벽성을 요구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죠.
또, 때로는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대중으로부터 부정적인 시선을 받으며 숨어 지내는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제는 시간이 상당히 지났지만 과거 동영상 유출 사건으로 인해 피해자임에도 대중적 지탄을 받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던 유명인들도 있고, 실제 명문대를 졸업했고 학교 측으로부터 졸업을 확인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학력 위조 의심을 받으며 정신적 어려움을 겪었던 유명인도 있습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런 일들은 지금도 형태와 대상을 바꾸며 일어나고 있습니다. 범법행위와는 별개로 지나치게 세세한 사생활이 언론에 노출되어 생을 달리한 유명인의 소식에 우리는 충격과 함께 안타까움, 슬픔을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유명인의 사생활에 대한 지나친 언론보도와 마녀사냥, 가십성 루머와 추측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우리 자신 역시 그런 과정에 동참하지는 않았는지 무거운 책임감과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지요.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근거 없는 루머 확산이나 지나친 관심, 비판을 가장한 비난을 자제하자고 다짐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계속되는 유명인들의 사적 영역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도를 넘은 비난은 안타까움과 함께 염려를 자아냅니다. 즉흥성과 확산성, 휘발성이 강한 미디어와 SNS의 특성상 작은 일도 크게 부풀려지고 손쓸 겨를 없이 이슈가 확대 재생산됩니다. 그러면서 특정 사안이나 인물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이 등장하고 온라인상에서는 반대파와 동조파로 무리가 나뉘어 첨예한 대립 상황이 연출됩니다. 서로의 의견이 맞다고 주장하면서 상대를 비난하고 싸움이 더 커지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애초에 그 사안이 대중적 관심과 판단의 영역에 해당하는 것인지는 더 이상 중요해지지 않고 해당 사안에 대해 당사자가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가 빗발칩니다. 마치 그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이 당연한 의무이며, 대중은 그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는 듯 말입니다.
하지만 입장 표명이 반드시 꼭 해야 하는 의무도 아니고, 유명인 역시 자신의 사적 영역이 침범당했다는 점에서는 어떻게 보면 피해의 당사자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마치 죄인이 된 듯 위축되고, 의견을 밝히든 밝히지 않든, 또 어떤 의견을 밝히든 대중들의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사면초가에 갇힌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런 평가와 관심이 유명인으로서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만큼 큰 사랑과 관심, 그로 인한 인기와 유명세, 재력과 권력 등을 누리고 있으니 그 정도 왕관의 무게는 기꺼이 져야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것이 정말 그저 당연하게 여겨야 할 왕관의 무게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모든 사람이 완벽할 수 없듯이 유명인 역시 완벽할 수만은 없고, 그들에게도 사적 영역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할 영역입니다. 관심과 비난이 금세 뜨겁게 끓었다가 금세 식어버리고 벌떼처럼 몰려들었던 언론과 대중들이 한순간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리고 난 자리에는 무엇이 남을까요?
누군가에게는 잠시간의 흥밋거리, 재밋거리였던 일이 당사자에게는 지우기 어려운 상처로 남는다면 어떨까요? 나의 재미와 흥미가 누군가를 아프게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닐까요? 유명인에 대한 지나친 완벽함의 기준을 내려놓고, 성숙한 태도를 가져야 할 때입니다.
합정꿈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장승용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