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로 살아가기, 프리터족과 자유

2024-04-24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의학신문 |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프리터족이라는 말을 들어 보신 적 있나요? 프리터는 자유라는 뜻의 영어 프리(free)와 독일어로 노동을 뜻하는 아르바이트(arbeit)의 합성어인데요. 프리터족은 고정적인 일자리 대신 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 등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일컫습니다. 주로 1990년대 일본 경기침체 시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던 청년들을 일컫는 말로 처음 사용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이 프리터족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정규직 일자리보다 프리터족으로서 살아가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추세인데요. 이는 고임금이지만 높은 노동 강도와 긴 노동 시간, 엄격한 조직문화,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기가 어려운 정규직 대신 돈은 더 적게 벌더라도 자유롭고 유연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바람과 맞물려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장기적인 경제 불황으로 인해 정규직 일자리를 찾기 어렵게 된 취업시장의 한파도 사회적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층 사이에서는 기업에서 ‘경력직 신입’만 찾는다고들 이야기합니다. 신입을 뽑지만 인턴이든 파트타임 형태든, 혹은 1~2년 다른 회사에서 일한 후 새로 시작하는 중고신입이든 이미 경험이 있는 직원을 선호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신입은 도무지 기업들이 원하는 그 ‘경력’을 어디서 쌓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합니다. 반대로 기업체나 자영업을 운영하는 이들은 예전보다 높아진 임금에도 일할 사람이 없고, 설사 어렵게 구하더라도 금방 그만둔다며 구인난을 호소합니다. 구직자는 구직자대로, 구인자는 구인자대로 이렇게 각자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프리터족에 관한 관심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고,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역시 긍정적인 편입니다. 2024년 1월 통계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주 30시간 미만 일하는 파트타임 근로자는 2019년 12.2%에서 2022년 16.4%로 4.2% 늘었고, 동기간 파트타임 근로자 수는 51만 9000여 명에서 62만 4000여 명으로 20.2%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2023년 구인구직 플랫폼 인크루트가 회원 81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71%가 프리터족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했고, 그 이유로는 본인이 원하는 삶, 사회생활로 인한 스트레스 감소, 취미생활에 대한 시간 투자 등이 있었습니다.

프리터족은 특히 청년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청년 취업자 400만 5000명 중 약 50만 명이 단시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대학 졸업 상태인 단시간 근로 청년의 74.5%(33만 3000명)가 지금처럼 일하고 싶다고 응답해 프리터족으로서의 삶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는 열망도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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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노동 형태 및 일과 관련된 가치관의 변화는 일에 모든 것을 올인하기보다는 현재에 충실하며 개인적 여유를 더욱 갖고 싶다는 인식의 변화를 반영합니다. 그와 함께 너무 올라 버린 물가와 부동산 가격에 청년들이 장기적 계획을 세우거나 미래를 위해 투자하기를 포기하고 하루하루에 충실하기로 마음먹게 된 영향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프리터족으로서의 삶이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프리터족의 증가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긍정적, 부정적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일을 중심으로 돌아가며 개인적 삶과 여유를 등한시했던 사회적 풍조가 바뀌고 근무시간과 형태가 유연화, 다변화되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시간 근로가 갖는 고용 불안정성과 일자리의 질과 관련된 문제, 청년 실업 및 구직난의 장기화, 고용 불안정으로 인한 청년층의 경제적 취약성 심화, 그에 따른 결혼 및 출산 포기 등과 관련된 부분은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프리터족으로서의 삶을 통해 시간적 자유와 삶의 자유도는 증가할 수 있지만 경제적 자유로부터는 점점 멀어지게 되는 부작용을 낳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자유로운 삶을 꿈꾸며 선택한 프리터족으로서의 삶이 나중에는 경제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삶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이들을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인식도 존재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변화하는 일과 삶에 대한 인식, 유연근무나 단시간 근로, 단기 근무, 원격근무처럼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청년층 및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 방안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실질적 대응책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프리터족에 대한 선호가 자유에 대한 개인의 갈망과 추구로 인한 것이 아닌, 일자리 부족과 저임금 노동이 일상화된 사회적 환경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되지 않도록 말입니다. 

과거에 비해 삶의 질과 만족도에 대한 기대 수준은 높아졌는데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는 계속되는 현실 앞에서 우리는 자주 괴리감을 느끼곤 합니다. 그러면서 어떤 것을 포기하고 어떤 것을 지키며, 또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가야 할지 깊은 고민과 시름에 빠집니다. 그런 점에서 프리터족은 이런 우리의 현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프리터족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또, 여러분들이 원하는 일과 삶의 방식은 어떠신지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합정꿈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장승용 원장

 <참고문헌> “"이 나이 먹고 편의점 알바해요"…2030 사이에 '프리터족' 뜨는 이유는 [이슈, 풀어주리]”, 『서울경제』, 2024년 2월 28일; https://www.sedaily.com/NewsView/2D5ICOLO9X.

““정규직 할 바에 알바할래요”… 자발적 ‘프리터족’ 되려는 청년들“, 『서울신문』, 2023년 7월 23일; https://www.seoul.co.kr/news/society/2023/07/03/20230703500261.