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증] 강박증에 대해 물어보세요 - 1편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금까지 영상으로 여러분들을 많이 만나서 저희가 촬영한 영상 중에서 조금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던 영상들에 달려 있는 댓글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또 궁금증이 어떤 것이 있는지를 한번 좀 체크해 가면서 이야기 나눠 보는 시간을 가져 보도록 하겠습니다.
1. 한 번 확인하면 넘겨야 되는데 또 보고 또 보고 또 확인하고 정말 미쳐버리겠네요. 분명 내 눈으로 5초 전에 확인을 하고도 뒤돌아서면 내가 잘못 본 건 아닌가 또 확인하고 한 번만 확인하고 참으려고 해도 너무 찝찝하고 불안해서 다시 한 번 확인했는데 이번엔 정말 참아봐야겠습니다.
결국 이제 강박증 치료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 늘 영상에서 강조드리지만 ERP라는 부분이죠. ERP라는 것은 노출 및 반응 방지라는 기법인데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 크게 치료를 두 가지로 나눌 수가 있는데 약물치료는 보조바퀴 역할을 합니다. 그러니까 처음에 우리가 자전거를 타면서 자전거 타는 걸 배우게 되면 보조바퀴를 달고 처음에 자전거를 타게 되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자전거 타는 게 익숙해지고 나면 보조바퀴는 필요 없거든요. 그래서 그때부터는 보조바퀴를 떼고 우리가 자전거 타는 데 집중을 하게 되죠. 약물치료는 초기에는 분명히 도움이 되고요.
또 여러 가지 문헌에서도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함께 병행하면 좀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실제로 약물치료는 많이 받고 계시지만 여기서 좀 더 한 단계 나아가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우리가 기법을 연습해야 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분께서 말씀하시는 게 이제 참아 봐야 되겠다는 것이 ERP에서도 굉장히 강조하는 방법 중에 하나거든요. 찝찝한데 찝찝함이 기다리면 지나간다는 경험까지 하셔야지만 치료가 시작될 수가 있습니다.
대개는 강박증 환자분들은 찝찝함이 지나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를 쓰고 에너지와 시간을 많이 들여 가지고 어떻게든 찝찝함을 없애려고 노력을 굉장히 많이 하시거든요. 그런데 참고 기다리면 지나갑니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고, 제가 찝집함을 기차에 많이 비유를 합니다. 기차가 왔다가 시간이 지나면 지나가는구나. 내가 뭘 해서 지나가는 것이 아니고 찝찝함이라는 기차가 나한테 들어왔을 때 내가 조금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다른 일에 집중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까 찝찝함이 지나가는구나, 라는 경험을 하게 될 때 강박증이 좋아지게 되거든요. 그래서 참는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라는 것.
2. 어렸을 때부터 강박 증상이 있었고, 약 7년 넘게 방치하다가 강박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예기 불안의 범위가 엄청 다양합니다.
예기 불안이라는 건 미리 걱정을 하는 거죠. 어떤 일이 나타나면 어떡하나 걱정을 하는 건데, 근본이 좀 있을 만한 불안 요소는 어떡할까요? 발생 가능성이 크게 높지 않고 본인도 괜찮을 거라고 인지하지만 우려한 상황이 발생해서 결국 불편함이 발생했다면이라고 질문을 하셨습니다.
우리가 걱정을 많이 하는데 이 걱정이 실제로 일어날 확률은 굉장히 낮거든요. 그런데 이게 사실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우리가 이제 이런 확률이 낮은 것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고 또 하나 생각해 봐야 될 것은 불안을 가지신 분들, 강박증 환자분들을 비롯해서 이 걱정거리가 실제로 나에게 나타났을 때 일어나는 일을 굉장히 끔찍하다, 라고 생각을 많이 하시거든요.일종의 재앙화 사고죠. 재앙화 사고라는 것은 작은 결말인데도 이것을 굉장히 뻥튀기해서 엄청 끔찍한 결말이 일어날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부분이거든요. 그래서 이런 재앙화 사고가 나타나는 경우가 굉장히 흔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내가 가지고 있는 불안 요소가 정말 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고, 정말로 내가 몇 번 겪어 볼 만한 혹은 겪어 봤던 일이라고 한다면 과연 그 일이 나한테 정말 끔찍했었는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생각보다는 이렇게 끔찍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내가 한번 경험해 봤을 때 그렇게 끔찍한 결말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고 아마 그때는 적절하게 정신이 없었겠지만 또 불안했겠지만 적절하게 잘 대처할 수 있었고 결론적으로 잘 지나갔던 사건이었지 않을까요? 한 번 좀 생각을 해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고 할지라도 혹은 이런 한 일에 관해 높은 일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그렇게 끔찍한 일일 것인가, 아니면 내가 거의 그 일이 실제로 벌어졌을 때 정말로 내가 대처할 수 없을 것인가, 아니면 어느 손해가 좀 수습할 수 있을 것인가 같은 것들을 한번 생각해 보시면 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3. 무언가 단어, 사람 이름 등등 이런 소소하고 자잘한 자연스러운 생각들이 한 번 생각나면 흘려보내지 못하고 계속 곱씹고 생각하다가 계속해서 의식적으로 생각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인간관계나 사회생활도 불편해지기 시작했고, 우울감과 무기력감까지 심해졌습니다. 이런 증상의 원인이 강박증 때문인 것도 맞나요? 정말 괴롭고 불안하고 일에 집중도도 떨어지고 자존감이 너무 떨어져서 힘듭니다.
