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증] 강박증에 대해 물어보세요 - 2편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늘도 강박증과 관련해서 어떠한 궁금증이 있는지를 계속해서 체크해 가면서 이야기를 나눠 보는 시간을 가져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운전하면서 차선을 변경할 때 백미러를 한 번만 보고 차선을 변경해야 되는데, 혹시나 해서 한 번 더 확인을 하고 변경하는데 이것도 강박증이라고 봐야 되겠죠?
애매합니다. 근데 이것만 봐서는 좀 알 수는 없을 것 같긴 한데, 한 번 보고 차선 변경을 하는데 두 번 본다. 이게 횟수나 이런 게 중요한 건 사실은 아니고요. 우리가 병이냐 아니냐를 가늠하는 기준은 기능입니다. 우리가 찝찝해서 확인하고 혹은 자주 쉬고 하는 것이 종종 나타나더라도 이런 것 때문에 생활의 기능을 별로 방해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꼭 병으로 볼 필요는 없거든요. 말씀하신 질문자님께서 한 번 보고 변경해야 되는데 한 번 더 확인을 하고 변경한다.
이것이 너무 빈번하게 일어나서 운전하는 게 너무 힘들다, 운전할 때마다 공포감이 느껴진다, 라고 생각한다면 강박증이라는 병으로 봐야 될 것이고요. 그게 아니고는 가끔씩 나타나는 일회성 증상이고, 나타날 때는 좀 불편하지만 지나고 나면 별 문제 없다고 느껴진다면 이것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이례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시면 될 것 같습니다.
2. 너무 신기하네요. 제 강박이 보편적인 어떤 질병 중 하나였다는 것이 오히려 저를 안심시키네요.
이런 분들이 꽤 많이 계시거든요. 내가 느끼는 불안, 내가 이상행동을 하는 것, 내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이런 것들이 나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고 어디를 찾아가 봐도 이것은 뭔지 모르겠다는 얘기만 들었는데. 그런데 막상 가 보니까 병원에 가서 이것은 이런 진단입니다, 라는 진단이 내려지는 것이 또 굉장히 마음이 편해진다고 얘기하십니다.
왜냐하면, 막연한 불안이라는 것이 어떤 규격화된 이름을 가지게 되고 어떤 틀을 가지게 되면서 이것이 뭔가 명료해지기 때문에 불안이 좀 가라앉게 되는 경우가 상당히 흔합니다. 또 진단을 받는다는 것은 이 경우 치료방법이 있다는 거거든요. 진단을 받게 된다면 내가 SSRI라는 약을 쓰거나 아니면 인지행동치료를 통해서 치료하게 되면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안심이 됐다는 어떤 말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3.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강박으로 미쳐 있던, 불쾌하고 죽을 것만 같은 마음이 수그러드는 게 느껴집니다. 뭐든 욕심에서 오는 게 많네요. '내가 편해.'라는 욕심, 감사합니다. 선생님.
이렇게 적어 주셨는데요. 약간 본능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강박증이 불편한 것을 해소하고 싶다는 욕구에서 오는 거거든요. 욕심이라기보다는 어떤 본능적인 거죠? 불편한 건 피하고 싶고, 불편한 건 없애고 싶고, 불편한 건 마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자꾸 하시다 보니까 거기에 맞춰서 이런 패턴들을 반복하게 되고, 내가 그런 쪽으로 자꾸 훈련하게 되는 게 바로 강박증이라는 병이거든요. 본능적인 어떤 그런 불편은 피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나오는 병이다, 라고 설명드릴 수가 있겠습니다.
4. 근데 피하지 말고 자꾸 노출시키라고 하는데, 사람들이 나의 모습을 어떻게 생각할까,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이라, 강박 불안이 상대에게 노출되면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 것 같은데, 어떻게 노출을 시키나요?
노출 치료를 하는 데 있어서 꼭 야외에서 할 필요는 없거든요. 꼭 밖에서 할 필요는 없고 먼저 실내에서 시작하셔도 되고요. 강박이 무엇인가에 따라서 나 혼자서 좀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텐데요. 이분의 문제는 강박도 강박이지만, 사람들을 많이 의식하게 되는 사회불안이 좀 문제가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는 것이 너무나 끔찍하고,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것이 왠지 좀 나를 되게 이상한 사람을 보는 것 같다라고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아요.
우리가 머릿속의 생각을 종종 합니다만, 그 생각이 다 정답이진 않거든요. 그런데 우리 대부분은 그 생각을 그냥 정답이라고 믿고 살아가거나 혹은 정답인지 아닌지 별로 그렇게 의심하지 않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 머릿속에서 만들어 낸 오답들이 좀 있는데요, 그것들을 인지 오류라고 얘기합니다.
인지 오류 중에서 가장 흔한 오답 중의 하나가 뭐냐면, 말씀하신 것처럼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데 저 사람이 나를 보고 이렇게 생각을 할 거다라는 거죠. 저 사람이 나를 이렇게 판단할 거고, 이를테면 나를 싫어할 거다, 나를 좋아할 거다, 이런 식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나도 모르게 헤아리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 바로 인지 오류 중에 하나고, 그것을 독심술의 오류라고 얘기를 합니다.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보시는 분들이 이런 오류에 잘 빠지게 되는데요. 그러니까 우리가 연습해야 될 것은, 내가 사람 마음을 어떻게 알아, 라는 걸 혼잣말처럼 자꾸 자꾸 되뇌어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우리는 사람 마음을 알 수가 없거든요. 제가 정신과 의사를 한 지 10년 정도가 좀 넘었는데 이 10년 동안 관상 보는 것처럼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맞추려고 노력을 많이 합니다만 사실은 잘 안 됩니다. 틀린 경우도 굉장히 많고요. 내가 타인의 마음을 아는 방법은 없어요. 상대방이 나를 싫어한다는 생각을 좀 거둘 필요가 있고요.
나도 모르게 그 생각에 빠지게 된다면 그 생각부터 좀 거리를 두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는 거죠. 그래서 이분 같은 경우라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싫어할 거야, 이상하게 볼 거야.'라는 생각에 빠지게 되는 것은 자동적이라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만, 그런 것을 내가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나면 '나 또 시작이네. 이것은 독심술이야. 내가 사람 마음을 어떻게 알아?’라는 식으로 조금 스스로 되뇌면서 그 생각에 자꾸 빠지고 있는 나를 건져 올리는 연습들을 계속 해 나가시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5. 강박증 때문에 힘들어요. 집안일을 할 때, 내가 샤워를 할 때 항상 숫자를 세고 다시 세고 너무 늦게 하네요. 군대에서 샤워는 5분 만에 했는데 지금은 샤워를 하면 최소 20분, 하루에 손을 50번 정도 씻네요.
강박증이 진짜 심한 분들은 20분은 사실 좀 짧은 것 같고요. 더 심한 분들은 한 시간, 두 시간씩 샤워하기도 합니다만, 이분의 문제는 샤워할 때 숫자 세는 게 좀 약간 문제인 것 같아요. 꼭 카운팅을 해서 적절한 숫자가 되어야 하지만 샤워를 끝내는 아마 그런 성향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청결 강박을 가지신 분들에게 종종 말씀드리는데요, 씻다가 중간에 끊고 나와야 됩니다. 그런 경우에는 여러 번 하셔야 되는데 그때 제가 강조드리는 게 찝찝함을 남겨놓고 나와야 된다, 라고 말씀드리거든요. 씻다가 열 번 씻어야 되는데 한 다섯 번 씻으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덜 씻은 것처럼 굉장히 찝찝하고 불편할 겁니다.
그런데 그 다섯 번 씻고 남아 있는 찝찝함을 그대로 남겨두고, 눈을 꼭 감고 남겨두고 손을 닦고, 밖으로 나와서 사람들과 대화하거나 메신저를 확인하거나 드라마를 보거나 하는 식으로 한번 시간을 보내 보는 거죠. 찝찝함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나오는 게 참 어렵긴 합니다만, 그렇게 중간에 끄고 남겨놓고 나왔을 때 생각보다 이 찝찝함이 빨리 지나가는 것을 경험하게 되거든요. 대개 청결강박 가지신 분들은 이런 경험을 많이 하게 되시는 것 같아요. 이분 같은 경우도 샤워 시간이 너무 길고 씻는 횟수가 너무 많다면요.
일단 샤워 시간을 한 절반을 줄이거나 씻는 횟수를 절반으로 줄여서 조금 찝찝함을 남겨놓고 나왔더니 찝찝함이 계속 심해지는 것이 아니고 지나가더라. 어라, 조금만 씻어도 되는 사람이구나, 라는 것을 계속 경험을 쌓아 가면서 이 강박을 치료해 나가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100번 씻다가 50번 씻고, 한 번 씻고 이렇게 횟수를 줄여 가는 건 사실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닙니다. 100번에서 한 번은 굉장히 좀 큰 감소라고 생각하는데요. 사실은 씻고, 안 씻고의 차이가 훨씬 더 크거든요. 그래서 내가 굉장히 많이 씻고 오래 씻는 사람이라면 이 시간과 횟수를 줄여 나가는 것을 연습함으로써 분명히 좀 도달이 될 것이고, 이게 되고 자꾸 경험이 쌓이게 되면 강박증이 치료되는 쪽으로 나아가실 수 있을 겁니다.
6. 그래도 피치 못하게 공중화장실 이용 후에 손을 안 씻고는 절대 1분도 못 배길 것 같아요.
진짜로 그런지는 해 봐야지 압니다. 1분도 못 버티실지, 아니면 내가 1분, 2분, 3분 시간을 잘 버티실지는 해 보시면 아마 본인이 생각보다 잘 버티는 사람이구나, 라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것을 좀 내가 의도적으로 더러운 것을 만지고 1분 이상 버티는 게 상당히 어렵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치료자가 필요하고, 함께 치료를 해 나갈 수 있는 동반자가 있으면 훨씬 더 도움이 되는 것이죠.
다 소개해 드리지 못했지만 내용들이 굉장히 좀 알차고 많은 분들이 좀 구구절절한 사연을 많이 올려 주셨는데요. 다 답변드리지 못해서 너무 죄송스러운 마음이고 다음에도 기회가 있으면 열심히 읽으면서 답변 드리는 시간을 가져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남푸른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신재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