강박증의 유형이 굉장히 다양하거든요. 우리가 흔히 잘 아는, 손을 굉장히 열심히 씻는 샤워를 몇 시간씩 하는 청결 강박도 있는데요. 무언가 찝찝해서 계속 곱씹고 확인하는 이런 확인 강박도 있고요. 정리정돈을 열심히 하는 정리 정돈 강박도 있죠. 이 분께서 말씀하신 것은 일종의 확인 강박이 아닌가 싶습니다. 뭔가 떠오르면 계속 떠오르는 것에 대해서 찝찝하고 불편하니까 확실히 곱씹으면서 이게 좀 더 편해질 때까지 계속해서 확인하게 되는 그런 원리를 가지고 있는 강박이라고 생각이 되고요. 아마 일종의 확인 강박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런 증상들로 말미암아 아마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고 하셨는데 우울감과 무기력감까지 심해졌다고 하셨고요. 아마 이런 증상들 때문에 생활에 지장이 많으시다면 강박증이라는 병의 범주로 보고 정신과를 찾아가셔서 치료를 받아보시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영상 보고 생각 바꾸니 증상이 바로 없어졌네요."라고 말씀하셨는데, 효과가 좋았다고 하니까 너무 감사드리고요.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대개 이런 경험을 하는 것 자체는 굉장히 중요하고요. 역시 중요한 건 일관적으로 얼마나 이 방향을 가지고 노력하는가가 될 겁니다. 꼭 정신과 찾아가지 않으셔도 되는데, 내가 좀 일관적인 방법론을 가지고 계속해서 경험을 해 나가면서 그 결과 접촉을 해 나가면서 내가 잘 잡아 가시면 치료하는 것은 혼자서도 가능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역시 치료를 혼자서 하는 것은 어려운 것 같고요.
약물치료든 상담치료든 ERP를 연습하는 것이든 혼자 몇 번 해 보시고 그리고 '이런 경험들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구나.'라는 느낌을 가지시되, 치료는 전문가와 함께 초반에는 기틀을 잡아 나가는 게 좋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4. SSRI의 주 약용 기전이 뭔가요? 재우는 것 맞잖아요?
공격적인 질문이신데요. 재우는 건 아니고요. SSRI는 수면제와는 조금 다릅니다. SSRI의 기전을 잠깐 말씀드리면, 뇌 안의 강박증과 관련된 회로가 있습니다. 회로라는 것은 신경세포들끼리 연결되어서 증상에 대한 자극이 왔을 때 강박적으로 일으키는 회로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이것이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과 관련이 있습니다.
SSRI라는 약은 세로토닌을 잘 조절해서 뇌 안에 있는 세로토닌의 불쾌함을 바로잡아주는 역할을 하거든요. 재우는 것이 주 목적은 아닙니다. 사람에 따라서 이 약을 먹게 됐을 때 하루 종일 잔다는 분도 계시는데, 대개 일반적으로는 SSRI라는 약을 먹게 되면 졸린 정도가 그렇게 심하지는 않고요. 가장 흔한 부작용은 속이 약간 더부룩하다. 조금 멍해진다. 이런 정도가 조금 나타날 것이고, 효과는 꾸준히 먹게 되면 감도가 조금 떨어집니다.
강박증이 일으키는 어떤 불안과 염려, 걱정 같은 것이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그런 증상들인데, 약을 먹게 되면 조금 감도가 떨어지게 되면서 조금 덜 느끼고 덜 느끼게 되니까 이것을 해소하기 위한 강박행동을 좀 덜 하게 되겠죠. 이런 원리로 작용하는 약이라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정신과에서 쓴 이야기들 중에서 좀 잠이 오는 약들이 많죠. 왜냐면 대개 많은 약들을 쓸 때 수면제와 함께 동반해서 쓴다든지 아니면 벤조디아제핀 계통의 신경안정제를 함께 쓰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아마 그런 것들을 먹었을 때 과민 반응해서 너무 졸립거나 아니면 좀 너무 약을 많이 써서 힘들어지는 경우에 이런 오해를 하시는 경우가 꽤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강박증 치료에 있어서 주로 쓰게 되는 SSRI는 그렇게 졸린 약은 아니라는 것. 만약에 너무 졸립다면 내가 약에 대해서 약간 민감한 반응을 하는구나 혹은 이런 것들을 인지하면서 선생님과 같이 이야기하셔 가지고 나한테 잘 맞는 약을 찾아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강남푸른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신재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